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通] 모발이식수술 세계적 대가, 경북대 병원 김정철 교수

대구 눌러앉아 세계적 경쟁력…"60만쯤 먹여살릴 비장의 카드 준비중"

김정철 교수가 인터뷰 중 자신이 개발한 발모제를 두피에 침투시키는 전극체를 보여주고 있다.
김정철 교수가 인터뷰 중 자신이 개발한 발모제를 두피에 침투시키는 전극체를 보여주고 있다.
기자를 상대로 머리 상태를 살펴보고 있는 김 교수.
기자를 상대로 머리 상태를 살펴보고 있는 김 교수. "600만원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모발이식을 연구하고 있다는 김정철 교수가 해맑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모발이식을 연구하고 있다는 김정철 교수가 해맑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정철 교수의 오른쪽 종아리 윗부분에 있는 머리털.
김정철 교수의 오른쪽 종아리 윗부분에 있는 머리털.

대구가 자랑하는 시민이자 모발이식수술의 세계적인 대가,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김정철 교수(실제 1957년생'호적 1959년생)의 히스토리를 압축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선산(구미)의 농사짓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촌아이가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에 늦게 머리가 트였다. 대구 협성중학교에서 전교 270등에서 3학년 첫 시험에 전교 4등으로 치솟았다. 협성중학교에서 당시 최상위권 학교, 경북고(제57회 졸업)에 당당히 합격해 입학했다. 경북고에서도 공부를 잘했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입학하려다 '돈이 어딨냐?'는 부모의 만류로 경북대 의대로 방향을 틀었다. 면역학을 공부하던 초임 교수 시절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신현승 박사(현 경북대 의대 초빙교수)를 만나면서 모발이식이라는 '블루오션'(blue ocean) 분야를 개척해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것. 대한민국 VIP(정치인'기업인'연예인 등)들이 찾는 모발이식 국보급 전문가다.

조해녕 대구시장 재직시절에 자랑스런 대구 시민상을 받았다. 대구를 떠나지 않으면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수상하게 된 이유이다.

대통령, 장관도 그의 모발이식 기술에 감탄할 정도로 최고의 모발이식 기술을 갖고 있는 김정철 교수는 모발이식을 받은 국회의원들로 교섭단체(20명)를 구성할 정도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실제 물어보니, "17대 국회에선 13명, 18대 국회에선 16명이라며, 아깝게 교섭단체는 안 된다. 이번 19대 국회에서 다시 도전한다"고 넉살 좋게 말했다. 최근 가장 잘된 수술은 국회 국방위 소속 국회의원. 유승민 의원의 특별 부탁으로 수술을 하게 됐다고 한다.

김정철 교수를 6일 대구시티센터 6층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에서 인터뷰를 했다. 오후 수술 일정까지 조절해 기꺼이 시간을 내줬다.

◆경북고 57회 중 이채로운 인물

경북고 57회 졸업생들 중에는 대한민국에서 많이 알려진 유명인들이 많다. 김정철 교수의 고교 동기들이다. 실제로도 다들 친한 친구이자 이채로운 인물들이다. 유승민'주성영 의원을 비롯해 권오을 전 의원, 이번 총선에서 전략공천설이 나도는 류성걸 전 기획재정부 차관 등이다. 이들과 김정철 교수는 편하디 편한 사이다. 이 때문에 서로 대구를 위해 도울 일이 있을 때는 기꺼이 힘을 합친다.

김 교수의 역할은 물론 모발이식 기술을 무기로 한 대외협력이다. 대구나 경북대에 무슨 막히는 일이 생길 때, 그는 과감하게 협박(?)한다. 물론 농담 섞인 말이다. "머리 심어 준 김정철입니다. 이거 안 도와주면, 받았던 돈 돌려주고 심었던 머리 다시 뽑아서 원상복귀시키겠습니다." 우스꽝스럽고 섬뜩한 협박이다. 대체로는 다들 겁이 나서라도 들어준다. 한때는 경북대병원이 불미스런 사고로 예산지원이 끊길 위험에 놓였는데, 경북대병원 의과대 대외협력실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의 절묘한 플레이(?) 때문에 원만하게 풀 수 있었다.

의사로서도 특이하다. 면역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기초의학자인데 모발이식 분야에 뛰어들었다. 기발한 행동도 주목할 만 하다. 오른쪽 다리의 종아리 윗부분에는 특이한 털이 20년째 자라고 있다. 머리카락을 이식한 것인데 손가락 길이 정도로 제법 많이 길었다. 올해 5월 23일이 딱 20년 되는 날이다. 그래서 그는 이를 기념해 제자들 다리에도 머리털을 심을 계획이다. '이 종아리 머리털은 김정철 교수의 직속 제자라는 증표로 삼자'는 취지이다. 더 놀라운 것은 왼쪽 종아리는 조직을 떼어내는 실험을 해 아예 다리털이 다 없어지고, 피부 조직도 변했다는 사실. 자신의 인체를 모발이식을 위한 마루타(인체실험 대상)로 삶을 정도로 탐구심과 열정이 뜨겁다.

"뭐 별건 아니고, 앞으로도 개발될 발모제(TGH7-앞머리를 빠지게 하는 남성 호르몬 DKK1을 억제시키는 물질)는 거의 개발이 끝났습니다. 동물실험은 끝났고 특허까지 냈습니다. 인간에 대한 임상실험을 거쳐 여러 기술적 문제(그냥 피부가 아닌 두피 안에 발모제를 흡수시키는 일)를 극복하면 대구시민 50만 명을 먹여살릴 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루 2, 3명 정도 수술

김 교수는 하루 2, 3명 정도 수술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천∼4천개를 심는데 4시간이 소요된다. 금액은 대략 600만원 정도. 일본에 비해 의술은 뛰어나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에게 수술을 받으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진료는 6개월, 수술은 1년 6개월이 걸린다. 즉 진료에서 수술까지 2년이 걸린다. 하지만 지금은 제자들도 있고, 수술실이 4곳이나 있어 지금 예약하면 내년 8월 정도면 김 교수의 전반적인 코디네이션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모발이식센터에 있는 3명의 제자는 김문규 교수와 이창우'이정호 의사다. 물론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도 김 교수의 제자들이 모발이식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대머리들의 구세주'라 불리는 김 교수는 "모발이식 수술은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이미지와 인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며 "특히 대한민국 VIP들은 반드시 제가 은인이 되도록 만족도 높은 수술을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모발이식학회를 만들어 창립회장에 취임했다. "모발이식이 대구 의료관광의 필수코스가 되도록 하고, 대구가 모발이식의 세계적인 메카임을 보여주겠습니다.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대구시의 전폭적인 지원이 더 필요한 시점입니다. 서울이 아닌 대구에서 뭔가를 보여주겠습니다."

의료산업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모발이식 로봇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지역 대학과 협력해 꼭 좋은 성과를 얻어내 지역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대구에 모발이식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심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회적인 술꾼'(social drinker)을 자처하는 그는 "돈도 중요하지만 모발이식을 연구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제 존재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 좋다"며 "제 자신의 재산이나 영달보다는 지역사회와 나라에 기여하는 의사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이런 아버지를 봐서 그런 탓일까? 그의 아들도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제2의 김정철을 기대해도 될까?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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