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에 '고려 왕비족' 유적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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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현 경북대 교수 논문 발표

경산시 중산동 옛 제일합섬(새한) 경산공장 정문에서 오른쪽 산등성이에 위치한 오래된 묘소 하나. 이곳이 고려의 마지막 왕비인 순비(順妃) 노씨(盧氏)의 증조부인 의열공(懿烈公) 노영수(盧穎秀)의 묘역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순비 노씨는 1389년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 즉위 원년에 왕비로 책봉됐으며 경산에서 출생해 성장했다. 경산이 현(縣)에서 군(郡)으로 승격된 것도 바로 순비의 공헌이라는 학계의 지적도 있다.

문경현 경북대 명예교수(대구경북문화재심사위원)는 '경산 삼성고'(慶山 三聖攷)란 논문에서 "경산의 삼성(三聖)으로 '원효·설총·일연'을 꼽고 있으나, 설총의 경우 출생과 성장이 경산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순비야말로 경산을 빛낸 삼성 중의 한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려 충렬왕 때 등제하여 관직이 밀직사좌승지(密直司左承旨)에 이르는 등 국왕의 총신이었던 의열공은 만년에 향리 경산에 내려와 지냈는데 증손녀인 순비를 애지중지 키우고 교육한 위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순비의 친정인 경산의 교하(交河) 노씨 가문은 고려 왕조의 멸망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났지만, 조선시대 세종·성종조에 '경국대전' 편찬을 주관한 문신 노사신 등을 배출하며 한양에서 가문을 새로 일으켰다.

멸문의 위기에 몰렸던 경산 선대의 유적은 자연히 오래 돌보지 못했고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그나마 남은 사적도 황폐화되고 인멸되어 순비 노씨와 관련된 사적으로 유일하게 남은 것이 의열공의 묘소이다. 따라서 향토의 문화예술계와 학계에서는 의열공의 묘소가 경산의 중요한 유적인 만큼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김약수 경산예총 회장은 "경산은 왕비를 배출한 자랑스런 고장인데도 왕비의 증조부 묘소가 경산에 있다는 사실을 경산 주민들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만 구비된다면, 의열공의 묘소를 사적 등으로 지정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의열공의 25대손인 노종래 경주문인협회장은 "고려 말에 왕비 출신의 고장이라 하여 경산이 현에서 군으로 승격되었다."며 "격랑의 세월 속에 기적 같이 남아있는 의열공 선조의 묘소야말로 경산의 유적에 다름 아니다."라며 지역민의 관심을 촉구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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