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대통령의 국정 철학? 그런 게 있기나 한가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검찰총장으로 자기 입맛에 맞는 인사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클 것"이라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이런 예상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이 발언은 '하산길'을 앞둔 문 대통령에게 '살아 있는 권력에 고분고분하고 비리는 뭉개 퇴임 후 안전판을 마련해 줄 충견이 필요하다'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 유력한 후보가 문 대통령의 대학 후배, 문 정권의 '애완견'을 자임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

헛웃음이 나오는 것은 이런 속내를 '국정 철학'이라는 거창한 단어로 포장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묻는다. 국정 철학이라고? 그런 게 있기나 한가? 있는 '척'은 했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가 될 것이다. 이른바 '시대정신'(Zeitgeist)을 완벽히 포착한 단어의 선택이었다. 이 단어들을 문자 그대로의 의미대로 실천에 옮겼다면 '10년 집권'의 꿈은 한층 더 현실성을 띠게 됐을 것이다.

문 정권은 지난 4년간 그 반대로 갔다. 평등과 공정과 정의에 대한 배신의 세월이었다. 조국과 그 가족의 위선은 이를 압축해 보여줬다. 말마다 옳은 소리를 늘어놓던 조국의 가면이 벗겨지면서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마음에 빚이 있다"며 그를 감쌌다. 평등, 공정, 정의와 이를 갈망하는 국민은 이렇게 배신당했다.

그런 배신과 같은 동전의 다른 면이 '말 따로 뜻 따로'의 교활한 이중 어법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당부해 놓고 윤 전 총장이 이를 실천에 옮기자 '살아 있는 권력' 수사팀을 해체하고 윤 총장 징계를 몰아붙였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도 엄두를 못 낸 일이다.

그래도 씨알이 안 먹히자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떼내 경찰과 공수처에 넘겨버렸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다. 윤 총장이 반대로 알아들어야 하는 문재인식(式) 어법의 비밀을 진작에 깨쳤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위선에 위와 아래가 따로 없다. '재벌 저격수'를 자처해온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월세 인상 상한선을 5%로 정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 전세금을 상한선의 3배 가까이 올렸다. "부동산 대책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실수요자 보호"가 그의 지론이었다. '거지갑'이란 별명을 즐겨온 여당 의원도 같은 위선을 떨었다. 그는 전월세 5% 이상 금지 법안을 발의한 당사자다. 그래 놓고 쏟아지는 비판에 '부동산 사장님' 탓을 하며 한다는 소리가 "시세보다 낮은 금액"이었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이렇게 4년 내내 도덕적인 척, 윤리적인 척, 깨끗한 척, 공정한 척, 정의로운 척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란 말은 가당치 않다. 국정 철학이란 말이 지향하는 당위(當爲)의 가치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이다. 그 가치에는 공정과 정의의 본래 의미의 보전과 실천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러면 문 대통령의 '진짜' 국정 철학은 어떤 것일까. 원전 폐쇄의 불법성을 감사하는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여당의 공격은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 작년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으면 감사원장은 사퇴하라"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 그런 게 있다면 나와 내 편에 도움이 된다면 공정과 정의는 물론 법률까지도 간단히 뭉갤 수 있다는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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