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없는 학교'…대구 동평초교

"수업이 더 재밌는데 학원 갈 필요 있나요"

'사교육 없는 학교'

학부모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이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최근 대구 22곳을 포함해 전국 457곳을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사교육 없는 학교'가 '학교의 학원화'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걱정도 많다. 일부 학교들이 학원과 차별화된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지 않은 채 지원 예산 대부분을 강사료 지원에 사용하는 등 사교육 없는 학교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된 대구의 한 초등학교가 사교육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영어와 수학 과목을 방과 후 수업으로 개설, 독특한 프로그램과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해서 찾았다.

20일 오후 2시. 대구 칠곡에 있는 동평초등학교 1학년 2반 교실. 정규수업이 끝나고 이 학교가 사교육 없는 학교 프로그램으로 운영중인 영어 수업이 시작됐다. 영어로 외국인 강사와 인사를 나누는 10여명 아이들은 유난히 들뜬 모습이었다. 원어민 선생님과의 영어수업은 한달째. 아직 영어수업이 어려울 텐데도 아이들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다. 이날은 학교가 마련한 '사교육 없는 학교 참관수업'이 진행돼 교실 뒤에서 엄마·아빠가 자신의 수업 모습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을 진행한 원어민 강사 마르샤(여·캐나다)씨는 낭랑한 목소리와 다양한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다양한 영어 표현을 가르치고 있었다. 'exellent' 'very good' 아이들이 정답을 맞힐 때마다 나오는 외국인 강사의 격려 추임새에 아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What is this?' 'It's apple.' 아이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재미있는 몸짓과 함께 계속 질문을 던지는 외국인 강사와 신이 나 '저요'를 외치는 아이들, 정답이 나올 때마다 터지는 박수와 환호. 수업시간이라기보다는 마치 강사와 아이들이 출연하는 한편의 뮤지컬 같았다. 1학년 박연지양은 "외국인 선생님이 영어로만 이야기해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면서도 "선생님의 재미있는 표정과 행동 때문에 수업이 너무 즐겁다. 특히 수업이 끝날 때쯤 그날 배운 단어로 친구들과 게임을 할 수 있어 즐겁다"고 했다. 같은 학년 장윤서군은 "학원에서는 무조건 단어를 외우게 해서 싫었는데 학교 수업에 참가하면서부터 게임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동안 저절로 영어 단어가 외워지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했다.

이날 수업을 참관한 한 1학년 학부모는 "영어 조기교육을 위해 유치원 때부터 아이를 학원에 보냈는데 학교에서도 재미있고 유익한 영어수업을 받을 수 있어서 이제부터는 학원에 보내지 않을 작정"이라고 참관소감을 밝혔다.

이 학교가 방과 후 운영하는 강좌는 30여개. 1천800여명의 학생 가운데 400여명이 수강하고 있다. 수강료는 월 6만원 정도로 학원 수강료에 비해 3분의 1수준이어서 인기다.

이 학교가 사교육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게 된 것은 유난히 교육열이 높은 지역적 특성 때문이었다. 인근에 학원과 학교가 많고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아 타지역에 비해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컸던 것. 실제 이 학교가 지난 여름방학 동안 학생들의 학원 수강 현황을 조사한 결과는 놀라웠다. 90% 이상의 학생이 학원 수강을 하고 있었으며 한달 평균 수강비가 30만원 수준이었다. 남진수 교장은 "학원 수강 실태 조사 결과,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할 사교육비가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했다.

학교는 즉각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먼저 학부모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된 영어와 수학 과목에 대한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교과부에서 지원하는 사교육 없는 학교도 신청했다. 인근 학원의 강의 방법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 학교의 프로그램은 독특한 경쟁력을 자랑한다. 영어 수업의 경우 원어민 교사들이 학생들의 수준을 정확히 평가해서 이에 맞는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 수업을 진행한다. 주제 중심의 통합교육을 도입해 이집트, 공룡 등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역사, 과학, 국어 등 다양한 교과목과 통합시키는 수업을 하고 있다. 단순히 영어수업이 아니라 지식의 습득 도구로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것. 맞춤형 교육을 도입한 수학 수업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다. 학급당 인원이 5명을 넘지 않게 구성해 학생 개개인의 실력과 특성에 맞춰 지도할 수 있도록 한 것.

안중렬 교감은 "수학의 경우 학생들 간의 편차가 큰 데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정도가 제각각이어서 학생들의 장단점을 꿰고 있는 현직 교사들이 수업을 진행하도록 했다"며 "정규수업보다 학생 수가 적다 보니 맞춤형 집중 수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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