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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입주할 돈 없어 재건축 쫓겨날 판"…동인시영아파트 재건축 딜레마

지은지 50년 돼 영세민 몰려, 272가구 중 세입자 100가구 생계 어려워 이주 난항 우려

지난 1969년 지어져 대구에서 가장 오래 된 아파트인 중구 동인시영아파트가 조만간 재개발될 예정이다. 하지만 입주민 대부분이 영세민이다보니 옮겨갈 집을 마련하기도 어렵고, 새집에 입주하기 위한 추가 부담금 마련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지난 1969년 지어져 대구에서 가장 오래 된 아파트인 중구 동인시영아파트가 조만간 재개발될 예정이다. 하지만 입주민 대부분이 영세민이다보니 옮겨갈 집을 마련하기도 어렵고, 새집에 입주하기 위한 추가 부담금 마련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1일 오후 대구 중구 동인동 동인시영아파트. 백발이 성성한 최모(82) 할머니가 손수레를 끌고 단지 출입구를 나섰다. 1979년 집을 구입해 여태 이곳에 산다는 최 할머니는 인근 부동산 벽면 시세표에 적힌 '동인시영아파트'13평형'1억2천만원'를 보며 혀를 찼다. "재건축한다니까 신나서 가격이 저만큼 올랐다. 어차피 우리는 새집에 살 수도 없는데…."

그는 재건축이 반갑지 않다. 새집에 입주하기 위해 내야 하는 추가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상될 관리비를 낼 돈도 벌지 못한다. 할머니는 한숨만 거푸 내쉬었다. 1969년 지어져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동인시영아파트 주민들이 재건축을 앞두고 울상을 짓고 있다. 대부분 나이가 많고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탓에 당장 머무를 곳을 찾기조차 어렵다는 이유다.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동인시영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하는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선정,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조합 설립인가를 받았고 12월에 임시총회를 열어 LH와 공동시행약정까지 완료했다. 조합 측은 이르면 오는 3월 정기총회를 열어 절차를 밟고, 올해 안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곳 입주민 대부분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못한 영세민이다. 주민이자 관리소장인 심영초(77) 씨는 "한때 최고급 아파트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낡아갔고 영세민들이 몰려들었다. 집주인 중 이곳에 사는 사람은 오래전부터 살았던 사람들뿐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세입자다. 비도 새고 낡은 아파트에서 모두 어렵게 산다"고 했다.

집주인이라도 새 아파트에 들어갈 추가금은 큰 부담이다. 남석필(83) 할머니는 재건축을 기다리지 않고 집을 팔기로 했다. 추가금은 물론 몇 배는 뛸 관리비도 부담할 자신이 없어서다. 이곳의 관리비는 월 몇천원 수준. 그는 "자가이건 세입자건 지금 이곳에 사는 사람 중 새로 지어질 아파트에 들어갈 사람은 극소수"라고 했다.

특히 월세조차 부담스러운 일부 저소득층 세입자들은 앞길이 막막하다. 이곳 272가구 중 20여 곳은 빈집이고, 100가구 정도 세입자가 산다. 임대료는 보통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0만원 수준이다.

세입자 신모(89) 할머니는 "갈 곳이 어디 있나"는 말만 거듭했다. 가족도 연락이 끊겼고 몸이 아파 일을 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차라리 퇴거 전에 세상을 떠났으면 싶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구청은 입주민들의 이런 사정을 정비계획에 반영해달라고 LH에 요청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주거취약계층이 많이 사는 동인아파트의 특성상 구청에서도 걱정이 많다"면서 "LH 측에 '임대주택을 활용해 현 입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LH 관계자는 "이번에 지어질 아파트 일부는 행복주택으로 운영된다. 주거취약계층이 소외받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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