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작은 농사’는 힘이 세다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15일 강원 강릉시 중앙시장에서 시민이 텃밭 등에 심을 채소 모종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15일 강원 강릉시 중앙시장에서 시민이 텃밭 등에 심을 채소 모종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채소가 싱그럽게 자라는 들녘,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논을 바라보며 건강한 자연을 떠올린다면 오해다. 농사는 그 자체로 자연에 반(反)하는 행위다. 농업 기술이 발달할수록 더욱 반자연적이다. 면적당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계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각종 농약과 장비, 시설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벌레 먹은 흔적이 없는 배추, 왕방울만 한 포도, 한겨울에 먹는 참외와 수박 등에는 환경오염이 그림자처럼 수반된다.

IPCC(정부 간 기후 변화 협의체)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전 세계 인위적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배출량의 23%가 농업·임업 등 토지 이용 과정에서 발생한다. 화학비료, 농기계, 축사 연료, 농약, 비닐하우스, 멀칭용 비닐(풀 방지·습도 조절 등을 위해 밭에 덮는 비닐) 등을 제조, 사용, 폐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나온다. 논 물의 혐기성 미생물, 가축 분뇨에서도 온실가스는 발생한다.

인류 문명사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자연과 사람 사이에 인공물을 집어넣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위험하고 차가운 들판에서 잠자는 대신 집을 짓고, 약한 피부로 자연과 직접 접촉하는 대신 옷을 입고, 치타처럼 빨리 달리기 위해 조상 대대로 달리기를 연마하는 대신 도로와 바퀴를 발명한 것 등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거의 모든 행위는 '자연과 인간 사이에 인공물'을 집어넣는 과정이다. 밭을 일구고 농약과 비료, 농기계를 투입하는 것 역시 '자연과 사람 사이에 인공물을 집어넣는' 작업이다. 대체로 인공물이 많고 복잡할수록 사람살이는 나아지지만 환경 훼손은 커진다.

그렇다고 전업 농부들에게 농기계를 쓰지 말고, 농약도 비료도 투입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농산물 공급이 줄어들면 생산자인 농부뿐만 아니라 소비자인 도시인들도 생활에 큰 타격을 입기 마련이다. 하지만 약간의 번거로움을 감수하면 풍요로운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한 예로 도시인들의 '작은 텃밭 농사'는 '대량생산'에 따르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전업 농부 한 사람이 1천 평(약 3천306㎡) 농사를 짓자면 농기계와 농약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그 나름의 직업을 가진 100명의 도시인이 각자 10평(약 33㎡)의 농사를 짓는다면, 농기계나 농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면적이 작아 호미로 밭을 갈고 손으로 해충을 퇴치할 수 있고, 판매 목적이 아닌 만큼 좀 못생겨도 무관하기 때문이다. '작은 농사'가 늘어날수록 농작물 재배에 따르는 환경오염이 감소하는 것이다.

물론 도시 농부들이 재배할 수 있는 작물에는 한계가 있다. 전업 농부들은 도시 농부가 짓기 어려운 작물 재배에 무게를 더 둠으로써 소득을 올릴 수 있고, 농산물 공급 균형도 맞출 수 있다.

2019년 추산, 우리나라 도시 농부는 2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이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멀리하는 '작은 농사'를 추구한다는 점은 환경보호에 큰 힘이 된다. 다만 상당수 도시 농부들이 밭에 비닐을 덮는다(비닐 멀칭)는 점은 아쉽다. 검은 비닐을 덮으면 풀을 뽑거나 물을 주는 번거로움을 덜지만, 환경에 해롭고 보기에도 흉하다. 전업 농가의 대규모 농사에는 비닐 멀칭이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작은 텃밭에 굳이 대규모 농사에나 쓰는 농법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작은 농사'는 환경 보호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러자면 도시 농부들이 약간의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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