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여행] 파도 철썩이고 붉은빛 찬란…신비의 섬 홍도

유람선 타고 섬 한 바퀴 빙~ 돌다 보면, 생김새 제각각인 아찔한 기암괴석 빼곡

홍도의 기암괴석들. 유람선을 타고 섬을 한 바퀴 돌다 보면 기암괴석의 행렬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홍도의 기암괴석들. 유람선을 타고 섬을 한 바퀴 돌다 보면 기암괴석의 행렬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일몰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홍도는 목포에서 115km, 흑산도에서 서쪽으로 22km 떨어진 유인도다. 사암과 규암의 층리와 절리가 잘 발달돼 홍갈색을 띠고 있어 '홍도'로 불린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170호로 지정된 신비의 섬이기도 하다. 또한 푸른 바다와 울창한 숲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남해의 소금강으로 불리며, 물이 맑고 투명해 바람이 없는 날에는 바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신비로운 해저경관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신비의 섬 홍도를 찾아 떠나보자.

관광객을 실은 유람선이 홍도를 일주하고 있다. 관광객을 실은 유람선이 홍도를 일주하고 있다.

 

◆설레는 홍도행 쾌속선

목포항에서 홍도까지는 쾌속정으로 약 2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목포항에 모여든 관광객들은 파도와 배 시간을 감안해 멀미약을 먹는 등 분주하다. 그간의 경험이 있기에, 아무 일 없다는 표정으로 배에 오르자 옆구리께로 따라붙은 친구가 괜찮냐고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자 그저 부럽다는 표정이다. '이왕 잡힌 일정에 언제 또 와보겠냐!'는 표정이 역력하다.

쾌속정이 해수면을 미끄러지자 기다렸다는 듯 노랫가락과 박수소리가 선실에 울린다. 노래라는 것이 뻔해서 "사~아~랑을 팔고 사는...!"이다. 고성방가로 치부될 수 있지만 여행이 주는 여유로움의 엔도르핀이 분위기를 녹여 낸 듯 싶다.

해질 무렵 섬이 붉게 물든다는 홍도. 신비의 섬 홍도에서 보는 일몰은 장관이다. 해질 무렵 섬이 붉게 물든다는 홍도. 신비의 섬 홍도에서 보는 일몰은 장관이다.

◆홍도의 밤을 즐기다

오후 3시가 조금 지나 홍도 항에 하선을 하고보니 작은 접시 만한 태양이 대장간의 시우쇠처럼 벌겋게 달아 해무와 구름 속을 번갈아 술래잡기한다. 홍도1구 마을과 몽돌해수욕장을 오가며 섬을 관광하는 중에도 여전해 해무는 잦아들 생각을 않는다. 이윽고 완전히 해가 저물자 부인네를 제외한 남자들은 짙은 해무 속을 지나 홍도 항에 있는 포장마차로 향한다. 한껏 기분을 내고자 찾아든 포장마차는 '파파할머니'가 운영하는 가게로 우리 일행은 비좁은 포장마차 안에서 비릿하고도 짭조름한 홍도의 밤을 즐긴다.

방파제에 게딱지 모양으로 어깨를 기대고 늘어선 10여개의 포장마차는 손님이 가게를 선택할 수도, 가게 주인이 손님을 선택할 수도 없다. 입구에서 지정해 주는 곳이 그날의 운명이다. 주 메뉴로는 전복, 참소라, 문어, 멍게, 해삼 등으로 양도 푸짐하다. 그렇지만 사람 욕심이 어찌 그럴까? "할~매요!"하면 "그라지라!"하고는 이내 상에 철퍼덕 덤이 오른다. 일진이 좋아 내 집에 손님이 들고, 사람 수에 비해 주문양이 많아 절로 흥이 나는 건지 아까울 것이 없어 보인다.

숙소에서 기다리는 부인들을 위해 넉넉하게 준비한 회를 들고는 비탈진 언덕길을 오른다. 홍도는 1구와 2구로 나누지만 대부분이 1구에 산다. 홍도 항에서 몽돌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길은 경사도가 상당해서 웬만한 사람도 숨소리가 거칠다. 오늘밤이 마지막이란 생각에 발끝에 힘을 모은다. 등 뒤로 피 냄새를 맡은 거머리처럼 너울너울 해무가 뒤따르고, 골목 안은 가로등마저 까무룩 조는 통에 앞서 가는 할아버지의 어깨가 한층 굽어보인다.

친구들은 새벽잠이 빨라 3시 30분에 일어나 부산을 떨더니 4시쯤에 이르자 급기야 셋이서 머리를 맞댄다. 그들은 전날 포기했던 깃대봉으로 향한다. 기왕에 설쳐버린 잠, 코를 골고 이를 갈며 시간을 보낸다. 5시를 알리는 알람이 울기도 전에 이부자리를 박차는데 깃대봉으로 출발한 녀석들이 호기롭게 들어와 정상 자랑이다. 다른 친구들은 다 믿어도 나는 안다. 그들은 결코 정상을 밟지 못했다. 모르는 척 속아주는 재미도 의외로 쏠쏠해 "빗방울도 흩뿌리고 그 시간에 대단타"며 장단을 맞추자 천왕봉이라도 갔다 온 듯 의기양양이다.

유람선위에서 바라 본 홍도의 기암절벽.절벽에 붙은 나무들이 아찔하다. 유람선위에서 바라 본 홍도의 기암절벽.절벽에 붙은 나무들이 아찔하다.

 

◆유람선 관광으로 홍도 비경을 보다

새벽 같은 아침이 끝나고 부둣가로 꾸역꾸역 모인 관광객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이 시간쯤이면 손님을 맞으려는 유람선이 시동을 걸어야겠지만, 항구는 깊은 잠에 빠진 듯 적막하다. 급기야 숙소로 돌아가라는 안내에 경사진 길에서 발걸음이 머뭇거린다.

당초 오전 7시 30분에 섬 일주가 예정이던 유람선이 날씨 관계로 11시 언저리가 돼서야 출발이다. 안내원은 관광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느라 "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못 보고 돌아가는 사람도 수두룩한데!"라며 분위기를 띄운다. 때를 같이해 스피커를 통해 유행가 가락이 배 안으로 울리고, 곧장 안내방송이 뒤를 잇는다. 홍도항을 벗어난 유람선은 섬의 오른쪽을 끼고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홍도 관광은 홍도항과 몽돌해수욕장, 일몰, 그리고 깃대봉 등이 20%라면 유람선 관광이 80%다. 주 포인트는 출발한지 5분여로 남문바위 부근이다. 배가 속도를 늦추자 전속사진사 2명이 포토존을 마련해 사진 촬영에 분주하다. 인화도 가능하다고 추켜세우는 걸로 보아 다년간 쌓은 노하우가 어느 경지에 이르러 보인다.

유람선을 타고 신비의 섬 홍도를 일주하다보면 다양한 기암괴석과 동굴들을 만날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신비의 섬 홍도를 일주하다보면 다양한 기암괴석과 동굴들을 만날수 있다.

 

유람선 관광으로 볼 수 있는 비경으로는 곧장 바위가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아차바위를 비롯해 남문바위, 실금리 동굴, 거북바위, 만물상바위, 부부 탑, 석회굴 등 200여 개가 있다. 이 중 이름이 잘 알려진 곳은 10개 남짓으로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그 가운데 관광객들이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는 곳은 파시(波市)처럼 선상에서 어부들이 직접 잡은 회를 즉석에서 맛보는 곳이다. 이제까지 못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을만큼 맛있다는 회는 노래미류와 우럭이 주를 이룬다. 비경을 마음껏 감상한 뒤라 그런지 장사진을 치는 통에 고양이 손이라도 빌어야할 판이다.

선상에서 맛보는 회맛은 색다른 경험이다. 선상에서 맛보는 회맛은 색다른 경험이다.

 

◆짖궂은 날씨 속 마무리

기쁨도 잠시, 홍도항에 다다르자 재차 숙소로 돌아가라는 통보를 받고는 무거운 발걸음이 이어진다. 베개와 이불로 머리를 받쳐 누운 얼굴 위로 깊은 침묵이 흐르고, 그 모양새가 가판대 위에 널브러진 해삼을 닮은 듯하다. 오전과는 딴판으로 슬픈 사슴같은 눈이 간간이 창밖으로 향한다. 오늘 내로 이 바다를 건널 수나 있을까? 돌아가지 못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지푸라기에 싸여 장독에 든 홍어처럼 곰삭는 중에 답을 알 수 없는 계산이 한량없다. 절박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늘을 쪼갤 듯 번갯불이 튄다. 뒤이어 고막을 후벼 파듯 천둥이 울더니 흩뿌리는 빗줄기가 한여름 소나기 같다.

30여분이 지나 빗줄기가 점차 잦아든 위로 자아(慈鴉:갈까마귀) 떼처럼 해무가 몰려든다. 음습하게 몰려드는 해무 때문일까?

"이런 날이면 왜 얼큰한 라면이 땡길까?" "그럼 몇 봉지 살까?" "사면 어디, 손가락에다 끓이고?"

말장난을 하다보니 배 시간에 쫓겨 못먹은 보말라면이 생각나는 찰나, 햇빛을 가리던 해무가 거짓말처럼 물러나고 깃대봉을 오르는 나무계단이 금방 세안을 마친 듯 말갛게 웃는다. 1천여 명의 관광객이 홍도항에 모여들어 세찬 바람 앞에서도 꿋꿋하게 시간을 죽이고 선다.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흑산도에 있어야겠지만, 누구 하나 흑산도를 입에 올리는 사람이 없다. 다만 출발을 위해 '뿌뿌~ 뿌~우~웅' 뱃고동을 울리며 홍도항에 들어서는 쾌속정이 마냥 반가워 어린아이처럼 손을 흔든다.

이원선 시니어매일 취재6부장 이원선 시니어매일 취재6부장

글 사진 이원선 시니어매일 취재6부장 lwonss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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