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섭의 아니면말고!] 기안84, 어디까지 비판받아야 하나

※ 본 콘텐츠는 8월달에 제작되었습니다.

<기안84, 어디까지 비판받아야 하나>

(자리에 앉으며 시작)

남영 : 코로나19 때문에 휴가를 잘 못 보내셨다고…

화섭 : 아, 그렇죠. 아주 못 보낸 건 아닌데, 어디 가기가 참 애매해서 그냥 집에만 있었던 휴가였어요. 사상 최초로 ㅋㅋ 그때가 한창 더울 때였잖아요. 그래서 집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좌 뒹굴 우 뒹굴 하면서 그냥 보냈습니다.

남영 : 그래도 일단 쉬셨으니 힘을 내서 이번 방송을 진행하셔야죠. 오늘은 무슨 주제를 들고 오셨나요?

화섭 : 제가 휴가를 갔다 오기 전에 시작된 이야기이긴 해요. 만화가 기안84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지금은 좀 사그라들기는 했습니다. 근데 아무래도 한 번은 얘기를 하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한번 오늘은 만화가 기안84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남영 :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한 번 정리해 주시죠.

화섭 : 8월 5일로 기억을 합니다. 기안84가 약 한 달의 휴식기를 끝내고 웹툰 '복학왕'을 다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본인은 이제 조금 스토리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했는데 시작이 웹툰에 등장한 여자 주인공인 봉지은이 대기업인 '기안그룹'에 인턴으로 들어가서 일하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봉지은이 일을 잘 못 해요. 잘 못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그래서 남자 주인공인 우기명이 다그치기도 합니다. 문제는 8월 12일에 나왔던 '광어인간 2편'에 나왔던 장면들이 문제가 됐는데요, 봉지은이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방식을 기안84는 봉지은이 회식 자리에 누워서 조개를 깨는 장면으로 보여줍니다. 또 이 회차 마지막 장면에 나온 우기명의 마지막 대사 "잤어요?" 가 문제가 되기도 했죠. 이 회차가 나간 뒤에 기안84에게 엄청난 비판의 쓰나미가 몰려들기 시작했죠.

남영 : 비판과 논란 내용도 정리해 주면 좋겠어요.

화섭 : 일단 '여성 혐오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라는 게 가장 큰 비판의 내용이 되겠습니다. 19일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유니브페미 등 몇몇 단체들이 네이버웹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요. 그리고 기안84의 작품 연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봉지은이 조개를 깬 장면이 결국 팀장과의 연애로 인턴에 최종 합격했다는 암시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 당연히 비판의 도마에 오른거죠. 그런데 사단법인 웹툰협회는 24일 성명서를 냈는데 "사회적 소수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하와 조롱의 혐의에 바탕한 독자 일반의 여하한 문제 제기와 비판의 함의는 진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통감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그러나 "작가와 작품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나 작가 퇴출, 연재 중단 요구는 파시즘이다"이렇게 말을 했죠. 그러자마자 웹툰협회 홈페이지가 다운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근데 저는 이 논란을 보면서 뭔가 또 다른 질문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남영 : 어떤 질문인가요?

화섭 : 기안84는 실제로 다양한 계층에 대해서 편협한 시선을 보여준 것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청각장애인 여성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말을 무척이나 어눌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지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으로 표현을 한 부분이 있었고요. 태국에서 온 이주노동자를 표현하면서 '너무 가난하게 자라서 버스는 물론이거니와 낡다 못해 천장에서 물이 새는 리조트를 근사하다고 좋아하는' 모습, 그러니까 차별의 느낌을 준거죠. 그런데, 이것이 과연 기안84만의 고정관념일까 하는 게 요즘 드는 제 생각이에요.

남영 : 왜 그런 생각이 드셨던 건가요?

화섭 : 제가 가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보다 보면 20대들이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들이 가끔씩 올라옵니다. 그런 것들을 읽어보면서 어떤 문제의식을 느꼈냐면 '이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세상의 시선이 굉장히 편협한 고정관념으로 꽉 차 있구나'라는 것이었어요. 제가 나이가 30대 후반이 되다 보니까 저도 꼰대 소리를 듣는 입장이 돼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느낀 바를 말씀드리면 젊은 세대의 경우에는 나보다 높다고 여기는 계층은 부러움과 시기 섞인 눈길을 보내기도 해요. 일단 긍정적으로 바라보긴 합니다. 그런데 나와 다른 계층, 특히 나보다 낮다고 여기는 계층에 대해서는 이해와 관용이 전혀 없어요. 그런 느낌을 제가 받았거든요. 그 선을 넘으니까 이젠 혐오의 단계까지 와 있는 거죠.

남영 : 혐오의 단계까지 가 있다면 상황이 심각한데요?

화섭 :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이게 혐오 표현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를 듣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걱정인 게 뭐냐면 이런 혐오의 시선이 생각보다 만연해 있다는 점인 거에요. '복학왕'이 계속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가 소위 '지잡대'라고 하는 학교들의 전형적인 상황이 '복학왕'에 그대로 묘사되는 상황이거든요? 자신들은 뭐라고 하고 싶은데 저게 현실이니까 반박을 못하는 거에요. 그래서 이런 혐오의 시선을 받은 사람이 혐오의 시선을 투사하는, 결국 한국의 평범한 사람이 약자에게 가지고 있는 혐오적 시선, 이런 것들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 복학왕이라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를 반성하는 계기로 전환돼야 하는거죠. 따지고 보면 기안84가 저렇게 적나라하게 그릴 수 있는 이유 또한 기안84가 가지고 있는 배경이 '복학왕' 속 사람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기안84는 그런 혐오적 시선이 20대 또래의 보편적인 사고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을 해요. 물론 그런 시선을 여과 없이 표현한 건 문제가 있어요. 더 중요한 건 그 만화를 보고 불쾌해하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된다는 거죠. '나는 그런 시선이 없었나?', '나는 그런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면 반성을 해야 하는 거고. 어떻게 반성으로 이끌고 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는 거죠. 사실 이번 논란도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여성에 대한 시선, 약자에 대한 시선이 고쳐지지 않는 한 그냥 논란으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남영 : 마지막으로 한 달 동안 '아니면 말고'가 쉬게 되니까 인사하시고 마무리하죠.

화섭 : 한 달간 여러 사정으로 '아니면 말고'를 잠시 중단을 하게 됐습니다. 그 한 달 동안 조금만 참아주시고요. 10월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본 콘텐츠는 8월달에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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