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 권위상 모두 섭렵…권헌익 英에든버러대 교수

권태학 전 대구은행장의 아들인 권헌익(47·영국 에든버러대 사회인류학과) 교수는 세계가 주목하는 인류학계의 거성(巨星)이다. 지난 2007년 '인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기어츠상의 첫 수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이달 11일 한국인 최초의 런던정치경제대학 교수 부임을 약속받았고, 27일에는 제1회 조지 카힌상까지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1895년 설립 이후 7만명에 이르는 동문을 배출한 런던정치경제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LSE)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지도자 30명과 노벨상 수상자 14명이 거쳐간 전통의 명문. 올 초 LSE 인류학 교수 공모에는 내로라하는 인류학 석학 수백명이 몰렸고, LSE는 서류 심사로 7명을 가린 뒤 마지막 심층 면접을 거쳐 권 교수를 최종 낙점했다.

LSE 교수 부임을 확정하기까지 권 교수가 쌓아 온 경력은 가히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베스트셀러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이 그의 블로그를 통해 "인류학 최고의 스타"라며 "이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표현한 그대로다. .

경북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권 교수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치학 학·석사를 수료한 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인류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1993년 31세의 젊은 나이에 전세계 600여명의 경쟁을 뚫고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로 임용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인류학계에서 그의 위상은 제1회 조지 카힌상 수상으로 한층 높아지고 있다. 조지 카힌상은 2000년 타계한 미국 코넬 대학의 정치·역사 학자인 조지 카힌 교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 카힌상 심사를 주관한 아시아연구협회(The Association for Asian Studies) 측은 동남아시아를 다룬 모든 사회과학 저서 가운데 권 교수가 쓴 '베트남전의 영혼'(Ghosts of war in Vietnam·영국 케임브리지대학 펴냄)을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했고, 지난 27일 미국 시카고에서 시상식을 열었다.

'베트남 전쟁의 영혼'은 베트남 전쟁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대를 이어 전해지는 전쟁의 후유증을 기록한 역작이다. 2007년 기어츠상을 수상한 '대량 학살 후'(After the Massacre·미국 캘리포니아대학 펴냄)에 이은 베트남 2부작이라 할 수 있다. 메릴린 영 미국 뉴욕대 교수는 "베트남을 이렇게 철저하고 고통스럽게 다룬 책은 없었다"고 평했고, 마크 필립 브래들리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최고의 저서"라고 극찬했다.

베트남 2부작은 권 교수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1996~1998년, 2001~2002년 두 차례에 걸쳐 베트남 구석구석을 누비며 전쟁의 흔적을 찾아다녔던 권 교수는 '스파이' 혐의로 현지 경찰 조사까지 받는 고초를 겪었다.

권 교수의 역작은 앞으로도 줄줄이 출간될 전망이다. 베트남 전쟁의 영혼은 번역본으로 국내에 곧 선보일 예정이며 권 교수가 지난 한 해 한양대 초빙 교수로 국내에 머물며 동료 교수진과 함께 연구했던 '세계냉전의 문화'와 '한국전쟁의 현재적 의미'도 각각 올해 말과 내년 초쯤 출간될 예정이다.

제4대 대구은행장을 역임한 권 교수의 아버지 태학(79)씨는 "아들의 런던정치경제대학 교수 부임과 카힌상 수상은 인류학 분야에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을 만큼 대단한 성과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영국에서 처음 인류학을 공부한다고 했을 때 마지못해 허락한 게 미안할 뿐"이라고 환히 웃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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