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더 괴로운 체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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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퀴한 냄새…비호감 찍힐까 온종일 스트레스

몸에서 나는 냄새, '체취'는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만든다. 체취는 때로는 외모보다 강렬한 힘을 지닌다. 빼어난 외모에 감각적인 옷차림을 했더라도 악취가 난다면 비호감으로 찍힐 가능성이 높다. 주변에 사람들이 오기를 꺼리고 잘 씻지 않는다거나 질병을 앓고 있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발바닥 등 감춰진 신체 부위에 땀과 분비물이 많이 나는 여름은 더욱 괴롭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모를 하고 데오드란트를 뿌리거나 땀샘 억제제를 바르며 악착같이 냄새를 없애려고 한다. 사실 땀 자체가 고약한 냄새를 풍기진 않는다. 땀을 매개로 서식하는 박테리아나 세균이 원인이다.

◆겨드랑이가 악취 공장? 액취증

사람의 몸에는 피지를 만들어내는 피지샘과 아포크린샘, 에크린샘이라는 세 종류의 땀샘이 있다. 에크린샘은 전신에 퍼져 있는 땀샘으로 교감신경계의 조절을 받아 체온을 조절한다. 에크린샘에서 나오는 땀 성분의 99%는 물이고 약간의 염화나트륨이 섞여 있다. 냄새 나는 성분은 거의 없다. 씻지 않고 내버려두면 박테리아가 번식해 퀴퀴한 냄새가 날 수는 있지만 씻으면 곧 사라진다.

'체취'를 만드는 건 주로 아포크린샘이다. 아포크린샘은 머리 일부와 겨드랑이, 사타구니 부분에만 분포되어 있는 땀샘이다. 사춘기가 될 때까지는 거의 나오지 않다가 2차 성징이 나타나며 본격적으로 분비되기 시작한다. 한창 예민할 나이인 청소년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다. 아포크린샘에서 나오는 땀은 지방 성분이 많다. 이 지방성 땀이 흰색 셔츠의 겨드랑이를 누렇게 물들이고 지린내에 가까운 액취증의 원인이 된다. 아포크린샘에서 분비된 땀 냄새 자체가 심히 불쾌한 건 아니다. 습한 겨드랑이에 서식하는 그람 양성 세균이 지방이 많은 땀을 먹고 암모니아와 지방산을 만들기 때문에 악취가 나게 된다.

사실 아포크린샘에서 분비되는 땀은 이성을 유혹하는 페로몬의 일종이다. 남성의 아포크린샘 분비물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분해되어 만들어진 호르몬인 안드로스테논이 포함되어 있다. 한때 천연 최음제였을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의 분비물은 옷으로 가려지며 덥고 축축한 박테리아의 서식처가 돼버렸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백인이나 흑인에 비해 액취증의 발생 빈도도 낮고 강도도 약하다. 사람들 대부분이 액취증이 없다 보니 액취증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겨드랑이 액취증의 치료는 쉽지 않다. 자주 씻고 땀 억제제를 사용하고 옷을 자주 갈아입는 것이 평소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겨드랑이 면도는 도움이 되지만 레이저 제모는 오히려 냄새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항균비누나 국소항생제도 도움이 되며 보툴리눔 톡신, 일명 보톡스를 이용한 치료도 도움이 된다. 땀샘을 제거하는 수술로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재발 가능성도 있다. 수술은 보통 겨드랑이 피부를 잘라내거나 피하절제를 통해 아포크린샘만 제거하는 방법을 쓴다. 초음파나 이산화탄소 레이저, 지방흡입술 등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발에서 나는 고린내 어떡해?

식당에서 신발 벗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시큼하고 꼬릿한 발냄새 때문이다. 발냄새의 주된 원인은 에크린샘에서 나오는 땀이다. 정확하게는 땀 속에서 번식하는 세균이 문제다. 땀으로 발이 젖으면 발의 각질이 물러진다. 이때 세균이 땀에 불어난 각질을 분해하면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이소발레릭산'이라는 화학물질을 만들어낸다. 이 물질이 발 냄새의 주범이다.

무좀도 원인이 된다. 무좀을 일으키는 피부사상균은 발가락 사이의 피부를 짓무르게 하고 허예지거나 갈라지며 악취를 풍긴다. 마늘이나 카레, 술, 약, 대사장애 질환 등에 의해 냄새가 발생하기도 한다.

심한 발 냄새는 더 큰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냄새를 풍기는 발을 방치하면 혐기성(공기를 싫어하는) 세균이 피부로 침투한다. 이때 발바닥에 분화구 모양의 구멍이 송송 뚫리는데 이를 '오목각질융해증'이라고 한다. 이 질환은 살이 썩는 냄새뿐만 아니라 엄청난 통증을 유발하고, 장기간 항생제 치료까지 받아야 한다.

발 냄새도 겨드랑이 액취증처럼 자주 씻고 땀 억제제인 알루미늄클로라이드 제제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흔히 사용하는 데오드란트의 주성분이다. 피부 표피층의 땀샘을 물리적으로 막아 땀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항균비누나 국소항생제를 사용하거나 보툴리눔 톡신(보톡스)도 도움이 된다. 보툴리눔 톡신은 땀 분비를 자극하는 자율신경을 억제함으로써 땀의 분비를 줄여 근본적으로 냄새를 줄여준다. 다만 유효기간이 1년 정도여서 규칙적으로 주사를 다시 맞아야 하고 주사 시 통증이 심한 게 단점이다. 땀을 마르게 하는 소금이나 항균 작용이 있는 식초, 홍차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무좀이 있다면 무좀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무좀약은 수용액과 크림, 연고 등이 있는데 진물이 나면 수용액이, 각질이 일어나는 상태라면 크림이나 연고 타입이 좋다.

양말은 잘 골라 신을 필요가 있다. 나일론보다는 면 양말이 좋다. 땀이 많이 나면 양말을 여러 켤레 갈아신고, 신발도 여러 켤레를 번갈아 신는 게 좋다. 발에 꽉 끼지 않고 살짝 여유가 있는 신발을 신으면 도움이 된다. 일반 양말보다는 발가락 양말이 좋고 발을 씻고 나서는 발가락 사이 물기를 재빨리 드라이어로 말려야 냄새가 나지 않는다. 장화나 워커, 부츠 등 밀폐된 신발은 냄새를 악화시킨다.

그래도 땀이 나고 냄새가 난다면 다한증 치료를 해야 한다. 다한증 치료는 약물요법, 발바닥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보내는 치료, 보톡스나 수술 등의 방법을 쓴다.

도움말 경북대병원 피부과 이원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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