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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https' 차단 조치로 촉발된 '유교 탈레반' 논란

학계 "국가가 개인 삶 지나치게 규제하면 사회 변화 막는 부작용 우려돼"

OECD 가입 37개국의 주요 범죄 불법화 여부.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OECD 가입 37개국의 주요 범죄 불법화 여부.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정부가 '성인의 성인물 볼 권리'를 탄압하고 있다. 지독한 '유교 탈레반'이다."

최근 정부가 'https 차단 정책'을 통해 불법 성인물 유포 웹사이트를 차단하기 시작하자 누리꾼들은 이를 가리켜 '유교 탈레반'이라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유교 탈레반이란 조선 정치 이념이던 '유교'와 자살테러 등으로 악명 높은 아프가니스탄 무장 이슬람 정치단체 '탈레반'의 합성어다. 보수적 유교 사상이 극에 달한 사람이나 단체를 비꼬아 이르는 신조어다.

'https 차단 정책'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동의자도 23만명(매일신문 18일 자 2면)에 달했다. 최근 1주 사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야한 동영상'(야동) 관련 게시물도 320여개에 이른다. 작성자들은 'OECD 국가 중 매춘, 포르노 전면금지인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청소년인데 야동 봤다. 나도 구속해라' 등의 게시글을 올리며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에선 제재 대상이 아니거나 비교적 엄격한 규제 하에 허용하는 낙태, 동성결혼, 성인물 판매 등의 사안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만 전면 금지하는 등 유독 보수성을 보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더해 웹사이트 차단 사태까지 벌어지자 누리꾼들은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7개국 별 주요 사회적 금기 방침' 표를 공유하며 한국 정부의 보수성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표에 따르면 한국은 낙태와 매춘, 사촌 간 결혼, 동성 결혼, 성인물 판매, 대마초 사용(의료 목적 포함)을 전면 금지하는 OECD 국가 중 유일한 나라다.

종류별로 보면 매춘은 OECD 회원국 대다수가 합법으로 인정하거나, 처벌 대상이 아닌 비범죄로 규정한다. 다만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 프랑스, 노르웨이, 캐나다 등은 성매수에 한해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불특정인과 금전 거래를 조건으로 성관계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미국과 호주 등은 주(州)마다 다른 법을 적용한다.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유일하게 성 매수자와 판매자를 모두 처벌한다.

성인 영상물(포르노) 판매 규제 경우 영국과 호주, 리투아니아, 아이슬란드는 소유를 허용하나 판매·인터넷 유통은 제재한다. 일본은 성기 등 주요 부위를 모자이크 등으로 숨긴 성인물만 판매를 허용한다. 인터넷상에서 성인물 접근을 차단하고 판매·유통도 불법으로 규정하는 국가도 OECD 가입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낙태를 불법화한 곳은 한국과 뉴질랜드, 멕시코, 이스라엘, 칠레, 폴란드, 아일랜드(부분 합법)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선 헌법재판소가 오는 4월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 선고를 예고하면서 합법화 논란이 재점화 중이다.

동성 결혼은 네덜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덴마크 등 18개국이 합법화하고 있다. 대마초도 네덜란드는 단속 대상이 아니며 그리스와 노르웨이 등 14개국은 의료 목적에 한해 허용 중이다.

이 표가 계기가 돼 '한국 정부가 개인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의견과 '금기해야 할 불법 행위를 막는 것은 마땅하다'는 오랜 논쟁도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학계는 "국가가 선과 악을 이분법적으로 규정해 지나치게 개인의 삶에 개입하려는 발상"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작은 문제를 과도하게 부풀려 문제 삼는 것은 사회 변화의 긍정적인 측면까지도 구속할 여지가 있다는 이유다.

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성년이 되는 것은 자기 삶에 대한 선택과 책임을 진다는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다. 미성년자도 아닌 국민을 상대로 국가가 나서 성인 사이트까지 검열·통제하는 것은 사회를 경직시킬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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