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동네책방] <31>경북 안동 모메꽃책방

육사의 詩처럼, 책방도 산매골에 스며들었다
안동시 와룡면 이하리 산매골의 동네책방…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 이위발 시인이 운영

경북 안동 와룡 이하리에 있는 '모메꽃책방'. 김태진 기자
경북 안동 와룡 이하리에 있는 '모메꽃책방'. 김태진 기자

경북 안동시 와룡면 이하리. 924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만난 동네책방이다. 인문학 책방을 표방하며 2019년 9월 문을 열었다. 코로나19 확산세 이전까지 '산매골 녹색체험마을'로 주말이면 예약이 꽉꽉 찼던 마을에 있는 동네책방이다.

책방 이름이 사투리다. '모메꽃책방'의 '모메꽃'은 메꽃의 안동사투리다. 메꽃도 "그게 뭐죠?"라 할 판인데 모메꽃이라니. 밤이나 이른 아침에 피었다가 해가 뜨면 지는 꽃이다. 언뜻 보면 나팔꽃처럼 생겼다. 이육사 시인의 詩, '초가'에서 온 이름이다. "빈 바구니 차고 오긴 너무도 부끄러워 술래짠 두 뺨 위에 모매꽃이 피었고…"

활짝 핀 메꽃. 모메꽃책방 제공
활짝 핀 메꽃. 모메꽃책방 제공

꽃봉오리 끝자락으로 가면서 묽게 퍼져나가는 색감이다. '모메꽃책방'도 산매골에 그렇게 스며든 듯했다. 11평 남짓으로 넓진 않다. 이위발 시인이 운영한다. 시인은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도 맡고 있다. 시인의 부인이 운영하는 염색공방도 책방 옆을 차지한다.

색감을 한껏 일으키고 와야 한다. 책방에 들어서면 자동으로 초록빛이 두 눈에 들어온다. 통창이 주는 풍경을 피할 재간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여름색, 초록이다.

책방 건물을 자세히 본다. 겉면을 휘감고 있는 벽화가 있다. '육감도'라는 그림이다. 하얀색 단색으로 스케치돼 있는데 동생 이혁발 화가의 솜씨다. 육감적인 느낌보다 풍요롭다는 느낌이 강하다.

벽화를 배경으로 새끼를 키우는 제비들이 제 영역삼아 활강하며 날아다닌다. 책방 처마에만 제비가 세 곳의 집을 틀었다. 제각기 세대주가 다르다. 책방을 소개하러 왔다 한없는 고요와 평정을 만끽한다. 초록으로 푸른 전답 사이에서 들숨과 날숨의 교차가 진하다. 제비의 늠름한, 늘씬한, 믿음직한 자태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건 덤이다.

경북 안동 와룡 이하리에 있는 '모메꽃책방'. 김태진 기자
경북 안동 와룡 이하리에 있는 '모메꽃책방'. 김태진 기자

책방 내부는 시집 천지가 아닐까 여겼지만 천만에. 소설이 더 많다. 출판사를 운영했던 책방지기 이위발 시인의 이력 덕이 컸다. 이래저래 책방을 둘러보니 문단에서 발도 넓어 유명 작가들의 사인을 1호 그림 크기로 액자에 남겨뒀다. 역사 관련 책들도 흥미를 돋운다. '광기의 역사', '독서의 역사', '거울의 역사'… 아니, 이런 책도 있었나 '키스의 역사', '이혼의 역사'까지.

시골 동네책방이 주는 여유는 책에만 머물 수 없는 법이다. 책방 옆으로 잔디밭이 넓게 깔린 주택용 건물에는 '송하시사(松霞詩舍)'라는 간판이 걸렸다. '소나무 사이로 노을이 걸리면 시인이 시를 짓는 집'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오후 7시가 가까워지자 저녁놀이 서쪽하늘에 불그스름하게 입장한다. 하늘이 높은 가을이면 분명 여럿 홀릴 광란이리라 짐작한다. 모메꽃에 스민 색감은 노을빛에도 응축돼 있는 듯하다.

코로나19로 오가는 이들이 드물다. 고양이 두 마리가 할일없이 오간다. 동양화 한 폭이다. 이곳의 킬러콘텐츠라는 생강 아이스차를 마시며 동양화 한 폭 잠시 감상하는 것도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다.

경북 안동 와룡 이하리에 있는 '모메꽃책방'. 김태진 기자
경북 안동 와룡 이하리에 있는 '모메꽃책방'.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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