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경북대 교수 "표준어 정의, 빨리 바꿔야"

표준어 정의는 '서울쪽의 교양있는 사람들이 쓰는 말' 우리는 뭐꼬?

국립국어원장을 역임한 이상규(55) 경북대 교수는 지난 1일 "표준어를 서울을 중심으로 한 교양있는 사람들이 쓰는 말로 정의하는 것은 중앙집권적 사고방식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표준어와 사투리의 문제는 단지 '언어의 표준화'에 관한 것"이라며 "사투리는 일종의 언어의 변이종이기 때문에 다양할수록 언어생활이 더 풍부해진다"고 말했다. 또 "사투리는 표준화와 대립관계라는 인식과 사투리가 촌스럽고 부끄럽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일 후를 대비해도 상황은 마찬가지. 그는 "남북이 통일됐을 때 '어디가 중심이다'는 사고방식은 북한으로부터도 동의받지 못할 것"이라며 "언어가 열려 있고 다양한 어휘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표준어의 정의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상도에서 주로 쓰는 '제피'는 '산초'의 하위변종으로 정의해 경상도 방언으로 처리하고 있는 점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제피'는 민속적으로 중요하며 속담에도 등장하기 때문에 표준어로 처리해도 좋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

경상도에서만 나는 '돔배기'(경북 영천), '과메기'(경북 포항)도 지방에 있는 방언으로 돼 있는데 이런 말들은 따로 표준어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표준어로 해야한다는 것. 이 교수는 "서울사람이 안 먹는다고 해서 지방음식을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투리에 들어있는 토착단어들은 지방의 지식들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자연환경뿐 아니라 사회적 변화에 따라 언어도 같이 변하는데 사투리를 천대시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다양성을 스스로 죽이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도 표준어의 정의와 관련된 헌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소송의 핵심은 표준어가 서울 중심으로 규정돼 표준말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비교양인으로 취급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 유네스코(UNESCO)에서도 표준어를 문화다양성이 총체적으로 반영된 언어로 제정토록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이에 역행하는 나라는 한국과 프랑스 정도이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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