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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대관령 양떼 목장'

더없이 너른 초원. 발 아래로 펼쳐지는 초록의 언덕이 물결을 이루고,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떼들 사이로 산들바람에 실려 온 뭉게구름 그림자가 훑고 지나갑니다. 하늘은 손가락을 내밀어 콕 찍으면 금세 파란 물이 묻어날 만큼 창연한 쪽빛입니다. 그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려봅니다. 아! 일상을 벗어난 해방감 때문일까요. 목가적 풍경이 선사하는 순간의 법열 덕분일까요. 녹색 초원과 파란 가을하늘이 살포시 가슴에 안겨옵니다. 여기는 강원도 평창군 해발 980m에 위치한 한국의 알프스 '대관령 양떼 목장'입니다.

목장을 찾은 날. 전날 일기예보가 틀렸기를 바란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던 하늘은 급기야 대관령면 횡계3리에 자리한 목장에 이르러 가랑비를 간간히 뿌리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은 해발이 높아 날씨나 계절에 상관없이 수시로 몰려드는 안개비와 운무로 인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는 까다로운(?) 장소이기도 하다.

목장 초입. 주중임에도 연인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푸른 초원의 양떼들을 보기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몇 발자국 걸음을 옮기지 않아 6만2천여평의 양떼목장 전경이 가랑비 사이를 뚫고 한 눈에 쏟아져 들어왔다.

탁 트인 초원자락. 어느 덧 일상의 잡다한 상념은 저 멀리 사라진다. 오기 전 어떻게 묘사해야 좋을지 수없이 머리 속에 그렸던 초록과 파랑, 초원과 하늘을 구분 짓는 극명한 가을풍경에 관한 표현은 도로(徒勞)가 되고 말았다. 비와 운무에 싸인 초원과 회색빛 하늘은 이미 그 경계가 허물어져 있다. 오히려 그게 더욱 몽환적이다.

동행한 사진기자는 내리는 비를 피해 그 분위기를 카메라에 담으려 연신 셔터를 누른다. 나들이객들도 저마다 카메라 렌즈를 여기저기 겨냥하기에 여념이 없다.

양떼목장은 천천히 걸어도 약 40여분이 걸리는 1.2km의 나무울타리 산책로를 따라 둘러볼 수 있다. 비속에서도 열심히 풀을 뜯고 있는 300여 마리의 양떼들을 보고 있자니 덩달아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한없이 순하게 생긴 녀석들은 구경꾼들에게 많이 순치된 듯 가까이 접근해도 피하지 않고 다부지게 풀만 뜯고 있다.

어린이가 고사리 손으로 건초를 내밀자 근처에 있던 몇 마리가 다가와 철조망 사이로 길게 목을 내민다. 평화·행복·안온·사랑·친밀감 같은 어휘들이 담고 있는 대상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동화 속 한 장면을 닮은 모습에 취해 있는 가운데 문득 한기가 살갗을 파고든다. 한여름에도 이곳은 평균기온이 20℃에 머문다. 약간은 으스스한 느낌에 구릉지를 끼고 도는 산책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흙길은 혼자 걷기보다 동행이 있는 게 훨씬 나을 듯싶다.

목장 전경을 눈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지점에 닿으면 아래서 볼 때와는 또 다른 풍경이 연출된다. 뒤로 선자령의 완만한 능선이 태백산맥 준령과 함께 내닺고 앞엔 대관령의 고랭지대가 지평선 끝까지 이어져 있다. 날씨만 좋다면 에메랄드빛 동해도 볼 수 있는 행운이 따른다.

목장의 가장 높은 구릉지를 밑으로 가로지르는 산책로를 따라 들면 건초주기 체험장이 있다. 이곳에서 어린이와 연인들은 오물거리는 양들에게 건초를 건네며 나른한 추억의 시간을 갖는다.

대관령 양떼목장은 '2003년 양의 해' 각종 언론의 신년특집에 소개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와 드라마 '가을동화' 및 CF촬영지로 자주 등장하게 됐다.

입장료는 어른 3천원, 5세 이상~고등학생 2천500원이며 하절기는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동절기는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개방된다. 문의는 033)335-1966이나 홈페이지 www.yangtte.co.kr로 하면 된다.

◇대관령 양떼목장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로 접어들어 강릉방향으로 달리다가 횡계 나들목을 빠져나온 뒤 용평리조트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한다. 이후 첫 번째 고가도락 나오면 좌회전을 해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옛 대관령 고속도로이다. 이 길을 따라 10~15분 달리면 왼편에 대관령마을휴게소가 보인다. 양떼목장은 이 휴게소 뒤편으로 난 길을 5분정도 걸으면 만나게 된다. 휴게소 주차비는 따로 없다.

◇여행 팁과 먹을거리

이즈음 한반도 허리춤인 대관령 일대는 불꽃같은 단풍이 피어올라 늦가을의 정취를 실감나게 하고 있다. 가을이 빚어낸 오색의 물결, 때마침 내리는 이슬비에 한껏 적셔져 더욱 고운 빛깔을 낸다. 저 멀리 운무 속 산등선 위로는 대관령 일대 세워진 하얀 풍력발전소의 바람개비가 웅웅거리며 돌아가며 이국적 풍경을 연출한다.

차장 너머로 보이는 우거진 숲과 빼어난 산세에 잠시 넋을 잃을 지경이다. 자연에서 느끼는 경외감과 고마움에 새삼 마음은 낮게 내려 깔린 구름에 닿아있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대관령에 갔다면 지역 별미인 황태와 오삼불고기, 대관령 한우를 맛보는 것도 좋다. 특히 대관령 황태는 살이 많고 육질이 부드러워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횡계 나들목을 나와 5분이면 도착하는 횡계읍과 대관령면 일대에는 황태, 오삼불고기, 대관령 한우를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그 중 횡계읍내에 있는 '황태1번지(033-335-5795)'는 황태해장국(6천원)과 황태찜(2만5천~3만5천원), 황태구이(1만원)전문집으로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대관령 한우는 비싼 만큼 고소하고 담백한 육질을 자랑한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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