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살은 사회가 방치한 타살"…생명존중 의식 확산 급하다

자녀고민 대한 진지한 대화, 지속적 교육 프로그램 필요

'대구 학생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오는 버거움으로 지난주에만 2명의 중고생이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어린 학생들이 꿈을 채 펼치기도 전에 생을 마감하는 풍조에 '생명윤리' 확립과 '생명존중' 분위기 확산을 위한 우리 사회의 뼈아픈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소년 아픔은 사회의 책임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늘면서 청소년들의 '생명경시 풍조'에 대한 우려가 각계각층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자살'이 개인적인 성향에서 비롯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청소년 자살률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청소년 자살자 수는 2008년 13.5명에서 2009년 15.3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입시 경쟁과 물질만능의 사회병리현상에다 가정과 학교의 '전인 교육' 부재에 따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2010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10~19세) 중 53.4%가 '성적과 진학 문제' 때문에 자살을 고민한 것으로 나타나 '가정 불화'(12.6%)와 '외로움, 고독'(11.2%)보다 훨씬 높았다.

정성훈 경북대병원 교수(정신과)는 "청소년 자살은 어느 누구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전체의 문제다. 성적이 떨어지면 아이는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부모나 학교는 마치 아이를 죄인처럼 나무라고 꾸짖는다"며 "물질만능과 극도의 경쟁이 빚어내는 사회병리 현상에 따른 것이다"고 진단했다.

대한민국 생명존중운동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실제 자살 시도와 별도로 청소년들이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본 경험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많다"며 "그러나 예방적으로 청소년들이 상담할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죽음을 따라하는 '베르테르 효과'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대구서구정신보건센터 김동권 아동팀장은 "우울증 척도가 높은 청소년들을 상담해 보면 진지하게 자살을 고민하고 있거나 자해를 시도해 본 아이들이 많다. 입시 경쟁과 친구 관계, 부모와의 갈등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지만 주변에서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의 고민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진지한 대화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교육하고 주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윤리'존중의식 확산해야

대구생명의전화 자살예방센터 김지혜 사회복지사는 "요즘 청소년들은 가상공간에서 전쟁놀이를 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게임에 몰입하면서 죽는 것이 큰일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이들과 생명을 과소평가하는데 청소년들에게 생명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생명지키기운동 등 생명윤리 전문가들은 청소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법률안 제정 등 제도적 보완장치 못지않게 실생활에서 사전에 자살 징후를 감지하고 즉시 대처할 수 있는 자살 예방 프로그램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한결같은 요구다.

종교 지도자들은 "어떤 경우라도 자살은 용납될 수 없고, 고통으로부터 도피수단이나 문제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며 "고통스러워하는 청소년들과 이웃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고 귀를 기울여주는 포용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한 아이를 기르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현재의 대구 교육은 '한 아이를 지키는 데 온 사회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며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가정에서부터 이웃, 학교, 우리 사회 모두가 전에 없는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수용'황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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