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갑작스러운 공포, 내 몸 경보 오작동 '공황장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공황발작, 젊은 성인에서 가장 흔히 발생
남성보다 여성이 2배 정도 많아…항우울제 통한 약물치료 일반적
반응 보이기까지는 4-6주 걸려…남용·의존 가능성 있어 주의 필요

공황장애.
공황장애.

갑자기 놀라거나 극심한 불안상태가 됐을 때 우리는 흔히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표현한다.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상황에서 오는 갑작스러운 공포감이 닥치는 당황을 일컫는 것이다.

공황상태는 실제로 생명에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면 누구에게서나 정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우리의 몸의 반응이다. 하지만 특별히 위협을 느낄만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신체의 경보 체계가 오작동을 일으키켜 마치 발작과도 같은 상태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바로 '공황장애' 환자들 이야기다.

◆죽을 것 같은 공포, 공황장애

공황장애는 예측하기 어려운 공황발작(panic attack)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젊은 성인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고,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서 2배 정도 더 자주 발생한다.

공황장애의 주 증상인 공황발작은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강렬한 두려움과 불편감 ▷그에 동반되는 심장 두근거림, 땀흘림, 어지럼증, 몸이 떨리거나 흔들림의 신체증상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나, 주변이나 세상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등의 인지증상 등을 말합니다. 이런 증상들은 보통 몇 분 안에 최고조에 달하고 보통 5~20분 정도 지속되는데, 1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

공황발작이 나타나면 환자 본인도 극도로 놀라게 된다. 이런 발작들이 느닷없이, 이유없이 생기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공황발작이 생기면 심장마비가 오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에 응급실을 반복적으로 방문하기도 한다.

이런 발작을 여러번 반복적으로 경험한 이후에는 너무나도 두려운 나머지 이를 피하고 싶은 마음에 이전에 발작을 일으켰거나 발작이 일어났을 경우에 빠져나오기 어렵거나 난처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나 상황(고속도로에서 운전하거나, 극장 안에 앉아 있는 것, 백화점 등 사람이 많은 장소)들을 회피하는 성향도 커진다. 또 과거 경험했던 공황발작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활동을 줄이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전반적인 공포적 회피는 종종 공황장애에서 볼 수 있는 광장공포증이라 불리는 광범위한 장애상태를 일으키기도 한다.

여기에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발작이 없는 기간에도 '또 언제 발작이 일어날지'에 대한 걱정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이를 '예기불안'이라고 한다.

다만 반복되는 공황발작이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공황장애라고 진단하는 것은 아니다. 조만제 대구파티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량 고소공포증이나, 뱀 공포증과 같은 특정공포증, 사회불안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서도 각각 해당되는 특수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공황발작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여러 정신과적 질환과 감별해야 한다"면서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커피·술·마약과 같은 약물의 사용 및 남용, 드물게는 갈색세포종과 같은 신체질환의 직접적인 결과로 공황발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나 항우울제로 호전 가능

공황장애는 치료받지 않을 경우 재발과 증상 완화가 반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극히 일부 환자들에게서 상당 기간 동안 재발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이마저도 수 개월이나 수년 후에 다시 악화되기도 한다.

공황장애의 원인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어린 나이에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는 것과 같은 외상경험과 소아기 학대가 중요한 위험인자이며, 최근의 스트레스가 되는 인생사건도 공황장애의 발병이나 유지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조 교수는 "그 외에도 두려움을 일으키는 뇌회로 기능의 변화가 중요한 원인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체감각이 두드러지는 것을 증가시키는 요인들이 공황장애의 발병과 유지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 중 한 가지가 '불안 민감성'이라는 개념이다. 불안 민감성은 불안과 연관된 감각들이 해롭다고 믿는 것인데, 불안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이 공황발작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고, 공황장애가 생길 위험성이 크다.

공황장애의 치료에는 약물치료가 주로 사용된다. 조 교수는 "잘 훈련되고 경험이 풍부한 치료자에게 인지행동치료나 정신치료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비용효과적인 약물치료가 실질적인 치료방법이 됐다"고 했다.

조만제 대구파티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만제 대구파티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약물치료에서 주 치료제는 항우울제인데, 그 중에서 전반적인 효능, 안정성, 내약성 면에서 우수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가 1차 선택치료제가 된다. 이런 항우울제가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치료 반응을 보이기까지는 보통 4~6주가 걸리고, 최대효과를 나타내기까지는 12~16주가 걸릴 수 있다. 그 외에도 일반적으로 안정제라고 불리는 벤조디아제핀계 항우울제가 부작용이 적고 효과도 좋은 편이다. 다만 남용과 의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특히 알코올이나 약물 사용장애 환자에서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조 교수는 "공황장애는 비교적 흔하고 종종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으로, 일반적으로 인지행동치료나 약물치료 등의 치료법에 매우 잘 치료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특히 초기에 치료를 받는 경우, 때로는 수년간 지속되었던 경우라 하더라도 약물치료만으로도 공황발작 뿐만 아니라 예기불안이나 광장공포증까지 완전히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조만제 대구파티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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