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기로에 선 아베노믹스에서 배우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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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말 일본 자민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시작된 강경 우익의 '아베 노선'은 일본은 물론 아시아 주변국들에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한일 간은 물론 중일 간 영토분쟁도 불사하면서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자위대 역할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한중 두 나라와 '샅바 싸움'이 한창이다. '아베노믹스'를 내세워 '돈 풀기'를 지속하면서 엔화 약세를 조장해 한국과 중국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일본은 또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해 아시아에서의 무역주도권도 거머쥐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일본이 경제전쟁의 주 무기로 쓰는 돈 풀기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소위 '잃어버린 20년' 동안 극심한 장기 불황을 겪었다. 그때 일본 정부는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수차례 양적완화(돈 풀기)를 시도했다. 특히 2001년부터 약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통화량을 늘려나갔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당시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어찌 보면 지금의 양적완화는 그때의 실패를 거울삼아 단기간에 임팩트 있게 돈을 풀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아베 내각 출범 당시 달러당 85엔에 달하던 엔화 가치는 20%나 떨어졌다. 소비심리도 되살아났고, 일본 정부가 그렇게 원하던 인플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적완화, 적극적 재정정책, 성장전략이라는 세 개의 화살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는 아직도 일본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화살을 쓰는 과정에서의 부작용이 만만찮고, 그 부작용을 다스리는 과정에서 원래 약효가 상쇄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아베 경제정책의 성공 여부는 다음 네 가지 우려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째, 적극적 재정지출 확대가 이미 과중한 국가채무 부담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말 일본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243%로, 다른 선진국 대비 5~6배에 달한다. 일본이 추가 국채 매입을 통해 통화량을 늘리는 양적완화를 과도하게 추진할 경우, 일본 경제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외국인 국채 투매로 국채가격 폭락과 금리 폭등을 촉발할 수 있다.

둘째, 이러한 재정악화를 우려해 올 4월 단행한 소비세 인상이 그동안의 정책효과를 상쇄하며 경기 위축을 장기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1997년 4월의 소비세 인상 당시 분기 성장률이 -3.7%로 급락한 것을 볼 때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다시 냉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최근의 엔화 약세는 수출 증가 효과는 미미한 채 수입 부담만 늘리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도 팽배하다. 엔고 시절 일본 기업들이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 엔화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취해온 조치들 때문에 막상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도 뚜렷한 수출 증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비중 축소로 에너지 수입이 크게 늘어난데다 엔화가치 하락이 겹쳐 수입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작년 한 해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는 1천2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수출도 오히려 1.5% 감소했다.

넷째, 성장전략이 기대보다 미흡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법인세 인하,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 TPP 가입 등 산업활성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가 부분적이거나 정책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아베노믹스가 한계에 부닥친 것은 자명해 보인다.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를 상쇄하기 위해 돈을 추가로 풀 경우 국채부담이 늘어나는데다 엔화 약세로 에너지 등의 수입 부담이 커지면서 만성적인 무역적자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는 20년의 시간을 잃어버린 후 다시 경제를 살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웃 일본을 통해 배우고 있다. 우리가 일본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본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부동산 시장은 온기가 사라졌고 가계 부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복지예산 증대로 재정건전성은 악화 일로에 있고 성장을 위한 국내 설비 투자마저 저조하다. 정부의 주도적인 거시 및 산업정책, 과감한 구조개혁, 민관의 정책 공조를 이끌어 내기 위한 리더십과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 절실한 때다.

고준형/포스코경영연구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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