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산학연 20년] <1>중소기업 활로, 산학연서 찾는다

기술혁신 조력자, 中企의 구원 투수 "부르면 달려 갑니다"

치과용 의료기기 전문생산기업인 (주)세신정밀 이중호(왼쪽) 대표와 대구기계부품연구원 조지승 연구원이 생산된 부품을 살펴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치과용 의료기기 전문생산기업인 (주)세신정밀 이중호(왼쪽) 대표와 대구기계부품연구원 조지승 연구원이 생산된 부품을 살펴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경북대 이상룡(가운데 선 사람) 기계공학부 교수가 지역 기업체 대표들과 경북대 산학협력단 기술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경북대 제공
경북대 이상룡(가운데 선 사람) 기계공학부 교수가 지역 기업체 대표들과 경북대 산학협력단 기술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경북대 제공
경북대 교내 테크노빌딩과 IT융합산업빌딩에서는 초기 창업자와 벤처기업들이 산학 지원을 받으며 창업 성공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경북대 제공
경북대 교내 테크노빌딩과 IT융합산업빌딩에서는 초기 창업자와 벤처기업들이 산학 지원을 받으며 창업 성공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경북대 제공

'산(産)'학(學)'연(硏)'은 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협력해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늘 신기술에 목말라 있으면서도 자체적인 연구개발(R&D) 능력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으로선 산학연이 구원투수나 다름없다.

과거 대학'연구소에서 기업으로의 일방적인 기술 전수를 의미하던 산학연은 이제 쌍방향 교류로 그 범주를 넓히고 있다. 대구 산학연이 올해 20년을 맞았다. 대구테크노파크(TP) 탄생의 원동력이 된 '경북대 산학연 협동사업단'이 신설된 해가 1995년이다. 산학연은 특히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대구경북 기업 현장에서 기술혁신의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해 왔다. 대구를 중심으로 산학연의 의미와 변화상, 발전 과제를 짚어본다.

◆중소기업의 동반자, 산학연

치과용 의료기기 전문 생산기업인 ㈜세신정밀(창업주 이익재'성서5차 산업단지)은 산학연에서 발전의 원동력을 찾은 기업이다. 1976년 창업한 후 의료용'기공용 핸드피스(치료기) 분야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유럽 등 12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2008년 대구시 스타기업에 선정됐고, 올해 5월 대구연구개발특구본부로부터 '첨단기술기업'으로 선정됐다.

첨단기술기업은 매출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기업이 대상이다. 세신정밀 발전의 비결은 산학연이다. 기술 애로에 부딪힐 때마다 대학, 연구소의 문을 두드렸고 해답을 찾았다.

세신정밀 이중호 대표는 "임플란트 수술장비 개발'개량 과정에서 대구기계부품연구원(DMI), 경북대, 계명대 등 여러 연구원, 대학으로부터 결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새 제품 개발은 선진 기업 제품을 분석하는 작업이 첫 단계다. 그 구조와 작동원리를 파악하고 나면, 시제품을 만든다. 아울러 시제품이 원하는 성능이 나오는지 시험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과정들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세신정밀은 DMI와 오랜 기간 협업하며 도움을 받아왔다. 2001년 성서산단에 문을 연 DMI는 대구지역 350여 개 중소기업과 연계하며 기술 개발을 돕고 있다. 이곳에는 소재 및 가공기술, 역(逆)설계, 구조 및 동역학 해석, 측정 등 제품 개발에 필요한 단계별 전문가 70여 명이 일하고 있다. 3D스캐너 등 분석 장비도 보유하고 있으며, 시제품 성능평가도 한다. 이 대표는 "5년 전 개발에 착수한 제품이 최근에야 생산되고 있다. DMI와의 오랜 협업 덕분에 꾸준히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했다. 연구과제 수행도 함께 했다. 세신정밀은 2010년 DMI와 '초음파 및 마이크로 모터를 이용한 치과 시술용 복합 유닛' 연구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 2009년 139억원이던 매출이 2013년 28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DMI는 성서산단 중소기업들의 친근한 조력자로 사랑받고 있다. 대홍코스텍 김기환 부사장은 "DMI 연구진은 일과 후, 주말에도 기업체 요청에 흔쾌히 응할 정도로 열성적이어서 기업들의 큰 힘이 되고 있다. 개별 기업마다 현장을 잘 알다 보니 필요한 문제를 먼저 알고 짚어준다"고 했다.

세신정밀은 대학과의 협업에도 열중했다. 핸드피스 부품인 기어 개발에는 경북대 기계 전공 교수의 도움을 받았고, 시제품인 핸드피스 테스트는 경북대 치과대학병원의 도움을 받았다.

이 대표는 산학연이 무엇보다 인력 양성에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재직자 교육만으로는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계명대 학생들을 우리 회사에서 현장실습시킨 후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과 의료기기 개발 및 인'허가 과정을 대학 커리큘럼에 포함시킨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습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대학에서 양성하는 것 역시 산학연이 꼭 필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김정태 DMI 원장은 "DMI는 각종 연구'시험 장비를 구축하고 전문 연구인력을 확보해 지역 중소기업의 현장 애로 기술을 지원하고, 공동 연구개발 수행, 시험'성능평가 지원 등 다양한 기업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성서산단에만 3천여 개 기업이 있지만 DMI와 연계한 기업은 350개에 불과한 만큼 더 많은 기업들이 DMI와 손을 잡고 필요한 신기술을 함께 개발하기 바란다"고 했다.

◆경북대에서 출발한 대구 산학연 20년

"기업의 활로는 산학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산학연 활성화를 위해선 대학'연구기관이 가진 이론과 기업이 가진 현장 능력이 상승효과를 내야 하므로 대학과 기업의 친밀도를 높이는 노력을 선행해야 합니다."(경북대 기계공학부 이상룡 교수)

대구 산학연의 출발점은 1995년 경북대 산학연 협동사업단 결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1993년 중소기업 육성정책 일환으로 대학'연구기관'중소기업을 연계해 기업의 기술개선을 통한 신제품 개발을 유도'촉진하는 산학연 협력에 착수했다. 같은 해 경북대 '산학연 컨소시엄 센터'가 설립됐고, 이후 연구 기자재 외부 개방과 산학연 협동사업단 활동 등을 통해 축적한 역량은 1998년 대구TP 설립의 원동력이 됐다. 경북대와 계명대, 영진전문대, 대구시, 산업부가 함께한 대구TP는 현재까지 지역 산업기술 연구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경북대는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산학협력 전담교수제'를 도입, 산학협력 확산을 주도해왔다. 산학협력 전담교수들은 각자 전문 분야를 갖고, 기업의 가려운 곳을 직접 긁어주거나, 또 다른 전문가'인력을 소개해 주는 '중매쟁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경북대는 초기 창업자에서 벤처기업으로 성장하는 단계별 입주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달 기준으로 경북대가 교내'외에서 운영하는 시설의 입주기업은 122개사에 이른다.

교내 곳곳에서 입주기업이 활약 중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테크노빌딩에는 초기 창업자(1인 창업실) 11개사와 벤처기업(Post-BI) 26개사, IT융합산업빌딩에 IT 융합 벤처기업 38개사 등 103개사가 경북대 교내에서 창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교외 중소기업성장지원센터(달서구 송현동)에는 대구경북중소기업청과 연계한 19개사가 입주해 있다.

경북대 기업 지원 공간에 입주한 기업들은 대학교수로부터 자유롭게 기술'경영지도 조언을 받을 수 있고, 경북대 대학생'대학원생 등 고급인력들과 함께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입주기업의 대부분은 경북대 IT 대학(전기'전자'컴퓨터 기술)의 첨단기술뿐만 아니라, 정밀소재 및 로보틱스(기계'화학'에너지 및 메카트로닉스 기술) 분야의 기술개발에도 협력하고 있다.

경북대 이영목 산학협력단 교수는 "최근에는 공과대학과 IT대학 중심 입주기업과의 산학 연계 협력이 농'생명,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의학과 기술경영을 중심으로 한 경영'경제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며 "대학에 입주한 초기 창업기업들이 체계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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