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은 지방 표준어, 촌놈이 아니다

▲ 대구지방경찰청 608전투경찰대대 소속 각 지역 출신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왼쪽부터 정재웅·황승주·김봉섭 일경·김장현 이경.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대구지방경찰청 608전투경찰대대 소속 각 지역 출신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왼쪽부터 정재웅·황승주·김봉섭 일경·김장현 이경.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표적 사투리 영화인 '황산벌'의 이준익 감독은 계백은 전라도 사투리, 김유신은 경상도 사투리, 의자왕은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상황을 코믹하게 풀어냈다. 황 감독은 "영화 '친구'가 부산 사투리를, 조폭영화들은 주로 전라도 사투리를 상업적 도구로 썼는데 '황산벌'엔 이런 사투리가 뒤섞여 대사를 듣는 재미를 증폭시켰다"고 말했다.

전투 전 상대편의 약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욕들은 결코 표준어로 대체될 수 없는 부분이다.

- 의자왕 "계백아, 니가 거시기해야 것다"

- 계백 "아쌀하게 거시기 해불자"

- 김유신 "함 붙어보자 카이"

"뭐시라! 촌스럽다고, 오데서 그런 소리 처씨부리쌓노."(경상도) "씨방, 지금 시비 거느거여. 니가 하면 로맨스고 내가 하면 불륜이것째. 육실헐 놈."(전라도) "뭐여~, 난 모릉께 알아서들 하슈~. 맨날 합바지여~."(충청도).

각 도 대표 사투리 선수들이 서울 사투리에 대해 '난 지방 표준어지 촌스럽고 저급스러운 말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항변하는 소리다.

실제 그렇다. 사투리는 그 지역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오랜기간에 걸쳐 생성된 언어다 보니 표준어보다 강력한 전달효과를 갖고 있다. 그 상황을 적절하게 일갈할 수 있는 사투리의 묘미는 표준어로 대체될 수 없는 부분. 사투리 속으로 들어가보자.

◆608전경대 소속 각 지역별 대표 사투리 선수들

지난 1일 대구시지방경찰청 전경대 휴식방. 경상도(황승주 일경)·전라도(김장현 이경)·충청도(정재웅 일경)·강원도(김봉섭 일경) 각 지역 대표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신세대들이라 사투리가 그렇게 심하지 않았으며,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각 지역마다 특유의 억양이나 발음 등은 어쩔 수 없는 부분.

부산이 고향인 황 일경을 제외하곤 나머지 3명은 가끔씩 나오는 경상도 사투리인 '단디 해라' '디제' '아까맨키로 해라' '이카지 마라' 등의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이내 익숙해졌다. 너무 심한 사투리는 아예 관심 밖이며 한번씩 궁금한 부분은 경상도 출신에게 물어보면 금세 이해된다.

강원도 평창에서 온 김 일경은 "경상도 말이 더 빠른데다 사투리까지 섞여있으면 잘못 알아듣고 멍하니 있게 된다"며 "이에 반해 강원도는 너무 점잖아서 '~했더래요' 정도밖에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이 고향인 김 이경도 "어릴 때 고향에선 '허벌나게' '거시기하요' '씨벌 놈' 등 어른들이 하는 사투리를 들어봤지만, 제 또래 나이에서는 그런 심한 사투리는 거의 쓰지 않는다"고 했다. "어떨 땐 저도 모르는 사투리도 많다"고 웃었다.

충북 청주에선 온 정 일경은 가끔 '밥 먹을껴' '나 안 할껴' 등 어쩌다 충청도 사투리가 튀어나올 뿐 사투리로 인해 의경생활에 그다지 어려움은 없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들 각 지역 대표 4명도 아주 급박한 상황이나 화를 참을 수 없을 때는 특유의 지역 사투리가 여지없이 튀어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언어의 효율성·감정 전달에 최적

'개혀?' 이 충청도 사투리는 개 혓바닥이 아니다. '개고기를 먹느냐'는 말을 단 두 음절로 말한 것. 정말 효율적인 표현 아닌가. 충청도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대화도 짦음이 미학. 할아버지가 밖에 다녀와 '밥줄껴'하면, 할머니는 '얬슈'로 응수한다. 다 먹은 뒤 할머니가 '어뗘'라고 물으면 할아버지는 만족스러운 듯 '좋슈'라고 말하면 끝이다. 충청도 사투리에도 의외로 간결한 말들이 많다.

경상도 사투리 역시 마찬가지. 싸울 때 말이 필요없다. '됐나?' '됐다'. 이 말이면 끝이다. 좀 더 길게 하면 '한판 뜰까' 정도다. 회사에 갔다 집에 들어온 남편도 길게 말하는 법이 없다. '밥도!' '아는?' '자자!' 세 단어만 하면 하루 대화가 다 끝난다. 이는 경상도 단어 역시 짧고 간결해 전달력은 최고의 효과를 발휘한다. '치아뿌라' '됐구마' '퍼뜩 무라' 등도 자주 쓰이는 대표적 사투리다. 경북 북부에서 쓰는 인사말. '할아버지 안녕하십니까, 할아버지 잘 주무셨습니까' 등 긴 표현을 단 세음절로 표현한다. '할배껴.'

가끔 공식 회의석상에서도 사투리를 사용해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이 대표적 케이스. 박 의원은 국정감사나 인사청문회 등에서 상대방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 '뭐라 카능교' '말도 아인 소리' 등 사투리를 쓰면서 언성을 높여 상대의 기를 꺾어놓는다. 사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짧고 파괴력 있는 화법도 사투리는 아니지만 특유의 경상도식 효율적 화법이랄 수 있다.

◆각 지역별 사투리

먼저 경상도 사투리는 약간은 우는 듯한 소리가 나고 첫말은 짧고 세게 말한다. 뒷말은 좀 길게 우는 소리로 한다. 특징적인 대목은 싸우는 듯한 말투이며 일본말과 비슷한 말이 많다는 것. 이 때문에 경상도 사람들이 평상시처럼 얘기해도 서울사람들은 흥분했거나 화가 나 싸운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상도와 대비되는 전라도 사투리는 짧고 간결하지만 뒤엔 '잉~~'을 붙여 약간 구수하다. 중국어의 영향과 북한 방언의 영향을 받아 말이 굴러가는 듯한 성조도 있다.

충청도 사투리는 좀 느리다. 뒤에 '유~~'를 붙여 미워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남쪽지방으로 가는 길목이라 말이 부드럽고 유순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강원도 사투리는 좀 세고 강한 말투로 약간 거칠지만 산사람의 소박함이 담겨 있다. 산악지형 사람들 말인 만큼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도 더러 있다.

제주도 사투리는 제대로 하면 외국어와 다름이 없다. 제주도가 과거 육지와 교류가 적었던 탓에 자신들만의 언어세계를 구축하며 독특한 단어나 문장들도 많아 가장 소통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인터넷 '사투리 사랑'이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김동근씨는 "사투리 또한 하나의 완벽한 언어"라며 "흔히들 표준어는 단지 그 나라의 정확하고 변질되지 않은 깔끔한 언어라고 하는데, 표준어 역시 어떠한 언어의 공식적인 방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표준어 또한 방언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북한의 표준어는 평양 말이 되고 미국의 표준어는 곧 워싱턴 말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우리나라가 8도의 서로 다른 방언이 있듯 미국도 북부, 중부, 남부 등 24개 지역의 세분화된 방언이 있다"고 말했다. 사라져가는 사투리를 제대로 계승 발전시키는 것은 풍부한 언어생활과 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우리 시대의 몫이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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