[야고부] 고인물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인터넷이나 SNS에서 '고인물' 용어나 이를 은유하는 짤(사진이나 그림, 짧은 영상)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국어사전의 '고인 물'과 달리 '고인물'은 요즘 젊은 층이 새로이 명사화한 것으로 게임에서 널리 쓰이는 은어다.

특정 게임을 일찍 경험한 유저들이 신규 회원의 플레이 환경을 어렵게 만드는 등 '꼰대 짓' 하는 상황을 일컬어 고인물이라고 표현한 것이 시초다. 하지만 점차 이런 부정적인 의미 외에도 자기 분야에서 신박한 재주를 가진 실력자를 고인물이라고 부른다.

어느 분야든 경험이 쌓이고 숙달되면 더 이상의 발전 없이 정체 상태에 이르기 마련이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사회 곳곳에서 이런 '고인물 현상'이 두드러져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문어발식 골목상권 진출과 시장 독점 후 가격 인상 등 갑질로 물의를 빚은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의 행태도 나쁜 의미의 고인물이다.

이들 IT 공룡에 대한 정치권의 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탄 배경도 고인물의 결과다.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이들 기업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수조 원씩 빠지는 등 여진도 만만찮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카카오가 3천억 원 규모의 소상공인 상생 기금 조성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지난 8월 말 국회는 구글·애플의 인앱 결제를 통한 수수료 정책을 금지하는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 운영체제(OS)의 시장 진입을 방해할 목적으로 휴대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OS를 강요한 구글에 대해 2천7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유럽연합이 공정한 시장 경쟁을 방해한 혐의로 애플을 기소한 것이나 미국 상원이 '오픈 앱마켓 법안'을 발의한 것도 고인물에 대한 경고다.

구글과 애플, 네이버, 카카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고충이나 불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꼰대 짓으로 고인물이 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뛰어난 역량으로 산업을 이끌며 존경받는 '고인물'이라면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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