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잊지 않아요, 위안부] 작으나마…아픈 역사 기억하려 행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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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여고 역사동아리 헤로도토스 부원들이 전시물을 준비하고 있다. 효성여고 헤로도토스 제공
효성여고 역사동아리 헤로도토스 부원들이 전시물을 준비하고 있다. 효성여고 헤로도토스 제공
'아름다운 작품을 남겨주신 할머니들을 예술가로서 존경하고 기억하는 하루가 되기를.'마리몬드는 꽃을 사랑했던 고 심달연 할머니의 작품을 활용한 스마트폰 케이스를 판매하고 있다. 마리몬드 홈페이지
'아름다운 작품을 남겨주신 할머니들을 예술가로서 존경하고 기억하는 하루가 되기를.'마리몬드는 꽃을 사랑했던 고 심달연 할머니의 작품을 활용한 스마트폰 케이스를 판매하고 있다. 마리몬드 홈페이지

◆대구 효성여고 역사동아리 '헤로도토스'

"할머니들의 상처에 비하면 우리의 발걸음은 아직 미약한 수준이에요.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꾸준히 힘을 보탤 거예요."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군에 의해 끌려갈 때와 비슷한 또래의 여학생들이 4년째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대구 효성여고의 역사동아리 '헤로도토스'는 2011년 창단 이래 지금까지 또래 학생들과 대구시민들에게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알리는 활동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할머니들의 손녀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헤로도토스가 결성된 계기는 2011년 지도교사인 김명희 선생님의 집으로 날아온 엽서 한 통 때문이었다. 엽서의 내용은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서 보낸 것으로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고발하는 데 앞장서 온 이용수 할머니의 생일잔치를 연다는 안내문이었다. 김 선생님은 "생일잔치를 여는 위치가 학교에서 가까워 찾아가 보게 됐는데, 이때 시민모임 측에 '학생들과 함께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 이에 1학년이던 학생 5명과 함께한 활동이 헤로도토스의 시작이었다. 특히 2012년부터 헤로도토스가 주도적으로 진행해 온 '희움'의 블루밍 의식 팔찌 공동구매 행사는 이 학교의 새로운 전통이 되고 있다.

이 밖에도 헤로도토스는 인근 중'고교나 동성로 등 학교 밖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기 위한 전시 및 알림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특히 이런 전시'알림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잘 모르거나 무관심한 모습들을 많이 목격했다. 2학년 부원 이소현(18) 양은 "한 중학교 전시 행사에서 받은 소감문 중 '위안부 할아버지 힘내세요' '나라를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등의 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2학년 부장 이현정(18) 양은 "결코 다른 나라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인데 무관심한 어른들의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고 '해결되기는 할까'라는 답답한 마음도 생겼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1학년 부장 이해인(17) 양은 "할머니들이 '헤로도토스'를 알고 계시다는 사실에 놀랐고, 우리들을 한 명씩 다 안아주시면서 '건강하라'고 하시는 모습에 따뜻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런 활발한 활동 덕분인지 헤로도토스는 효성여고 안에서도 인기가 높은 동아리에 속한다. 이번에 1학년 신입 부원을 모집할 때도 10명 모집에 57명이 몰렸을 정도다. 학생들도 헤로도토스 활동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올해 졸업한 김세현(19) 양은 "매달 활동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이 우리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마다 '내가 뭔가 해내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사는 동안 이만큼 뿌듯한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헤로도토스는 SNS를 비롯한 많은 곳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확산시키고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김 선생님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학생들의 태도와 능력에 감탄할 때가 많다"며 "다 커서도 올바른 역사관을 가진 어른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할머니들 작품 활용한 제품 판매 '마리몬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예술가였다. 고 김순악, 심달연 할머니는 생전에 압화 작품을 많이 남겼다. '마리몬드'는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을 활용한 각종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다. 이들은 사업 시작부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했고, 수익금의 상당 부분을 할머니들을 후원하는 데 사용했다. 대구 위안부 역사관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에 정성을 보탰고, 정부 보조금 없이 해외에 사는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생활복지기금을 전달했다.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인순 사무처장은 "대구 위안부 역사관에 마리몬드가 1억여원의 성금을 보태 큰 도움이 됐다. 마리몬드는 단순한 디자인 상품만 파는 업체가 아니라 여성 인권 문제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 11명을 둔 마리몬드는 작지만 신념 있는 업체다. 대표인 윤홍조(29) 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대학 시절, 비즈니스 모델로 사회적 약자를 돕는 학과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처음 연을 맺었다. 윤 씨는 "의식 팔찌와 위안부 할머니 압화 작품을 응용한 상품을 파는 '희움'에서 활동했었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이 활동에 보탬이 되려고 서브 브랜드인 '희움더클래식'을 만들었는데 고객들에게 혼란을 줄 것 같아서 이름을 마리몬드로 바꿔 독립 기업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휴대전화 케이스와 텀블러, 티셔츠 등 다양하다. 올해 초 마리몬드는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인기 검색어로 오를 만큼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가 마리몬드 폰케이스를 들고 공항을 나서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수지 폰케이스'로 유명세를 탔다. '수지 효과'는 대단했다. 윤 대표는 "수지 씨가 들고 있었던 폰케이스는 우리 제품 중에 가장 판매가 저조한 색상이었는데 이 제품이 대량으로 품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수지 씨가 어떻게 우리 제품을 사용하게 됐는지 지금도 의문"이라며 웃었다.

선한 의도로 시작한 사업이지만 순간순간 위기도 있었다. 대구 위안부 역사관 건립기금으로 현금이 많이 빠져나가 회사가 휘청거릴 때도 있었지만 처음 세웠던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 윤 대표는 "마리몬드의 미션에 공감하고 지금까지 함께 해준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가치를 담은 상품과 디자인을 만들어서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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