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집권 세력의 고질병 세 가지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이 무겁지 싶다. 국정에서 국민이 느낄 수 있는 구체적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데드크로스까지 발생한 지지율을 반등시키지 못하면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하다. 자칫하다간 그렇게 목매던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가 수포가 되는 상황마저 닥쳐올 수 있다. 새해 벽두 청와대 참모진 개편도 문 대통령의 절박감이 반영된 것이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정부 여당 등 집권 세력이 성과를 보여주려 발버둥 치겠지만 그리 녹록지 않다. 대내외적 여건도 난관이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지금껏 집권 세력이 보여준 행태들이 되풀이된다면 성과를 거둔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고질병(痼疾病)을 고치지 않는 한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집권 세력의 첫째 고질병은 내 편, 네 편에 따라 확연하게 다른 이중적 태도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하고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차갑게 대하라고 했건만 집권 세력은 정반대다. 오죽하면 신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 말을 꺼냈을까. 적으로 간주하는 진영의 허물엔 가을 서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냉혹하다. 이 탓에 안타까운 죽음들이 속출했다. 같은 편의 잘못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다. 청와대 특감반 사태, 육군참모총장을 휴일에 카페로 불러낸 청와대 행정관 등 사례를 들자면 숨이 찰 정도다. 집권 세력은 내로남불이란 말을 정권이 끝나는 날까지 들으려는 모양새다.

둘째는 불통이다. 박근혜 정부를 불통정권이라 그렇게도 비판하던 집권 세력이 어느새 스스로가 불통정권이 됐다. 한술 더 뜬다는 소리마저 나온다. 탈원전, 최저임금 인상 등 사안마다 독선과 아집이 도를 넘었다.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 터지면 고개를 숙이기는커녕 전전·전 정권, 야당, 언론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래서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가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

셋째는 공감과 행동 결여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성탄절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박노해 시인의 '그 겨울의 시' 일부를 인용했다.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혼자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이 시에 나오는 할머니와 주인공이 집권 세력의 모습이다. 장터에 가서 거지들은 차가운 밤을 어떻게 보내는지 살펴보고 그들을 따뜻한 곳으로 데려가지는 않고 이불 속에서 말로만 걱정하고 잠을 잘 뿐이다. 시장 공장 편의점 식당 등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대책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공감과 소통이 정치의 기본이라고 했다. 공감과 소통은 상대의 아픔을 헤아리고 같이하는 데서 출발한다. 집권 세력은 공감과 소통에서 낙제점 수준이다. 그토록 싫어하는 어느 전직 대통령의 "내가 해봐서 잘 아는데"와 뭣이 다른가.

집권 세력이 고질병을 고쳐 성과를 보여주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데 온몸에 뿌리내린 고질병이 쉽게 고쳐질 리 만무하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쓴소리를 했다. 문재인 정부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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