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공공배달앱에 거는 기대

지난 12일 오후 배달 오토바이 기사들이 분주히 도심을 누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오후 배달 오토바이 기사들이 분주히 도심을 누비고 있다. 연합뉴스

"매출이 늘수록 적자가 커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패스트푸드점 주인의 하소연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폭염이 이어지면서 주문이 크게 늘었고 매출도 덩달아 뛰었지만 정작 손에 쥐는 돈은 오히려 적어졌다. 이른바 거대 배달업체들의 수수료 횡포 때문에 이익은커녕 쌈짓돈을 꺼내 적자를 메워야 한다는 푸념이다. 본사가 판매가를 정하다 보니 음식값을 올릴 수도 없다. 손해가 뻔한데도 주문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고객들이 등을 돌릴까 봐서다. 사정을 잘 알 리 없는 고객들이 SNS를 통해 '배부른 장사한다'고 악평이라도 올리면 그날로 장사는 끝이다.

배달앱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은 말 그대로 봉이 되고 있다. 사업 초기 가맹점을 하나라도 더 모집하려고 주인에게 읍소하던 배달업체들은 이제 거대 공룡이 돼 가맹점들을 좌지우지한다. 불만이 있어도 말 그대로 찍소리도 못한다. 수수료를 올리라면 올려야 하고, 소비자의 악성 댓글이 억울해도 감내해야 한다. 배달 수수료 인상을 메꾸려고 음식값을 올리면 소비자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공공배달앱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시도 공공배달앱 '대구로'의 시범 서비스를 다음 달 시작할 예정이다. 일단 자영업자들의 기대감은 긍정적이다. '대구로' 개발업체 관계자는 "입점을 권유하면 체감상 10곳 중 7곳은 흔쾌히 동의한다"고 했는데, 과연 기대에 부응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대구시도 쾌적하고 안정적인 앱 사용 환경, 충분한 가맹점 확보가 핵심이라며 철저한 준비로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만족시킬 배달앱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높다. 공공배달앱을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는 작업까지는 지자체 예산으로 가능하지만 이후 시스템 유지 보수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영리 추구가 목적이 아니다 보니 자칫 막대한 혈세로 시스템을 지탱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과연 시민들이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배달기사, 즉 라이더 확보도 숙제다. 분(分) 단위로 배달 속도를 경쟁하는 퀵커머스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라이더 확보도 전쟁을 방불케 한다. 기존 배달업체들은 하루 최대 5만~6만 원대 수수료를 추가 지급하거나 배달 완료 건수가 100건이 넘으면 50만 원을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를 쏟아부으며 라이더를 모집한다. 이런 시장에서 공공배달앱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반드시 극복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경직성이다. 민간 배달앱들은 소비자의 트렌드를 읽어내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끊임없이 변화를 꾀한다. 그러나 애초에 출발점이 소비자가 아니라 공급자, 즉 음식점주 중심인 공공배달앱은 이런 노력에 둔감할 수 있다. 의사결정이 복잡한 공직사회가 적응하기 쉽잖은 부분이다. 경제개발 시절의 국산품 애용 구호를 외치는 식으로 공공배달앱의 성공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민간 업체가 못 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찾아내 한 걸음 앞서 제공하려는 노력이 절박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업체와 공공 서비스가 정면 승부를 벌이는 일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애초에 영역 자체가 다른 데다 결과가 뻔할 수 있는 승부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분야에 공공배달앱이 뛰어들었다. '우리도 한번 해 볼까' 정도로는 안 된다.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의 최종 책임자는 자치단체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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