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학 박사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평생 가족의 희생양으로 살아온 맏딸

맏딸인 저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어머니와 장사를 하면서 동생들을 키웠고 출가까지 시켰습니다. 매일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새벽부터 일했고,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식사를 거르면서까지 치열하게 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나 집에서는 저를 따뜻하게 대해주기는커녕 어머니의 혹독한 차별로 저의 희생은 당연시되었지요. 그때 저는 기가 죽어 다른 형제보다 못나고 부족한 존재로 여겨 단지 그들을 위해 일하는 소나 하녀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문제는 아직도 어머니는 제게 자녀가 없다는 이유로 계속하여 동생들 자녀에게 생활비를 주라고 회유하고 윽박지릅니다. 저는 그간 어머니의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따랐습니다. 하지만 내 가족도 만들지 못하고 희생만 하고 살아온 제게 동생들을 위한 희생 강요는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합니다. 저는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요.

중년을 지나 노년에 가까이 와서야 가족 속에서 희생자 역할을 했던 가여운 일생을 돌아보는 귀하의 마음이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가족이란 원래 마음을 모아 부족한 게 있으면 나누고, 아픈 데가 있으면 보듬어 주는 것이 본래 모습이겠지만, 헌신하는 형제의 마음을 몰라주고 희생만을 줄곧 강요한다면 당사자는 더없이 외롭고 무력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이득만 빼곡히 채우려는 가족들에게 더 이상 끌려가지 않고 용감하게 거절의 목소리를 내려는 귀하의 모습이 반갑게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가는 말(馬)에 채찍질 더 한다'는 속담처럼 자기 존재의 귀함을 스스로 던지고 일방주도형의 희생만 한다면, 상대는 그의 고통과 감정을 짚어주기도 전에 그저 달려가는 일밖에는 할 게 없는 말(馬)처럼 여겨 더 힘차게 달리라고 채근하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지요. 지금 귀하의 가족은 강자와 약자로 이루어진 가족관계에서만 통용되는 규칙과 약속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끊임없이 '희생하는 사람'의 자리에 서서 가족을 위해 자기를 버리고 헌신하는 사람과 그 희생을 아무런 대가 없이 당연하며 '강요하는 자리'에 서서 일평생 군림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주고받는 역동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가족 모두는 귀하가 같은 형제임에도 오로지 맏이라는 이유로 돌아가신 아버지 자리를 대신하여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 여겼고, 또 귀하는 집안 분위기에 눌려 어린 시절을 빼앗기고도 마치 어른처럼 살아오셨던 것 같습니다. 형제들을 먹이고 입히느라 자신의 존재를 느끼기조차 할 수 없었던 막막한 시절이었으리라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누구 하나 가족에 대한 헌신과 공로에 대해 따뜻한 위로와 인사 없이 헌신만을 계속 강요하니 귀하의 마음속에는 분노와 서러움이 가득하여 더욱 무력할 수밖에 없으리라 봅니다.

지금은 당신이 당신을 도우셔야 합니다. 거기에는 해처럼 빛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어쩌면 그 용기는 태어나서 여태껏 한 번도 생각해 볼 수 없었던 위대한 시도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나는 이제 나를 위해서 살아 갈거야!'라고 당당하게 가족들 앞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그 말은 그동안 귀하로부터 받아온 은혜와 고마움을 마음으로라도 갚을 수 있는 형제들의 굳어진 생각을 두드리는 놀라운 변화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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