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동굴 생태여행

"늦춰라 그리고 비워라"

너나없이 나름대로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속도경쟁에 뛰어든다. '무소유'(법정스님)라는 수필집도,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에크낫 이스워런)는 스테디셀러도 경쟁을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되레 그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하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하루, 이틀 정도는 '빠르기'를 조금만 줄이고 동굴여행에 나서보자. 수억 년의 세월이 빚은 지하세계는 채 100년을 살지못하는 우리들에게 느리게 사는 법을 가르쳐준다.

강원도 삼척시 대이리 덕항산 중턱에 있는 환선굴은 규모나 신비감이 다른 동굴에 비해 별나다. 그만큼 되돌아볼 줄 아는 여유를 찾는 데도 제격이다. 환선굴은 동굴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거대한 지하계곡이다. 6개에 이르는 폭포와 10여 개의 크고 작은 호수를 품고 있다. 물과 세월이 만들어낸 환상의 지하공간인 셈. 5억3천만 년이란 세월 동안 동굴은 물과 어울려 종유석과 석순이 가득한 땅속 궁전을 만들었다. 이 궁전 안에는 6개의 또 다른 동굴이 있다.

20∼30m 높이의 까마득한 천장에는 옛날 지하수가 흘러내리면서 석회암을 녹인 흔적인 용식공이 입을 벌리고 있다. 자세히 올려다보면 수많은 종유석 군도 볼 수 있다. 땅 속 깊이 숨겨진 또 다른 세상이다. 수억 년을 참아낸 끝에 찾아낸 모습이다.

곳곳이 억겁 세월의 흔적들이다. 종유관, 동굴진주와 동굴산호 등 동굴생성물들은 아직도 자라고 있다. 이 창조는 5억 년이란 세월 동안 한번도 멈추지 않았다. 다만 느리게, 또 느리게 흘러왔을 뿐이다. 그 세월을 느끼는 순간 누구나 겸허해질 수밖에 없다. '마음을 비워라. 속도를 늦추어라'. 그렇게 동굴은 침묵으로 소리지른다.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 환선굴 내부에 있는 직경 40m의 거대한 중앙광장. 대규모의 백사장이 펼쳐져있어 웅장함은 다른 동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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