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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걸림돌을 디딤돌로!

나무와 바람은 서로 불만이다

모처럼 혼자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보려 해도

바람이 심청궂게 흔들어댄다며

나무는 불만이고,

방랑이 천성이라서

끝없이 유랑하고픈데

나무가 길을 막아 성가시다며

바람은 바람대로 또 불평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밤낮으로 흔들어대는 바람 탓에

나무는 깊이 구천에 뿌릴 내리고

앞을 막아서는 나무로 하여

바람은 비로소 자기 실존의 소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남재만 시 '나무와 바람'

몇 년 전 봄, 친구초대로 부산동래CC에 갔다. 예전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직접 경영한 곳이어서 수목이 아주 잘 가꾸어져 있는데, 특히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만큼 소나무가 잘 가꾸어진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그 아름답던 소나무가 모두 가지가 부러져 있었다. 관리인에게 물었더니 그해 겨울 부산에 50년 만에 최대 폭설이 내려 소나무 가지가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다 부러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산과 그리 머지않은 대구에는 더 많은 눈이 왔는데도 멀쩡했다. 왜 그런가 또 물어보니 부산 소나무는 한 번도 눈을 맞아보지 않아서 눈이 많이 오면 가지를 밑으로 내려야 하는데 그냥 뻣뻣하게 펼치고 있다가 부러졌고, 대구의 나무는 부산나무보다는 눈을 자주 맞아보아 가지를 숙이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잘 지탱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는 때론 많은 장애물들이 있기 마련이다. 계속 승승장구하거나 모든 것이 순조로울 수만은 없다. 태평성대가 계속되다 보면 오히려 그것이 화근이 되는 수가 있다. 인생에 세 가지 불행이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소년등과(少年登科)이다. 어린 시절 너무 빨리 과거에 급제하면 교만해져 인생을 불행으로 인도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석부형제지세(席父兄弟之勢), 즉 부모형제를 잘 만나는 것이다. 위세가 대단한 부모를 만나서 그 권세를 끼고 살면 부모만 믿고 노력을 게을리해 그것이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 번째는 유고재능문장(有高才能文章), 뛰어난 재주와 문장력을 가져 그 능력만 믿고 안일함에 빠져 인생이 불행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구나 일찍 출세하고, 부모형제 잘 만나서 고생 안 하고, 재주 많고 똑똑한 것을 바라지만 그것이 병이 될 수 있으니 이를 인생 세 가지 불행이라 한다.

나는 사업을 하면서 무수한 어려움을 겪었다. 40년 전 공구상을 시작할 때는 공구란 자체가 영세하게만 인식되고 유통질서도 상당히 난처한 품목이었다. 국내생산도 안 되고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공구가 고작이었다. 해외에서 불법으로 들어온 상품도 많았고, 중고품을 수선해 새것으로 파는 일도 있었으니 거래형태가 정착되지 않은 분야였다. 여기에 공구의 기능과 용도도 정리되지 않아 주문과 배송이 혼란스러웠다. 우리 회사는 그런 문제를 풀어가면서 체계화하고 기업화해나갔다. 가격표와 공구대백과를 만들어 업계에 배포했고, 처음에는 업계 공유가 힘들었지만 차차 정착이 돼갔다.

중간에는 물류창고 관리가 어려워져 바코드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렇게 늘어나는 물류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겠구나 싶다. 또 사람을 두어 전화로 주문받는 것에 한계가 오자 온라인 주문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이 역시 우리 회사가 새로 도약하는 발판이 돼 주었다.

힘들다고,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분다고 그냥 쓰러질 수는 없었다. 지난 시간 동안 사업을 하면서 잘 나갈 때보다 오히려 어렵고 힘든 위기가 왔을 때 연구개발을 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인간의 뇌는 곤란을 겪지 않는 한 지혜를 내지 않는다고 한다. 바람이 불 때마다 아마 더 깊게 뿌리를 내렸다고 본다.

일본 내쇼날 창업자 마쓰시다 소노스케의 말이 생각난다. '못 배우고, 병약하고, 가난한 집에 태어난 것이 나의 가장 큰 행복이다!'

필자 역시 그간 '공구업은 무질서하다', '공구지식이 체계화 돼 있지 않다', '공구유통이 과학적이지 못하다' 등의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에 그걸 이기기 위해 시도들을 해봤고, 그 결과 오늘과 같은 작지만 건실한 회사를 이루었다. 감히 말하자면 지난 시간 걸림돌이 내게는 디딤돌이었다 싶다. 걸림돌에 실망하기보다 그 돌을 디딤돌로 삼을 수 있는 지혜를 기원한다.

최영수/크레텍책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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