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렀다! 어떻게 하지? '암, 디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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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민 칠곡경북대병원 정신건강센터 교수

우정민 칠곡경북대병원 정신건강센터 교수
우정민 칠곡경북대병원 정신건강센터 교수

예전에 암은 죽음을 뜻했다, 그러나 의학 발전으로 인해 더는 암이 죽음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을 처음 진단 받았을 때, 우리는 여전히 죽음을 생각하고 충격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치료하는 동안에는 통증이나 치료의 부작용으로 인해, 또는 생활의 큰 변화로 인해 용기를 잃기도 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치료가 끝난 뒤에는 재발과 전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조그마한 신체적 증상에도 전이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 많은 암환자들의 경험이다. 암환자들은 이처럼 불안에 떨며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일까?

◆ 암환자 심리적 고통, 당연하지 않다!

암에 걸리면 화가 나고, 슬프고, 불안하고, 의기소침해진다. 사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정 상태에 빠진다. 일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초기 치료와 검사가 완료됨에 따라 다시 마음의 안정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암환자(20-40% 정도)는 여전히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한다.

우정민 칠곡경북대병원 교수(정신건강센터)는 "문제는 암에 걸리면 심리적 고통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당연하기 때문에 그냥 두거나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잘못된 생각을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 의료진까지 갖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말기암이나 전이성암으로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이 우울하고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틀렸다'는 주장이다. 더 이상 암을 고칠 수 없더라도 정신적 고통은 다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학계에서는 암과 관련된 고통·스트레스 등을 '디스트레스'로 명명하고 모든 환자에서 혈압이나 체온을 재듯이 측정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디스트레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환자들을 괴롭히지만, 암치료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스트레스를 가진 암환자들은 다른 환자들보다 5배 더 많이 병원을 방문하게 되고, 2배 더 응급실을 방문하게 된다. 증거나 효과가 없는 대체의학에 더 기대게 되고, 심지어 항암치료 반응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통증을 증가시키고 면역체계를 교란시키는 게 디스트레스이다.

암환자는 고통 속에 사는 것이 당연한가?
암환자는 고통 속에 사는 것이 당연한가?

◆ 디스트레스, 아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디스트레스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스트레스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80%는 해결되었다'는 스트레스 전문가의 이야기는 농담이 아니다. 자기 상태를 자각하지 못하면 치료나 관리를 할 수 없는 탓이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 병원들은 암환자에게 디스트레스 검사를 시행하고, 위험 신호들이 포착되면 환자와 치료진에게 자동으로 알려주어, 치료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런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자기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자기의 증상들을 통해 알 수도 있다. 이전과 다르게 화를 쉽게 내는지, 이전과 다르게 우울해하고 모든 일들을 미루고 피하는 것은 아닌지 자기 스스로 체크를 해볼 수 있다. 핵심 포인트는 스스로가 정신적으로 고통스럽다고 느낀다면 실질적으로 그것이 크든 작든 간에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는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암환자들은 부정적 생각 혹은 불안한 생각에 사로잡혀 거의 하루 종일 같은 생각을 반복하는 '생각의 되새김질 혹은 뇌의 되새김질(rumination)'에 빠져있기 일쑤이다. 불안은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뇌의 필수적인 기능이기 때문에 불안 자체를 없앨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뭔가를 하면 된다.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상관없다.

사랑하는 가족 및 친구, 치료를 함께 했던 환우들과 대화는 큰 도움이 된다. 암에 걸리면 고립감을 쉽게 느낄 수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중요하다. 실질적인 이야기도 좋습니다만, 마음 깊은 곳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대화를 통해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우정민 교수는 "궁금한 것이 있거나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은 뇌의 되새김질로 빠지게 할 수 있으므로 의사에게 정확하게 묻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물었던 것을 반복적으로 묻는 것 또한 '뇌의 되새김질' 함정에 빠트릴 수 있기 때문에 메모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주치의를 통해 전문의를 찾는 방법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만난다는 것은 이상하고 특별한 것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와 대화하고 타인과 대화하며,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기 위한 방문일 뿐이다.

도움말 우정민 칠곡경북대병원 정신건강센터 교수

[정신종양학과는?]

디스트레스는 환자의 삶의 질이나 암치료 경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찾아내서 치료를 해야 한다. 이런 치료를 담당하는 곳이 정신종양학과이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30년 전부터 디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을 알고 서비스를 개발했고, 일본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20여 년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몇몇 병원에서만 불완전한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환자와 보호자들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치료진들이 내어놓은 아이디어보다 환자-보호자들이 내어놓는 아이디어가 훨씬 훌륭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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