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젊은 피, ‘국혐’을 ‘국힘’으로 바꿀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 김기현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 김기현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국민의힘이 30대 중반의 젊은이를 당 대표로 뽑았다. 의원 경험도 없는 신출내기를 당의 얼굴로 내세운 것은 한국 정당사상 처음 있는 일이어서 그 본뜻이야 어떻든 놀라운 사건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같은 '젊은 피' 효과가 과연 제1야당의 체질을 크게 변화시킬 것인지 아니면 서일필(鼠一匹)에 그칠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이준석 대표의 등장을 다른 시각에서 보면 그만큼 국민의힘이 조급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외통수에 몰려 당 존립마저 위협받던 지난 4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더 이상 앞뒤 따져볼 여유가 없다는 소리다. 대선 시곗바늘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하고 정권 교체는 여전히 불투명한 데다 표심을 자극할 카드마저 별로 없는 야당의 입장에서는 어떤 수든 좌고우면하지 않고 몸부림쳐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허울뿐인 제1야당, 보수 정치의 종가라는 위신과 체면은 이미 깎일 대로 깎인 데다 4년 내내 탈출구마저 찾지 못한 채 당 기반이 계속 쪼그라들자 '새로운 피'라는 쇄신의 공감대가 마침내 표출된 것이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로 볼 때도 '30대 당 대표' 체제는 분명 낯설고 어색하다. '장유유서'라는 말이 자연스럽고, 무의식 중에 '찬물에도 순서가 있다'는 말이 튀어나오는 게 현실이어서다.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었다지만 아직 기초를 세우는 '이립'(而立)에 불과한 야당 당수에게 절묘한 리더십은 기대하기 힘들고 극적인 당 체질 변화도 언감생심이다.

당장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관련 전수조사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보여준 행태는 매우 실망스럽다. 국민권익위 조사에서 의심 사례로 드러난 의원 12명에 대해 탈·출당의 고육책마저 마다 않는 여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감사원 감사'를 기웃거리며 꼼수 찾기에 바빴다. 국민의 관심사인 부동산 문제를 대하는 이런 국민의힘 태도만 봐도 제1야당에 쏠린 여러 가지 의심은 결코 부당하지 않다. '보수 수권 정당'을 자처하면서도 묵은 김치에서나 풍길 법한 쉰내가 진동하고 여전히 후진적 정치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당에 무엇을 기대하겠나.

보수 지향의 유권자들은 30대 당 대표의 선출이 자칫 '모 아니면 도'식의 일회성 실험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벌써부터 걱정한다. 모처럼 당 혁신의 마중물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은 피'의 출현에 환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길게 드리운 수렴(垂簾) 뒷자락에서 '꼰대' 정당의 정체성과 색깔을 희석해 보려는 암묵적인 동조가 언제 발현될지 의심하는 것이다. 만약 이런 의심이 현실화된다면 바닷물에 또 소금 한 줌 더 보태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무능한 문재인 정부"라고 질타하면서 뒤에서는 기껏 '백신 사기'에 휘말려 대구 체면을 깎아내리고 '억지춘양'으로 감사원 감사를 우기는 정당이 과연 수권 능력이 있는 정당인가. 국민에게 힘이 되고 국민의힘을 모은다며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짓고는 '부동산 민심 역풍'에 기겁해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꾼 것을 보면 우세도 이런 우세가 없다. 과거 '차떼기당' '웰빙 정당' 소리나 듣던 천성에다 계속해 탈선을 되풀이하는 보수 정당이라면 '국혐'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제라도 뼈대를 새로 끼우고 태를 바꾸어 쓸 만큼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사사건건 꼼수를 보태고 딴청 부리다 또다시 바닥을 보일 경우 '국혐'의 낙인은 더 진해질 것이다. 모처럼 신선한 피가 당 전면에 나선 이때가 국민의힘이 변신할 최적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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