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남북관계 말고는 없나?

박병선 논설위원
박병선 논설위원

요즘 가장 아리송한 것은 현 정권이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 헷갈린다는 점이다. 방송·인터넷·젊은 층에서는 호의적인 평가 일색이지만, 정작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좀 혼란스럽다.

개인적으로 비핵화·남북관계에 진력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다른 현안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본다. 현안 해결 능력만 볼 때, 실망 정도가 아니라 거의 낙제점이다. 여당 주변에서도 "너무 실력이 없다"는 자평이 나오니 심각한 국면임이 분명하다.

남북관계에 매달리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대체적으로 옳다. 우리 사회에 북한을 감정적으로 여기는 시각이 여전히 많지만, 북한을 고립시키고 압박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흉기를 쥔 10대'를 방에 가둬두고 두들겨 패서 교화시키려고 해봤자, 더 비뚤어지기 십상이다. 밖에 데리고 나가 밝은 세상을 보여주고 '흉기'보다 더 좋은 것이 있다고 가르쳐야 한다. 비록, 구차하고 아니꼽지만 '흉악한' 철부지를 교도하려면 달래고 어르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남북관계 지상주의'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남북관계를 빼면 무엇 하나 이룬 것이 없으니 그럴 만하지만, 말만 앞세우고는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 매사 '미적미적' '흐지부지'하는 것이 정권의 특징처럼 굳어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최저임금, 집값, 일자리, 입시, 환경 등 중요 현안마다 구멍이 숭숭 나 있고, 지역민이 관심 갖는 지방분권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연방제 수준'의 분권을 하겠다고 공언하더니만, 지금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서도 정부는 올 초 추가 이전은 없다고 발표했다. 2004년 지역 균형 발전을 앞세워 153개 공공기관 이전을 단행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거꾸로였다. 그 와중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국회 대표연설에서 수도권 122개 공공기관을 이전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 대표가 문 대통령의 지지부진한 정책 추진에 답답함을 느끼고 일침을 가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권 실세들은 스스로 서민 출신이라고 내세울지 몰라도, 아무리 봐도 '책상물림'의 전형이다. 진보성과 신념으로 무장해 남북·노동 문제는 해박할지 몰라도 서민 살림살이의 이해도는 무지에 가깝다. 서민 모두 불황이라고 아우성인데, 정부는 무작정 기다리라고 한다. 국민 모두가 교수·정치인·운동권 출신처럼 생계에 걱정없는 이들이 아니다. 하루가 힘들고 다급한 사람들이다.

정권은 남북관계의 성공에 취해 있지만, 언제 나락에 떨어질 수 있는 외줄타기 상황이라는 점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비핵화는 우리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11월 중간선거 후 태도를 바꾸면 방법이 없다. 극우 세력이 내심 바라는 시나리오지만, 잘못하면 남북 모두에게 재앙적인 결과가 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플랜B'를 만들어야 하지만, 그런 대비책조차 없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권 출범 1년 6개월이 됐다. 한창 개혁하고 바꿀 시기인데, 적폐 청산에만 열을 올릴 뿐, 결실이 없다. 어물거리다간 빈손으로 나가는 정권이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가장 치명적인 병은 머릿속에 생기는 병'이란 말이 있듯, 자신들 앞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면 그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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