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미술품 위작 스캔들

김태곤 대백프라자 갤러리 큐레이터
김태곤 대백프라자 갤러리 큐레이터

며칠 전 대구에서 대규모 미술품 경매가 진행되었다. 시가총액 140억 원 규모의 미술품 156점이 출품된 경매는 서울옥션이 2009년 대구백화점에 이어 대구신세계백화점에서 마련함으로써 국내 미술시장에서 대구가 차지하는 비중을 실감케 해주었다.

해외 유명화가 야요이 쿠사마 작품이 시작가 15억 원의 두 배인 31억 원에 낙찰되는 등 94%의 낙찰률을 보였으며 낙찰총액은 131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지역방송사에서 경매 장면을 TV로 생중계함으로써 미술품에 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고가의 미술품이 순식간에 거래되는 모습이 다소 의아해 보였을 수도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갖는 서민들에게 조그만 그림 한 점이 수억 원을 호가하는 모습은 자칫 위화감과 사치를 조장하는 모습으로 비쳤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적 예술정신이 응집된 예술품에 대한 가치를 금전적으로 평가하고 투자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처럼 건전한 미술시장의 확장은 육성되어도 좋다고 본다.

국내외적으로 유통되는 미술품의 대부분은 진품이지만 가끔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작품이 거래되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작고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와 추상화가 이우환 화백의 'From Line' 등을 꼽을 수 있다. 자신이 그리지 않은 작품을 진품으로 판정받은 천경자 화백, 그리고 위조범이 가짜 그림을 그렸다고 자백했음에도 끝까지 자신이 그렸다고 주장한 이우환 화백의 주장은 아직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1991년 '미인도'를 둘러싸고 천경자 화백과 국립현대미술관 사이에 벌어졌던 논란은 천 화백이 절필하고 미국으로 떠나면서 끝이 나는 듯했다. 그런데 1999년 이 그림을 자신이 그렸다는 위조범이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검찰은 미술품 위조사건 공소시효가 3년이라는 이유로 종결하고 말았다. 결국 천 화백은 2015년 이국땅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해야 했다.

4년 전 한국 미술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우환 위작' 사건에 이어 올해 또다시 문제가 된 이우환 위작 유통은 신뢰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 미술품 유통에 커다란 오점이 되었다. 한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적인 거장 이우환의 민낯을 드러낸 미술품 유통의 허점과 위작을 둘러싼 위조범의 대범한 기술은 충격적이었다.

이 화백의 주요 전시 도록과 미술품 거래 기록을 전수 조사 분석해 본 결과 작품번호가 중복된 작품이 80여 점이란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든 내용이다. 위조범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유통과정에 관여한 그 누구도 책임과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은 더 깊은 우려감을 자아내고 있다.

이제 우리의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문화예술에 관한 관심과 투자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 건전한 미술시장을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미술품 거래의 투명한 유통구조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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