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섭의 아니면말고!] 트럼프에 ‘빅 엿’을 먹인 K팝 팬들

남영 : 저번 주에 이어서 이번 주도 월요일에 만나뵙게 되네요?

화섭 : 네, 원래 '아니면 말고'는 화요일에 했었는데, 방송국도 편성을 이래저래 바꾸듯 매일신문 유튜브도 편성이 살짝 바뀌어서, '아니면 말고'가 월요일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월요일에 하게 되니까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남영 : 그게 뭔데요?

화섭 : 대본을 일찍 써야 돼요…. 화요일에 하면 월요일까지 편집하면 되니까 살짝 여유있게 녹화를 해도 되잖아요? 그런데 월요일이면 전 주에 편집을 다 끝내야 되잖아요. 그러면 내가 대본을 좀 더 일찍 써야 되는데, 당장 뭐가 안 나오면 한 주 시작부터 식은땀 흐르게 된다니깐.

남영 : 그래서 대본은 일찍 쓰셨어요?

화섭 : 정말 하느님과 부처님이 보우하사! 다행이 월요일에 바로 한 번 이야기해보아야겠다는 주제가 떠올라서 쭉 쓰게 됐네요.

남영 : 하느님과 부처님이 내려주신 그 주제는 뭔가요?

화섭 : 트럼프와 K팝.

남영 : 예?

화섭 : 뭔가 뜬금없겠지만, K팝의 나비효과가 트럼프 재선가도에 빨간불을 켰다는 외신 소식이 있어서 이 이야기를 해 보려구요.

남영 : 어떤 내용인지 한 번 설명을 좀 해 주세요.

화섭 : 어떤 내용인가 하니, 지난 6월 20일이었어요. 미국 오클라호마 주 털사라는 도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유세가 열렸어요. 이 유세가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가 지금 한창 코로나19가 유행인 상황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내 유세장을 잡아서 지지자들을 불러놓고 유세를 했단 말이에요. 이 때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 때 "100만명 이상이 신청했다"고 뭔가 뻥카(?)를 날렸어요. 그 유세장이 2만명 정도가 수용이 가능한 데니까,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 아직 안 죽었다고 자랑하고 싶었던거죠. 그런데, 막상 유세장에 오니까, 2층이 텅텅 비었어요. 경찰 추산 6천200명이 왔다는데, 결국 절반도 못 채운거죠.

남영 : 그러면 그 100만명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거래요?

화섭 : 여기에 이제 K팝 팬들의 힘이 발휘된 사실이 드러난거예요.

남영 : 어떻게 했길래요?

화섭 : 트럼프 캠프가 11일에 트위터에 유세장 무료입장권을 휴대전화로 예약하라는 공지를 띄웁니다. 이걸 본 K팝 팬들이 틱톡이나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사발통문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무료입장권을 몽땅 신청한 다음에 나가지 말자'라구요. 글을 어느정도 사람들이 봤다 싶으면 글을 지워서 흔적을 남기지 않았죠. 결국 이런 식으로 '노쇼 캠페인'을 벌여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빅엿을 먹인 게 이번 사건의 핵심이에요.

남영 : K팝 팬들은 왜 트럼프에게 빅엿을 준 건가요?

화섭 :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국정운영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거죠. 최근에 코로나19만큼 미국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게 인종차별이잖아요. 인종차별 반대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데 지금 K팝 팬들이 많이 앞장서고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댈러스 경찰이 지난달 31일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의 불법행위를 촬영한 영상이 있으면 공유해달라"고 공지한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K팝 팬들이 영상 공유용 애플리케이션에 무수히 많은 한국 아이돌 가수 영상을 올려서 그 어플을 마비시켜버렸다고 해요. 이처럼 많은 K팝 팬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에 미지근하게 반응하는 것에 대해 이만큼 반발하는 거죠. 게다가 K팝 팬들 중엔 10대도 많으니 투표와 같은 공식적인 정치 행위를 할 수 없는 나이대의 사람들이 많았고, 그 사람들이 실력행사를 하는 방법으로 인터넷을 통한 방식을 택한 거라고 보면 돼요.

남영 : K팝이 인종차별 반대의 상징이 된 건가요?

화섭 : 그렇게 해석하면 좀 오버이긴 한데, 굳이 말하자면 K팝이 노래하던 가치가 미국의 K팝 팬들을 움직였다고 보면 되는 거죠.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잘 살펴보면 항상 그 중심에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잖아요. 이런 부분들이 지금 미국 사회가 처한 상황과 맞물리면서 K팝 팬들의 행동을 이끌어냈다고 보는 게 적절하지 않겠나 싶어요.

남영 : 그러면 그 이후에 뭐 더 벌어진 건 없나요? 미국 국민들 반응이라던가….

화섭 : 일단 미국 사람들은 이 주장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트위터를 살펴보니까 "명확한 증거 있냐?" 또는 "그런다고 트럼프가 꺾일 것 같나?" 요런 분위기인 것 같아요. 그런데 재미있는게 한국 사람들 반응이에요. "이러다가 트럼프가 한국에 보복하면 어떻게하냐?" "문화와 정치를 엮는 건 아닌 것 같다"라는 반응인데, 여기에는 제가 할 말이 좀 있어요. 일단, 트럼프 보복은 정말 하면 쪼잔한 것이긴 한데, 트럼프가 떨어지면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러니까 그게 겁나면 바이든이 당선되도록 물 떠놓고 비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문화와 정치가 엮이는 게 싫다'는 반응은 정치를 너무 협소하게 해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모든 상황에서 알게 모르게 정치를 합니다. 하다못해 친구 세명이 음식점 가서 메뉴 정하는 과정에서도 우리는 정치를 하죠. 인간의 욕망을 조절하는 모든 행위를 정치라 할 수 있어요. 문화에도 우리의 욕망이 들어가고 정치에 영향을 받아요. 도구로 이용되는 게 싫겠지만, 어쩔 수 없어요. 많은 예술가들이 '문화'라는 도구를 정치에 이용하기도 합니다. 방탄소년단이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를 낸 것도 넓은 의미에 정치적 행위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K팝 팬들이 트럼프에게 빅 엿을 날리기 위해 K팝을 이용한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행위임을 알아주셨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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