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큰 고통"…원폭피해자들 구술증언

대구KYC 영상기념물 시연회

"살아계신 모든 원폭피해자 분들의 한많은 생애를 기록하고 싶습니다."

대구KYC(공동대표 이상욱·이홍우)는 10일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원폭피해자 생애 구술증언(口述證言)' 영상기록물을 시연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행사에는 원폭피해자와 1대1로 만나 결연을 맺고 그들의 가슴아픈 사연을 들은 자원봉사모임인 평화길라잡이 10여명이 참석했다.

이진향(29·여·대학생)씨는 "원폭피해자와 가족들이 세상에 알려지길 꺼려해 말문을 트기 힘들었지만 조금씩 친해지면서 한많은 삶을 술술 풀어놓기 시작하셨다"고 했다. 이씨는 원폭피해자들의 사연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이를 후대까지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의무감에서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이씨와 결연한 안모(68) 할머니.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안 할머니는 원폭투하 당시 7세에 불과했다. 스무살때 결혼했지만 수년간 밤마다 위가 뒤틀리는 고통과 함께 혈변을 보는 바람에 남편의 구박에 시달리기도 했고 극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한 것만도 수차례. 안 할머니는 "아이들 생각에 차마 죽지 못했다"며 "폭탄 때문인지 아직도 귀에서 매미 우는 소리가 난다"고 했다.

평화길라잡이들이 6mm 카메라로 기록한 영상물에는 이 외에도 경남 합천 원폭피해자 복지회관에 거주하는 노인 16명이 겪은 끔직했던 나날들이 1명당 10∼50분 분량의 인터뷰 형식으로 녹아있다. 대구KYC가 지난 3월부터 10차례에 걸쳐 복지회관을 방문, 녹취한 것들이다.

이 사업 참여자 이종산(38·자영업)씨는 "한일협정으로 일본에서 들여온 50억불이 전쟁피해보상금이라면 우리나라가 원폭피해자들에게 보상해야 하고, 경제원조로 받았다면 일본이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며 "왜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이 한일 양국 정부의 외면을 받아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증언을 들으면서 안타까워 울기도 했다는 이상욱 대표는 "이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한맺힌 역사를 복원하고 반핵·평화 정신을 확산시키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며 "첫 작업이라 어설픈 것이 많았으나 앞으로 점점 나아질 것"이라며 이 사업을 계속할 뜻을 비쳤다. 또 "보상을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 북한의 피폭자 1천여명에게도 보상 혜택이 돌아가도록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내년은 경술국치 100년, 원폭투하와 광복 60년, 한일수교 40년을 맞는 해. 대구KYC는 조만간 원폭피해 구술증언집을 발간하고 이번에 만든 영상기록물을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리는 한편 역사 연구 및 교육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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