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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간경화 앓으며 자폐 손자·치매 아내 간호…"세상 떠날까" 생각도

34년 전 첫 아이 교통사고로 잃어, 노점상 하며 견뎌와
둘째 아들이 낳고 방치해 둔 자폐 손자 키우기 힘들어 막막
아내마저 치매 걸려, 월 60만원으로 생활 버텨내고 있어

할아버지 정희창(가명·79) 씨와 할머니 신애영(가명·77) 씨가 발버둥 치는 손주 정선우(가명·7) 군을 붙들고 있다. 배주현 기자
할아버지 정희창(가명·79) 씨와 할머니 신애영(가명·77) 씨가 발버둥 치는 손주 정선우(가명·7) 군을 붙들고 있다. 배주현 기자

"나는 참 복도, 재수도, 운도 없는 놈인기라."

대구 달서구의 한 외진 골목에 위치한 빌라. 왜소한 체격의 정희창(가명·79) 씨가 '복, 재수, 운'을 한탄하는 사이 분홍색 모자를 쓴 아내 신애영(가명·77) 씨가 곁에 앉는다. 초점 없는 눈, 반쯤 벌어진 입, 머리가 곧 바닥으로 고꾸라질 듯 휘어버린 허리. 지난 77년간 인생의 고단함이 담긴 모습이었다.

희창 씨 품 안에는 손주 정선우(가명·8) 군이 발버둥 치고 있다. 그만 풀어달라고 온몸으로 저항 중이다. 겨우 할아버지 팔에서 벗어난 선우는 바닥에 널브러진 가방으로 조르르 달려가더니 가방 고리를 입에 물고 잘근잘근 씹어댄다. 선우는 자폐증이 있다.

하나뿐인 아들네가 낳아놓고 방치해둔 손주, 어디서 무얼 하는지 알 수 없는 아들. 세상은 유독 노령의 부부에게 모질게 굴었다.

◆첫 아이까지 잃으며 견뎌왔지만…남은 건 가난뿐

온갖 노점상을 하며 살아온 부부. 지난 1987년 6살 난 첫아들을 눈앞에서 잃었다. 아들은 길을 걷다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그 장면을 고스란히 지켜본 아버지는 도망가는 차량을 쫓아갔다. 쫓고 쫓다 되돌아온 병원 응급실. 아들은 흰색 천에 둘린 채 누워있었다. 미칠 지경이었다. 보상금이 전해졌지만 아이의 목숨값을 차마 받을 수 없었다. 그렇게 부부는 동네를 떠났다.

새로 터를 잡은 달서구에서 부부는 세상이 떠미는 대로 살았다. 이듬해 둘째 아들이 태어났고 죽은 아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았다. 노점상을 이어가며 돈도 차곡차곡 모았고 불우 이웃도 도우며 수십 년을 견뎌냈다. 10년 전 구청의 노점상 정리 사업으로 부부는 오랜 일을 그만두게 됐다.

가세가 기울어진 건 그때부터였다. 둘째 아들은 성인이 됐지만 군대 제대 후 돈을 잘 벌지 못했다. 사실 일을 꾸준히 못 했다. 첫 회사에서 월 200만원도 못 벌게 되자 그 길로 사표를 쓰고 계속 나돌았다. 그러다 대뜸 갑자기 사업을 하겠다며 희창 씨가 모아둔 돈을 모조리 가지고 독립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왔을 땐 텅 빈 손과 아이를 밴 한 여인뿐이었다.

그렇게 넷의 동거가 시작됐지만 며느리는 아이를 낳고 돌이 지나지 않아 집을 나갔다. 희창 씨의 결혼반지와 목걸이를 훔쳐 달아났다. 아들은 지금까지 방황 중이다. 새벽녘에 들어와 아침 늦게 집을 나서지만 무얼 하는지 희창 씨는 알 길이 없다.

◆자폐 손주 키우고 있지만 버거워, 아내마저 치매 증상

아들네가 방치한 손자 선우의 육아는 오롯이 노부부의 몫이 됐다. 선우는 엄마가 떠난 후 이상행동을 보였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매일 밤 울었다. 치료를 받으러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의사의 설명을 모두 알아 듣긴 어려웠다.

자폐와 발달 지연 판단을 받고 장애전담 어린이집을 보내고 있지만 손주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선우는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데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 바깥 활동도 어려워 아이는 온종일 집에서 온갖 물건을 잡아 뜯고 물고 뛰어다닌다.

설상가상 아내 애영 씨마저 얼마 전부터 치매 증상을 보였다. 현관 비밀번호도 기억하지 못해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그렇게 노부부는 매일 선우를 붙들고 집에서 멍하니 하루를 보낸다.

아들과 손주, 치매 앓는 아내.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희창 씨는 삶이 너무 버겁다. 그 역시 이미 척추 2개는 괴사해버렸고 간경화와 피부병에 몸이 성치 않다. 생활비는 선우의 장애 수당과 아동수당, 부부의 노령연금이 전부. 부양 의무자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에도 선정되지 못해 월 60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선우의 기저귓 값, 각종 공과금, 반찬값을 쓰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 아내의 치매 치료, 희창 씨의 간경화· 피부병 치료는 꿈꿀 수 없다.

희창 씨는 삶의 의지를 자꾸 잃어간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삶을 그만둘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냥 바다에 확 뛰어들고 싶어예. 선우 저놈이 눈에 밟혀서…"라던 희창 씨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삶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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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전달 내역]

◆시집살이 겪고 아이들과 쫓겨나 유방암까지 걸린 태국 출신 이나 씨에 2,806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결혼생활 내내 시댁 식구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아이들과 집에서 쫓겨난 뒤 유방암까지 걸려 생활이 힘든 이나(매일신문 1월 19일 자 10면) 씨에게 2천806만4천777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구미현대병원 25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이화영 100만원 ▷문심학 20만원 ▷김선우 10만원 ▷김윤기 10만원 ▷오정환 10만원 ▷강병모 5만원 ▷김종철 5만원 ▷노광자 5만원 ▷이진술 5만원 ▷최선태 2만원 ▷김경진 1만원 ▷김순희 1만원 ▷김종식 1만원 ▷박경희 1만원 ▷박미화 1만원 ▷서보인 1만원 ▷이병순 1만원 ▷이정미 1만원 ▷김태범 5천원 ▷이순덕 5천원 ▷조철제 5천원 ▷'사랑나눔624' 10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거대권력 횡포로 빚더미에 앉게 된 후 홀로 네 자녀 키우는 한승희 씨에게 1,718만원 성금

거대권력에 맞서 싸우다 빚더미에 앉게 됐고 아내마저 집 나가 홀로 네 남매 키우는 한승희(매일신문 1월 26일 자 10면) 씨 사연에 40개 단체 150명의 독자가 1천718만5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평화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세무법인송정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박기태) 40만원 ▷㈜서원푸드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라하우젠트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유일철강㈜(박배일)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세원환경㈜(조현일)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 10만원 ▷태왕(김수경) 10만원 ▷혜성한의원(이귀생)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법무사황갑용(황갑용)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박장덕) 5만원 ▷김영준치과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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