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개의 좁은 골목, 1천개의 이야기…골목, 별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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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대구 중구 근대골목 야경투어가 실시돼 참가한 주민과 관광객들이 청사초롱을 들고 근대골목 일대를 거닐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지난해 가을 대구 중구 근대골목 야경투어가 실시돼 참가한 주민과 관광객들이 청사초롱을 들고 근대골목 일대를 거닐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906년까지 대구에는 대구읍성(邑城)으로 불리는 성(城)이 있었다. 1906년∼1907년 대구읍성의 동서남북 네 벽을 허물고 낸 도로가 동성로(東城路), 서성로, 남성로, 북성로다. 이들 거리 중 1920년대부터 70년대 초까지 가장 번화했던 거리는 북성로였다. 일본인들이 북쪽 도로를 선호했고 철도와 대구역, 공회당 등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동성로는 이들 네거리 중 가장 썰렁했다.

도심은 변천한다. 이미 상권이 형성돼 있는 곳은 부동산 값이 비싸고, 새로 진입을 시도하는 상권은 가격이 싼 곳을 찾는다. 비싼 북성로 대신 동성로에 상권이 새롭게 형성되면서, 또 세월의 파괴력이 가해지면서 북성로는 낙후지역으로 남게 되었다. 다음 절차는 이 오래된 북성로의 낙후된 건물과 낡은 문화를 철거하고 새 건물과 새로운 문화를 건설하는 것이다. 바로 도심 재개발로, 철거와 재건축이다.

대구 중구에는 1000여 개의 골목이 있다. 좁고 구불구불하고 누추한 골목들이다. 그리고 100년이 넘은 건물, 100년이 다 되어 가는 건물, 사람이 살지 않는 건물, 사람이 살 수 없는 건물이 있다. 이 좁은 골목을 허물고 널찍한 도로를 건설하는 일, 낡고 누추한 건물을 철거하고 빌딩을 올리는 것을 우리는 당연한 일로 간주했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좁은 골목과 낡은 건물을 헐면 그 속에 배어 있는 '사람 이야기', '역사와 문화'도 함께 철거된다는 당연한 사실에 특별히 주목했다. 이 책 '골목, 별이 되다'는 윤순영 청장이 '1천개의 좁은 골목'을 철거하는 대신, '1천개의 이야기'를 복원한 이야기, 누추한 건물을 뜯고 재건축하는 대신 재생하는 과정에서 부닥쳤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윤 청장은 이 과정을 '예술행위'라고 명명하며, 스스로를 '예술기획자'라고 말한다. 화가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윤 청장은 도심에 그림을 그렸다. 밑그림을 싹 걷어내고 자기 마음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밑그림을 바탕으로 자칫하면 우리가 잊을 뻔했던 옛 이야기를 하나씩 복원했다.

대구 중구의 낡은 골목과 오래된 건물이 훌륭한 관광거리가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대구 중구의 옛 골목과 오래된 건물을 구경하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듣기 위해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수학여행 온 교복 차림의 학생들, 단체 관광에 나선 내외국인들, 삼삼오오 짝을 이룬 개별 관광객들…. 이들은 골목골목을 헤집고 다니며 기념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듣는다. 중구 옛 골목은 '2012년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되었고,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100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350여 년 전통을 자랑하는 약령시, 100년이 넘은 계산성당, 지금은 아름답기 그지없는 3'1운동 계단, 일제 강점기 한민족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는 북성로 제화골목, 일제의 번성과 몰락을 집대성해놓은 듯한 미나카이 백화점, 이상화 고택과 서상돈 고택, '봄의 교향악이 울러 퍼지는…'으로 시작하는 청라언덕, 영남 선비의 과거길 영남대로, 가수 김광석의 방천시장. 이 모든 것들이 대구 중구에 있다.

책 '골목, 별이 되다'는 이 많은 이야기들이 철거되는 대신 우리 곁으로 생생하게 다가오는 과정을 담고 있다. 더불어 '대구시 중구의 골목과 거리'가 어떤 곳인지를 세세하고 흥미롭게 들려준다. 대구 중구 '옛도심'은 그야말로 이야기보따리다. 285쪽, 1만5천원. ▷저자와 만남=28일(토) 오후 3시~. ▷교보문고 대구점 1층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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