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시한폭탄 '뇌경색'

뇌혈관 막혀 조직 괴사 골든타임은 3시간

김용원 경북대병원 신경과 교수
김용원 경북대병원 신경과 교수

사람의 뇌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뇌를 연구하고 있으나 아직 풀지 못한 '뇌의 신비'가 적지 않다. 사람의 뇌를 두고 '소우주'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연구자들이 뇌에 대해 밝힌 사실들은 과거 수백 년 동안 알아낸 것들을 훨씬 능가한다. 하지만 여전히 규명해야 할 부분들은 무수히 많다.

뇌가 인체에서 가장 신비에 싸인 영역인 만큼 뇌가 손상을 입으면 그 여파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수 있다. 뇌 속 혈관이 막혀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뇌가 손상되고, 이에 따라 신체장애가 나타나는데 이를 보통 뇌경색이라 부른다. 위험 인자를 미리 조절해 예방하는 게 최선이지만 뇌경색이 발생했다면 빠르게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게 건강을 회복하는 지름길이다.

◆뇌 속 혈관이 막혀 생기는 게 뇌경색

60대 중반의 주부 C씨는 지난 1월 늦은 오후 집에서 저녁을 먹은 뒤 일어서다 갑자기 주저앉았다. 잠시 어지러워 그랬나 싶었지만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오른쪽 팔과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말도 차츰 어눌해졌다. 결국엔 대학병원 응급실 신세를 져야 했고, 그곳에서 뇌경색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혈전이 생겨 혈관을 막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C씨는 물론 가족에게도 그 사실은 충격이었다. 평소 C씨의 건강에는 별문제가 없었기 때문. 몸이 가벼웠고, 걷는 걸 즐겨 한두 시간을 걷는 것 정도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혈압은 정상이었고, 당뇨병과도 거리가 멀었다. 음식도 고기보다는 채소를 즐겼다. 현재 C씨는 재활 전문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는 중이다. 아직 혼자 힘으로 걷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태다.

뇌 조직은 평소에도 많은 양의 혈액이 흐른다. 하지만 뇌 혈관이 막히면 뇌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감소하고, 뇌 조직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일정 시간 이상 혈액이 감소하면 뇌 조직이 괴사하는데 이를 뇌경색이라 한다. 반면 적절한 치료로 혈액이 다시 공급돼 뇌 조직이 괴사하지 않고 기능이 회복됐을 때를 일과성 허혈성 발작이라 한다. 둘을 통틀어 허혈성 뇌졸중이라 부른다.

뇌경색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는 혈관 동맥경화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거나(협착) 막히는(폐색) 것이다. 이 때문에 혈액이 뇌에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결국엔 뇌경색이 나타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 있는 경우 동맥경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심장부정맥, 심부전 및 심근경색의 후유증 등으로 심장에서 혈전이 생성되고, 이 혈전이 혈류를 따라 이동하다 뇌 혈관을 막는 경우도 있다.

뇌의 어느 부위가 손상됐느냐에 따라 뇌경색의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갑자기 생기는 한쪽 팔과 다리의 마비, 안면 마비가 대표적인 증상. 또 발음이 어눌한 구음 장애, 말을 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양상의 언어 장애, 한쪽 시야가 잘 보이지 않는 시야 결손 또는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등이 있다.

◆뇌경색 후유증을 줄이기 위한 재관류 치료

뇌경색을 진단하는 데는 일반적으로 CT(컴퓨터단층촬영)와 MRI(자기공명영상)를 이용한다. 증상이 발생한 뒤 3시간 이내 병원에 도착한 경우에는 뇌CT 또는 뇌MRI로 뇌졸중을 진단한 후 혈전용해술을 시도해 막힌 혈관을 뚫을 수 있다. 심장에 문제가 있어 뇌경색이 발생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심전도, 심초음파 등을 시행하거나 환자에 따라 24시간 심전도 및 24시간 혈압 측정 등을 하기도 한다.

뇌경색 가운데 작은 혈관이 막힌 경우 대개 증상이 비교적 가볍고 회복이 빨라 후유증도 적다. 반면 경동맥이나 중뇌동맥과 같이 큰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은 증상이 무거울 뿐 아니라 후유증도 매우 심하게 남아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가 흔하다. 이 때문에 뇌경색이 발생하면 뇌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재관류(막힌 혈관이 뚫려 피가 다시 도는 것) 치료법이 중요하다.

재관류 치료법에는 '정맥 내 혈전용해제 투여'와 '동맥 내 기계적 혈전제거술'이 있다. 정맥 내 혈전용해제 투여는 정맥을 통해 수액을 투여하듯이 쉽게 투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뇌경색 증상이 발생한 뒤 4, 5시간 이내 병원에 도착하면 투여할 수 있고, 증상이 발생한 후 빨리 투여할수록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맥 내 기계적 혈전제거술은 2015년 발표된 5개의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안전성이 확인된 이후 국내 뇌졸중 진료 지침에서도 권고하는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뇌경색 발생 6시간 이내의 환자들 중 정맥 내 혈전용해제 치료를 할 수 없는 환자, 정맥 내 혈전용해제 투여 후에도 뇌혈관이 재관류되지 않은 환자들이 그 대상이다. 다만 뇌허혈 중심부의 용적이 적고 뇌허혈 경계부의 용적이 큰 경우의 환자에게 국한해 적용할 수 있다.

뇌경색은 한 번 발생하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뇌경색이 나타나지 않도록 일찌감치 예방, 관리하는 게 상책이라는 의미다. 뇌경색이 다른 질환과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약 80%의 확률로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이다.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 수칙'을 명심하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에도 뇌경색 증상이 발생한다면 최대한 빨리 응급실을 찾아 적절한 재관류 치료를 통해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도움말 김용원 경북대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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