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로템, 스크린도어 공사도 안하고 56억원 챙겨

대구도시철도의 스크린도어 설치 사업이 대기업인 현대로템의 배만 불렸다. 현대로템은 지난 9월 실시된 대구도시철도공사 1'2호선 스크린도어 설치 공사 중 2호선 22개 역사 공사를 233억원에 수주했다. 그리고선 이를 자체 입찰에 부쳐 177억원에 공사를 하청업체에 맡겼다. 현대로템은 사실상 공사를 하지도 않으면서 단지 낙찰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공사비의 24%인 56억원을 챙기는 셈이다.

이는 두 갈래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원래 233억원이 필요한 공사를 현대로템이 입찰시스템을 이용해 177억원에 하청업체에 떠넘긴 경우다. 이 경우 하청업체로서는 공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격에만 맞춘 설계, 제작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를 제기한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우려한다. 여러 단계의 도급을 거치면서 제작 비용이 줄어들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실제 오작동과 고장이 잦아 유지 보수 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간다는 주장이다.

또 하나는 실제 공사비가 177억원이면 충분했던 경우다. 이런 경우라면 대구도시철도는 177억원이면 마칠 수 있는 공사를 233억원이나 들이고서도 안전은 담보하기 어려운 셈이 된다. 대구도시철도공사가 1천억원에 가까운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56억원에 이르는 혈세를 낭비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할 수 없다.

현대로템은 하청을 주더라도 본사 직원들이 설계와 제작 등 전반에 걸쳐 참여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주장한다. 도시철도공사도 조달청을 통해 업체를 선정했기 때문에 입찰 과정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자가 없다는 주장만 늘어놓을 일이 아니다. 56억원에 이르는 혈세로 대기업 배만 불렸거나, 이에 상응하는 공사비 후려치기로 부실 공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문제다. 조달청을 통한 입찰 업체들의 최초 입찰 과정에 담합 가능성은 없는지, 입찰자 선정 과정은 투명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나아가 하청업체는 자격이 있는 업체며,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필요하면 재입찰이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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