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숨 쉴 때 불편하고 답답…'농흉'

놔 두면 폐혈증 올 수도…폐 조직 감염으로 흉강에 고름이 차 초기엔 가슴 통증, 기침, 발열 동반
방치할 경우 패 팽창 막아 호흡 곤란
항생제 쓰면서 몸 밖으로 고름 배출…초기 주사기 사용, 양 많으면 튜브로 배농 안될 땐 긁어 내기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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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불편할 때가 있다. 이럴 때 보통은 심장질환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이러한 증상과 관련된 질환은 다양하다. 농흉 역시 그중 하나다. 숨 쉴 때 불편하고, 답답한 증상이 오래 간다면 혹시 농흉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농흉이란 폐의 바깥쪽 막과 흉벽 안쪽 막의 사이 공간, 즉 흉강에 고름이 모이는 질환이다. 고름은 면역세포나 죽은 세포, 박테리아 등으로 가득 찬 액체를 말하는데, 흉강에 차 있는 고름은 기침을 통해서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다.

◆폐 조직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농흉

농흉은 일반적으로 폐렴이나 폐농양과 같은 폐 조직의 감염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 여러 종류의 균들이 폐렴을 일으킬 수 있으나 그중 가장 흔한 원인균은 폐렴연쇄상구균이나 황색포도상구균으로 밝혀져 있고, 대장균이나 폐렴막대균 등과 같은 균들도 자주 원인이 된다.

다른 원인으로는 결핵에 의한 농양이나 골수염 등과 같은 흉벽 질환이 있을 수 있고, 종격동염이나 식도파열, 목의 심부감염 등에 의해서도 농흉이 발생할 수 있다. 간혹 간농양과 같은 횡격막 아래에 발생한 질환이나 외상 또는 수술 후 감염 등이 농흉을 일으킬 때도 있다.

농흉은 시기에 따라 삼출성 단계(exudative phase), 섬유소 화농성 단계(fibrinopurulent phase), 조직화 단계(organic phase)로 나눌 수 있다. 또 증상에 따라 간략하게 단순 농흉(simple empyema)과 복잡 농흉(complex empyema)으로 비교할 수도 있다.

단순 농흉은 질병의 초기 단계에서 발생한다. 고름이 흉강 내에서 움직일 수 있는 상태일 수 있고 가쁜 숨을 쉬거나 마른기침, 발열, 땀, 호흡 시 가슴 통증, 두통, 식욕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복잡 농흉은 질병의 후기 단계에서 발생한다. 이 경우에는 염증이 더욱 심하고 흉강 내 고름이 굳으면서 여러 구역으로 나뉠 수 있어(loculation) 치료가 더 어렵게 된다. 감염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 흉막 주위로 두꺼운 조직의 껍질이 형성돼 폐가 팽창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호흡 곤란이나 숨소리 감소, 체중 감소, 흉통 등의 증상이 생기고 심할 경우에는 패혈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원인균부터 제거해야

출처-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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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강 내 고름을 없애고 감염을 치료하게 위해서는 우선 원인이 되는 감염 균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항생제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면서 가능하면 고름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게 된다.

고름을 제거하는 방법은 농흉의 단계나 양상에 따라 다르다. 초기이거나 흉수가 비교적 맑을 때는 진단 및 치료 목적으로 굵은 주사기를 이용해 고름을 빼낼 수 있다. 하지만 주사기를 이용한 천자가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던가, 흉수의 양이 많거나, 양상이 많이 뻑뻑할 경우에는 국소마취 하에 굵은 튜브를 갈비뼈 사이로 삽관해 배농시킬 수도 있다.

이런 방법에도 불구하고 고름이 너무 뻑뻑해 배농이 잘되지 않거나 흉강 안에서 구획이 많이 나누어져 있는 경우, 또는 흉벽을 통한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다른 합병증이 동반된다면 응급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농흉의 수술은 늑골을 부분적으로 절제한 후 배농 및 두꺼워진 흉막을 긁어서 벗겨내게 된다. 최근에는 흉강경을 이용해 피부 절개 크기를 줄일 수 있고, 늑골을 잘라내지 않고도 충분히 수술을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수술을 통해 원인이 되는 폐농양이 확인된다면 폐농양을 제거하거나 배액이 잘 되게 하는 처치를 함께 진행한다. 드물게 농흉이 너무 오랜 기간 동안 형성돼 배농을 해도 두꺼워진 흉막 때문에 폐 팽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갈비뼈를 2~3개 정도 제거 후 피부를 말아 넣어 장기간 배농을 위한 흉벽 개방 창을 만들어 주는 수술이 시행되기도 한다.

이석수 영남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적절한 시기에 항생제 및 충분한 농흉의 배농이 이뤄진다면 대부분의 환자는 별다른 문제없이 회복을 하게 된다"면서 "다만 배농이 지연되면서 감염이나 패혈증이 조절이 잘 되지 않을 경우에는 사망률이 3.4%에서 16%까지 상승한다고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농흉 환자들은 흔히 병원에 방문하기 전 몸살 기운이나 감기 증상이 있었지만 별다른 검사 없이 해열·진통제만 복용하다가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 뒤늦게 찾는 경우도 자주 있다"면서 "숨 쉴 때 답답한 증상이 느껴질 경우에는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석수 영남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이석수 영남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폐 농양(고름집)이 발생한 환자에서는 농양이 터져 나오면서 농흉이 급격히 진행 및 악화할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농흉은 오래될수록 치료가 어려워지고 기관지 흉막루나 패혈증, 패혈성 쇼크 등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어 빠른 진단 및 치료가 필수적이다.

이 교수는 "건강한 이들은 가볍게 지나갈 수 있는 염증이라도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나 당 조절이 안 될 경우, 술을 자주 마시는 이들의 경우에는 염증이 농흉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다"면서 "이 때문에 평소 규칙적인 식습관을 유지하고, 적절한 운동과 절주는 물론 과로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석수 영남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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