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한국은 뭐든지 잘하는 나라, "제발 우리 아들 좀 일어나게 해주세요"

딜런(39) 씨와 안파마(37) 씨가 아들 비한가(6)를 살펴보고 있다. 엄마 안파마 씨는
딜런(39) 씨와 안파마(37) 씨가 아들 비한가(6)를 살펴보고 있다. 엄마 안파마 씨는 "아들이 내가 없으면 불안해하고 잠도 못잔다" 며 매일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중환사질 병실 밖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주형 기자.

12시간이 넘는 공장 야간작업 마친 아빠 딜런(39·스리랑카) 씨는 1시간을 운전해 비한가(6)를 보러 온다. 그는 걷지 못하는 아들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려고 4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한 채 일과 간호에 매달리고 있다.

그가 지난 10년간 지켜본 한국은 뭐든지 다 잘하는 나라였다. 그래서 먼 스리랑카 땅에서는 치료 희망이 없던 아픈 아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어렵게 입국한 아들의 상태는 점점 악화되기만 할 뿐이다. 아들을 일어서게 할 수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병원문을 두드렸지만 비한가는 스스로 숨조차 쉬지 못할만큼 병이 심해졌다.

◆아들의 희망 찾아 대구행

비한가는 첫 돌이 지나도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스리랑카에서 유명하다는 병원을 다 전전했지만 원인조차 모른 채 7살이 되도록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딜런 씨는 "아들이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매일 밤잠을 못 자고 울었다. 스리랑카에서는 목 디스크가 있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비한가는 딜런 씨가 6년간 외국인근로자 생활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던 지난 2012년 태어났다. 고향에서 쌀 농사를 지었던 그는 한국에서 철야·주말 근무도 마다하지 않고 돈을 모아 고국에 돌아가 트랙터를 장만했다. 딜런 씨는 갓 태어난 아들을 안고 누렇게 고개숙인 벼 이삭 가득한 들판에서의 수확을 매일같이 상상했다.

그러나 아들이 중병을 앓으면서 수중의 돈은 조금씩 바닥을 드러냈다. 스리랑카는 대졸자 평균 월급이 5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물가가 비싸진 않지만, 전력 사정이 열악하고 의료용품·생필품을 인도에서 수입하는 탓에 비한가의 치료·간병비에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탓이다.

아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치료하기 위해 딜런 씨는 지난 2015년 결국 두 번째 한국행을 결정했다. 하지만 트랙터 할부금을 갚는데 1년, 아내와 아들의 비자를 받는데 또 1년 이상이 걸려 결국 지난 7월에야 겨우 상봉할 수 있었다.

◆목 수술 후 자가 호흡 힘들어져

비한가는 지난 7월 입국해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성장지연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호르몬 분비 이상, 염색체 이상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키와 몸무게가 또래보다 지나치게 작아지는 질환이다. 비한가는 이밖에도 청각장애에다 목뼈와 척추가 심하게 어긋나는 등 다양한 증상을 앓고 있지만 정확한 병명과 원인은 알지 못한다.

앙상하게 마른 비한가는 그동안 몸무가가 7kg이 채 안 돼 수술조차 어려웠다. 2개월여 간 충분한 영양 공급을 통해 살을 찌우고서야 지난달 두 차례 목 수술을 받을 수 있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수술 이후 상태가 더 악화돼 스스로 호흡을 못하는 상태가 됐다. 지난 9일부터 소아중환자실로 옮겨져 입원 치료 중인데, 앞으로도 장기 입원과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부모는 어안이 벙벙하다. 이달 말이면 아들의 비자가 만료되는데다 비자를 연장해도 건강보험을 장담할 수 없어 딜런 씨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그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아들 보험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다시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며 "이 상태로는 스리랑카로 다시 돌아갈수도 없다"고 한탄했다. 만약 보험 지원을 받지 못하면 치료비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된다.

한국에 온지 5개월된 부인은 하루종일 비한가의 병실 앞에서 눈물로 면회시간만 기다리고 있다. 딜런 씨는 "아들을 걷게하고 싶다는 것이 욕심이었는지 가슴만 답답하다. 호흡조차 제대로 못하는 아이를 보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지 모르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7살 비한가는 태어나서 한번도 걸어본 적이 없다. 진단결과 심각한 성장지연과 청각장애, 목뼈, 척추뼈 어긋남 등 다양한 증상이 발견됐지만 정확한 병명과 원인은 아직 파악 중이다. 이주형 기자.
7살 비한가는 태어나서 한번도 걸어본 적이 없다. 진단결과 심각한 성장지연과 청각장애, 목뼈, 척추뼈 어긋남 등 다양한 증상이 발견됐지만 정확한 병명과 원인은 아직 파악 중이다.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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