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10주기] <하> 부상자 처우 및 향후 대책

"후유증 계속" 부상자 60∼70%는 치료 대상자, 보상금 받았다고

2'18 대구지하철 참사 10주기를 계기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부상자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참사 10주기를 나흘 앞둔 14일 대구도시철도공사가 노사 합동으로 교대역~반월당역까지 걸으며 선로의 관리상태와 안전관리자 업무이행 실태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18 대구지하철 참사 10주기를 계기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부상자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참사 10주기를 나흘 앞둔 14일 대구도시철도공사가 노사 합동으로 교대역~반월당역까지 걸으며 선로의 관리상태와 안전관리자 업무이행 실태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 지하철 참사 부상자들은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데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후유증이 계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완치는 사실상 어렵고, 종합검진을 통해 현재의 질환이라도 확인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보상금을 모두 소진한 부상자들은 경제적인 여유도 없는 상태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지하철 참사의 교훈을 바탕으로 여러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결국 시민들의 안전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풍비박산 난 가정-박용현

부상자 박용현(가명'60) 씨는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 사고 후유증으로 몸이 시들어가자 가족들이 그를 버렸다. 월 5만원의 쪽방에 살고 있고 무료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그는 10분 이상 손과 발을 움직이지 못한다. 가슴이 아프기 때문이다. 심장이 아픈지, 폐가 아픈 건지는 모르지만 조금만 손과 발을 사용하면 가슴을 찌르는 듯 통증이 온다. 바느질도 빨래도 못할 지경이다. 지하철 사고 후유증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사고 당일 지하철을 타지 않았다. 칠성시장에 장을 보기 위해 중앙로역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지하 2층에서 승차권을 끊는 동안 메케한 냄새가 났다. 전동차에서 화재가 났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종이를 태우면서 나는 연기라고만 생각했다. 5분여 지나니까 강한 독성의 화학성분이 타는 듯 시꺼먼 연기가 주변을 온통 채웠다. 갑자기 목이 막혔다.

그때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그는 옷으로 입과 코를 가린 채 지상을 향해 걸었다. 밖으로 나오는 5분이 5년처럼 느껴졌다. "연기가 정말 독했다. 숨을 너무 참은 탓인지 눈에서 불꽃이 났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지상에 올라온 뒤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뒤 정신을 차렸고,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퇴원했다. 하지만 잠을 잘 수 없었다. 이유없이 밤새 뒤척이는 날이 계속됐다. 시내 종합병원 정신과병원에 입원했다. 수면제 주사를 맞고도 2시간만 자면 정신이 말똥말똥해졌다.

머릿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흐르다가 순간적으로 불꽃이 튀는 듯한 이상한 경험을 여러 차례 했다. 퇴원을 해서도 잠을 못 이루는 날이 계속됐다. 하루 수면제를 12알이나 먹었다.

건축업 등을 하며 세 식구를 먹여 살리던 그는 서서히 무너져 갔다. 조금만 일해도 몸이 피곤해지면서 막노동도 못할 지경에 처했다. 계속된 수면제 복용으로 위도 아파왔다.

가족들은 서서히 그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2008년 여름 부인이 자식들을 데리고 집을 나갔다. 홀로 남겨진 그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지만 살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참았다.

가족들이 떠난 후 각종 질환이 더 심해졌다. 고혈압, 식도염, 고지혈, 전립선 질환 등을 앓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배가 점점 불러온다. 그는 "먹는 것도 없는 데 3년여 사이에 20㎏이나 살이 쪘다"며 부푼 배를 보였다. 어디가 탈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큰 병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고개 숙인 그의 두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부상자, 종합검진이 필요

2'18 지하철 참사 부상자들은 건강보험 적용도 일반보험 가입도 할 수 없다. 참사를 겪은 후 평생 치료비를 보상받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참사의 여파로 향후 각종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보험회사도 가입을 꺼린다.

부상자들에겐 특별위로금과 만성후유진료기금, 음성'언어장애 보상금 등 모두 135억원가량의 보상금이 3차례에 걸쳐 지급됐다. 1인당 평균 8천300만원을 받은 셈.

하지만 부상자들은 사고 후 직장 등을 다닐 수 없게 되면서 생활고에 시달렸고, 보상금을 생활비 등으로 이미 사용해 버렸다.

하지만 부상자의 60~70%는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할 상황이다. 우선 70명가량이 호흡기 후두협착으로 6개월에 한 번씩 서울에 있는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부는 암 선고를 받기도 했고, 더욱이 시간이 흐를수록 생각지도 못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부상자들은 현재 어떤 후유증을 앓고 있는지에 대해 체계적인 종합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합검진 비용을 대구시가 부담하거나 남아있는 국민성금으로 충당해 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대구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100억원이 넘는 국민성금이 있지만 부상자들을 위한 별도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민성금은 부상자들에게 직접 지원할 근거가 없고, 부상자들을 지원하면 사망자 유가족에게도 지원해야 하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우 부상자대책위원장은 "국민성금을 부상자 개인별로 지원할 수는 없어도 기금화 등을 통해 1년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명대 이성환 교수는 "평생 후유증을 앓고 살아가는 부상자들에 대한 대책이 별도로 나와야 한다"며 "사망자들에 대한 보상도 중요하지만 부상자들에 대한 보상도 이에 못잖게 중요하다"고 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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