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쏟아져 나오는 오디션, 어째 반응은 시큰둥할까

‘걸스플래닛’부터 ‘골목식당’까지 오디션 과잉 시대

Mnet '프로듀스 101'의 한 장면. Mnet 제공
Mnet '프로듀스 101'의 한 장면. Mnet 제공

이 정도면 오디션이라는 형식이 예능의 트렌드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전통적인 음악 오디션은 물론이고, 스포츠에도 또 음식점 오픈 솔루션에도 오디션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무엇이 이런 오디션 쏠림 현상을 만들었고, 그것은 과연 그만한 효과를 거뒀을까.

◆조작 논란에도 넘쳐나는 음악 오디션

한 마디로 지금은 오디션이 트렌드가 됐다. 일주일 내내 오디션 프로그램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오디션 형식은 예능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음악 오디션이 대표적이다. 월요일 밤 JTBC '슈퍼밴드2'가 한 주를 오디션으로 열면, 화요일 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이어받고, 금요일 밤 Mnet '걸스플래닛999:소녀대전(이하 걸스플래닛)', 토요일 밤 KBS '새가수', SBS '라우드' 그리고 MBN '조선판스타'로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인다.

사실 음악 오디션은 Mnet '프로듀스101'의 조작 논란으로 주춤하거나 혹은 한동안 방영되지 못할 것으로 여겨진 바 있다. 그래서 그 후의 음악 오디션은 '싱어게인' 같은 경쟁보다는 화합이 강조된 JTBC표 오디션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던 바 있다.

하지만 다시금 시작된 '걸스플래닛'을 보면 상당 부분 걸그룹 지망생들을 위한 배려를 담아 순화했다고는 하지만, 갈수록 '프로듀스101'을 닮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달라진 점은 한국, 중국, 일본의 지망생들이 함께 팀을 꾸려 미션을 준비하고 평가를 받는 과정을 담고 있다는 점 정도다.

Mnet의 '걸스플래닛'의 한 장면. Mnet 제공
Mnet의 '걸스플래닛'의 한 장면. Mnet 제공

물론 조작 논란에 대한 대비책으로 글로벌하게 네트워크로 이뤄지는 투표 시스템에 공정을 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변하지만, 그게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일단 신뢰를 잃어서인지 좀 더 폭넓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지는 못하고 있다. 시청률이 0%대(닐슨 코리아)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경우 여성 댄스 크루들의 치열한 대결과 서바이벌을 마치 '언프리티 랩스타'의 독기 가득한 연출 방식으로 풀어내면서 주목 받았고, '라우드'는 박진영과 싸이가 프로듀서로 참여해 단지 가창력, 춤 같은 능력만이 아닌 그 인물이 가진 아티스틱한 매력까지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는 지점을 내세워 화제가 됐다.

또 '조선판스타'는 최근 관심이 높아진 국악 소재의 퓨전 오디션이고, '새가수'는 7080 음악을 소재로 삼는 오디션으로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이런 저마다의 색다른 기획 포인트를 내세웠던 음악 오디션들의 시청률은 전반적으로 낮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역시 0%대 시청률이고, '라우드'는 첫 회 9% 시청률을 냈지만 그 후 계속 추락해 3%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새가수'와 '조선판스타', '슈퍼밴드2'가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그만큼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보편적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지는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건 사업성 때문이다. 이미 방송가는 프로그램은 망해도 사업은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과거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그랬지만, 방송 과정에 만들어진 팬덤들(요즘은 글로벌 팬덤이 된다)은 향후 이를 통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해준다. 그래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패는 시청률에 좌우되는 게 아니라, 여기서 만들어지는 팬덤과 이를 통한 사후 비즈니스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제공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제공

◆음악 바깥으로도 튀어나오는 오디션 형식들

하지만 최근 오디션 형식의 경쟁과 미션을 통해 당락이 결정되는 방식은 음악이 아닌 다른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최근 그간 해왔던 어려움에 처한 식당들에 솔루션을 제공해 골목 상권을 살리던 방향을 틀어, 외부의 발길이 끊긴 지역에 시그니처가 될 수 있는 가게를 오픈하는 지역 살리기에 뛰어들었다.

제주 양돈농가의 40%가 밀집해 있어 악취와 소음문제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겨버린 제주 금악마을 살리기가 첫 번째 미션으로 제시되었고, 이를 위해 사전 심사를 통해 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별된 8팀이 오디션 방식의 서바이벌을 치르게 됐다. 이 중 절반인 4팀만이 그 지역에서 가게를 오픈해 먹거리 상권 조성에 앞장서게 된다.

O'live '한식대첩'의 한 장면. CJ ENM 제공
O'live '한식대첩'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올리브TV '한식대첩' 같은 음식 대결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미 시도된 바 있고 백종원이 참여하기도 했었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하는 오디션 서바이벌은 실제 가게 오픈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음식만 잘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영업, 마케팅, 접객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바이벌이 치러진다는 것.

이처럼 오디션이 갖는 경쟁의 형식은 JTBC '뭉쳐야 찬다2'에서도 시도되었다. 시즌1에서는 은퇴한 레전드 스포츠 스타들을 그냥 영입해 조기축구회를 만들고 경기를 하는 과정을 담았지만, 시즌2에서는 비인기종목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디션 과정을 통해 신입 선수들을 선별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여기에는 비인기종목 스포츠를 대중적으로 알린다는 목적과 더불어, 좀 더 기량이 뛰어난 준비된 선수를 뽑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그 오디션 형식은 JTBC '싱어게인'을 패러디해 이른바 '슛어게인' 같은 느낌으로 예능적인 재미를 만들기도 했다.

JTBC '뭉쳐야 찬다2'에 등장한 스피드 클라이밍 국가대표 손종석. JTBC 제공
JTBC '뭉쳐야 찬다2'에 등장한 스피드 클라이밍 국가대표 손종석. JTBC 제공

이처럼 오디션 형식이 음악 바깥으로 나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는 건, 그 형식이 갖는 미션 구조가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해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경쟁, 서바이벌은 확실히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믿음처럼 실제로 서바이벌 방식이 그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서바이벌 방식을 가져왔지만 4%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고, '뭉쳐야 찬다2'는 8%에 이르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서바이벌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나친 경쟁과 당락 구조가 들어가게 되면서 애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판들이 이들 오디션 형식을 채택한 프로그램들의 무거운 숙제로 남겨졌다.

◆오디션의 피로감, 기시감 넘는 것이 관건

정리해보면 한 주간 내내 우리는 서바이벌이 벌어지는 오디션을 보고 있지만 그것이 생각만큼 성공적이지는 않다. 지난 2년 간 'TV조선'표 트로트 오디션이 큰 성공을 거두며 여기저기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트로트 오디션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꺼져가는 추세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Mnet 제공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Mnet 제공

밴드음악(슈퍼밴드), 춤(스트릿 우먼 파이터), 아이돌(라우드, 걸스플래닛), 보컬리스트(새가수), 국악(조선판스타)처럼 다양한 장르와 소재들이 나오곤 있지만, 트로트처럼 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건 그만한 성공사례를 이들이 보여주고 있지 못해서다.

또한 서바이벌을 차용해 그 경쟁과 당락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시도 또한 적당한 선을 유지하지 못하면 애초 취지와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애초 취지가 좋아도 서바이벌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생기는 지점에서는 진정성 자체가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디션 형식은 일종의 조미료 같은 자극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너무 과도하게 활용되면 피로감이 누적될 수 있고, 또 어디선가 했던 걸 반복함으로써 기시감이 들게 되면 지루해질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소재와 형식을 찾아내는 일과, 이를 피로하지 않게 적당한 긴장감으로 담아내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 된다.

물론 새로운 형식 실험과 도전이 없어 쉽게 오디션이라는 자극을 끌어오는 방식이 성공할 수는 없다. 제작자들이라면 과연 지금 예능가를 강타하고 있는 오디션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가를 저마다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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