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

영화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의 한 장면
영화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의 한 장면

시리즈 영화의 생명력은 너무나 명쾌하다. 관객이 찾지 않으면 끝내는 것이다. 그것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힘이 있는 것이다.

시리즈 9번째 작품인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감독 저스틴 린)가 19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국 관객에게 공개됐다. 2001년 첫 선을 보인 이후 20년간 2년에 한번 꼴로 관객을 찾는 시리즈다. 지난해 봄 개봉해야 할 것이 코로나19로 연기돼 이제 개봉했다. 그것도 북미 개봉일보다 무려 37일이나 앞선 스케줄이다.

자동차 액션은 영화의 한 가지 메뉴였다. 액션의 강도를 높여주는 볼거리 중 하나가 카체이스(car chase)였다. 그런데 이것을 전면에 내세웠다. 2001년 첫 편이 개봉했을 때는 고만고만한 저예산 B급 영화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보기 어려운 고급 스포츠카의 질주와 엔진에서 뿜어내는 굉음이 남성들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했다. 스토리는 덤이었다. 자동차 액션을 위한 액세서리일 뿐, 어떻게 하면 더 크고 새로운 자동차 액션을 선보일까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래서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액션의 강도와 상상력은 더욱 커졌다. 자동차끼리의 대결은 이제 식상하다. 전투기와 탱크, 심지어 잠수함과 맞붙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스토리의 개연성은 관객에게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형 블록버스터로서 볼거리가 사실 주인공인 셈이다. 레벨에 따라 진행하는 게임 세대의 취향에 맞췄고, 그것이 적중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이제까지 전 세계 약 59억 달러(한화 약 6조9천억)를 벌어들였다.

영화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의 한 장면
영화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의 한 장면

'분노의 질주:더 얼터메이트'는 제이콥(존 시나)이 사이퍼(샤를리즈 테론)와 연합해 전 세계를 위기로 빠뜨리자 도미닉(빈 디젤)과 패밀리들이 컴백해 그것을 저지하는 스토리다.

사막의 황무지에서 일본 도쿄, 영국 런던의 도심 등을 옮겨 다니며 벌이는 자동차 액션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것이 아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자기장을 활용한 추격 액션이다. 수십 대의 자동차를 끌어당겨 휴지조각 던지듯 쓸어버린다.

벤틀리에 롤스로이스 등 수십억에 달하는 하이엔드 슈퍼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전편의 악당 사이퍼가 다시 등장하고, 제이콥과 도미닉이 얽힌 과거사로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이번 작품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빠졌다는 것이다. 빈 디젤과 함께 가장 큰 인기를 끌어오던 드웨인 존슨과 도미닉 패밀리의 오랜 숙적인 제이슨 스타뎀이 하차한 것이다. 두 사람은 빈 디젤이 본인 위주로 시리즈를 끌어가려고 하자 불화를 일으킨 뒤 시리즈에서 떠났다.

폴 워커가 2013년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그 공백은 오히려 시리즈의 힘이 되기도 했다. 절친을 보낸 후 남은 자들의 절절함을 '분노의 질주;더 세븐'(2015)에서 담아 관객들과 아픔을 나누기도 했다.

영화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의 한 장면
영화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의 한 장면

그러나 시리즈를 견인했던 두 캐릭터가 빠진 것은 메우기 어려운 공백이다. 영화는 이미 죽었던 한(성강)을 다시 살려내고 오코너(폴 워커)와 결혼하며 7편으로 은퇴한 미아(조다나 브류스터)까지 다시 호출해 서사를 보강시키려고 시도하지만 역부족이다.

그동안 자동차 액션으로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준 시리즈다. 관객들 사이에서 '우주로 가는 것 빼고는 다 보여주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시리즈에서 우주까지 나오고 말았다. 자동차에 로켓을 달아 어설픈 우주복을 입고 무중력 액션을 시도한다.

고속도로를 고속으로 질주하는 탱크에, 얼음을 뚫고 솟아나는 잠수함 액션까진 그런대로 양해가 되지만, 로켓까지 장착해 대기권 밖을 나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수다. 현실에 바탕을 둔 상상력이 그 자장의 고리를 끊어버린 것이다.

릴레이 경주에서 한 명이라도 허덕댄다면 그 경기는 끝이다. 볼거리에 치중한 시리즈의 한계는 너무나 뚜렷하다. 볼거리가 바닥나는 것은 치명적이다. 그래서 무리수를 두지 않을 수 없고, 그것으로 릴레이의 종말을 고하는 것이 시리즈 영화의 전철이었다. 20년간 즐거움을 준 '분노의 질주'가 그 끝에 온 것 같다. 142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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