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산학연 20년] <4>협력 패러다임 전환

"R&D 협력 잘하고 있지만 실패도 포용해야"

국내 산학연 협력의 성과를 키우려면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지금보다 더욱 유기적으로 연결돼 궁극적으로는 일원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대구기계부품연구원 관계자가 지난해 연구성과발표회에서 지역 기업인들에게 산학연 사업 결과물을 소개하는 모습. 대구기계부품연구원 제공
국내 산학연 협력의 성과를 키우려면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지금보다 더욱 유기적으로 연결돼 궁극적으로는 일원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대구기계부품연구원 관계자가 지난해 연구성과발표회에서 지역 기업인들에게 산학연 사업 결과물을 소개하는 모습. 대구기계부품연구원 제공

"제조뿐만 아니라 생활의 모든 부분이 산업입니다. 대학'연구기관'기업 모두가 생활의 발전을 목표로 한 몸이 돼야 합니다."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들은 산학연 협력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했다. 지금껏 우리나라의 산학연 협력 시스템이 대학-연구기관-기업 순으로 단계적으로 추진됐다면, 앞으로는 이들이 유기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끔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학연 협력 성과가 연구 성과로 인정받음은 물론 산학연 사업 평가 기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학-산업체 간 밀접한 관계 유지, "독일만큼 잘하고 있지만 실패도 포용해야"

2000년부터 2003년까지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산학협력정책의 대상을 4년제 대학 및 대학원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인력양성뿐만 아니라 기술개발, 대학 보유 기술의 산업체 이전 등 R&D와 관련된 산학협력으로 확대하고자 정책을 전환했다.

이를 통해 산학협력 촉진을 위한 대학 운영 시스템의 개편, 산학협력 관련 제도의 도입, 산학 간 인적교류 활성화, 산학협력에 대한 정부의 역할 강화 등의 변화가 생겼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흐른 2013년 박근혜정부는 국정기조인 '창조경제'의 실현 방안으로 산학협력을 꼽으면서, 정부 주도의 산학협력을 벗어나 대학 산학협력단의 기능을 강화키로 했다.

'대학과 산업체가 함께하는 창조경제 실현'이라는 비전을 목표로 마련된 산학협력단 기능 강화 방안은 ▷산학협력단 기능을 지원하는 인프라 강화 ▷산학협력 기획'조정 역량 제고 유도 ▷대학별 다양한 산학협력 전략 수립 촉진 등이다.

이 같은 방향은 산학협력의 우수 모델로 평가받는 독일의 정책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다만 성과를 평가함에 있어 실패를 용납하지 않거나 융통성이 발휘되지 않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히고 있다.

대구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는 연구 기간이 3년인 사업에 대해 그 기간이 끝나는 즉시 기업 매출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기준으로 성공 여부를 평가한다. 이때 사업이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면 다음 국책사업 신청 시 가점을 주지만, 반대로 성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면 감점을 주거나 최대 3년간 사업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다"며 "연구가 현장에 도입돼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적어도 1년, 길면 10년도 넘게 걸릴 수 있는데 현행 평가 기준은 너무 인색하다"고 말했다.

다른 연구기관 관계자도 "외국의 산학협력 우수 국가들은 신기술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3~5년 동안 성과 판단을 유보하기도 한다"며 "대학과 연구기관이 '안전한' 기술 개발만 시도하지 않게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산학연 일체화 힘써야

대학과 연구기관 관계자들은 대학이 먼저 학교별 특성에 맞는 산학 일체형 모델을 개발, 특성화된 교육을 통해 산업계의 수요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산학연 3개 기관이 한 몸이 돼야만 기술 개발이 더욱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기초연구 기관인 대학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대학을 여전히 높은 장벽 너머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기업인들은 "연구 의뢰를 받은 일부 교수들은 이를 자신과 무관한 일처럼 여기거나, '연구만 하기도 바쁘다'는 듯한 태도를 보여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한 4년제 대학 산학협력단 교수는 대학이 태도를 바꾸고 산학연의 주도적 중개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권위지인 'SCI'에 연구 논문이 게재된 숫자만 대학의 연구 실적으로 인정했다. 이 탓에 많은 교수가 연구에만 몰두하고 산학협력에는 뒷전이었으나, 지금은 산학협력 성과도 교수의 성과로 인정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산학연 협력사업은 단지 기업의 기술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생활을 얼마나 윤택하게 할 것인가와도 관계가 있다. 산학연 가운데 '산업'이란 곧 생활을 가리킨다는 의미"라며 "점차 산학연 성과도 연구 실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교수들은 산학연 협력사업을 통해 자신의 연구 능력을 키우고, 기업의 의뢰 내용과 관련 있는 연구기관에 응용기술 개발을 중개하는 등 산-학-연 3개 단체가 한 몸이 되게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학 간 인적교류가 형식적인 모습에 그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대학 한 산학협력단 교수는 "대학교수는 장기간 기업에 머물며 기술지도 등 현장 경험을 익히고, 기업인은 산학연 협력을 통해 얻은 현장의 역량과 경험을 대학생들에게 교육하는 '현장중심형 교육' 제도가 필요하다. 연구기관 역시 기업체뿐만 아니라 대학과 자주 접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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