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읽는스포츠] 대구 라이온즈, 부산 자이언츠, 광주 타이거즈는 안될까

신세계그룹 SK 인수로 요동치는 프로야구 시장…프로축구처럼 시민구단 탄생도 기대

지난해 5월 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개막전 모습.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로 열렸다. 매일신문 DB 지난해 5월 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개막전 모습.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로 열렸다. 매일신문 DB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신세계그룹의 SK 와이번스 야구단 인수가 몰고 올 후폭풍은 어디까지일까.

지난해 모그룹의 경영 위기로 두산 베어스 매각설이 나돌 때 인수에 관심을 보인 곳이 신세계그룹을 포함해 3곳이었다고 한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 가운데 SK 와이번스를 전격적으로 인수했다. 야구계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신세계그룹은 SK 인수에 앞서 남부권의 한 지방 구단으로부터 인수를 제의받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신세계가 수도권 시장에 집중하면서 거절당한 구단이 어디인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프로야구 시장이 앞으로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로야구단을 바라보는 대기업 등 경제계의 시각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SK와 신세계의 거래처럼 야구단 운영에 매력을 잃고 빠져나가려는 곳도 있지만, 인수나 창단에 관심 있는 곳도 있다.

국내 프로야구는 시민구단과 기업구단으로 양분된 프로축구와 달리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고 인기 스포츠이다 보니 대기업들이 꾸준히 기존 구단을 인수하거나 신생팀을 창단했다.

프로야구는 1982년 군사 정부와 대기업의 정치,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탄생했다. 군사 정부는 국민의 반감을 스포츠로 돌리려 했고, 대기업은 홍보 수단으로 프로야구단 운영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 출범 40년째인 프로야구는 더는 기업체 홍보 수단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야구단 자체를 수익 창출이 가능한 계열사나 자회사로 보는 것이다. 프로야구 시장이 커지면서 상당수 구단은 이미 자립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놓고 있다.

신세계그룹 등 야구단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기업들은 야구단이 예전처럼 기업의 일방적인 출혈로 운영되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 SK 와이번스 인수 비용이 1천352억이나 되고 매년 수 백억원의 운영비가 들어가지만, 신세계그룹은 야구단이 그룹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신세계그룹은 돔구장을 지어 미국처럼 야구장 마케팅을 본격화할 태세다. 야구장을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진화시켜 팬들이 신세계그룹의 상품과 서비스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추구하는 이런 전략에 대해 성공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제2, 제3의 신세계그룹은 등장할 수 있다.

지난 1일 경산볼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의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경산볼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의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한국프로야구연맹(KBO)의 10개 구단 역사를 보면 추구하는 색깔이 다르다. 원년 멤버 6개 팀 가운데 이름이 바뀌지 않은 곳은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다.

삼성은 1980, 1990년대 만년 준우승팀이란 설움을 극복하고 2000년대 들어 7차례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2011~2014년에는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석권하며 금자탑을 쌓았다. 1985년 전후기 통합우승까지 8차례 왕좌에 올랐다. 한국시리즈 우승 한을 풀고 '삼성 제일주의' 권위를 회복한 삼성그룹은 이후 계열사 라이온즈를 제일기획의 자회사로 만들어 야구단 운영에 미지근한 모습이다.

롯데는 시장성 높은 부산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고졸 선수가 많고 팬들의 열성이 높음에도 정상에 오른 건 1984년과 1992년 두 차례뿐이다. 항상 팬들의 기대와 원성이 높지만, 롯데는 정상 도전을 위한 운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두산 베어스는 원년 팀 OB 베어스가 모태다. 1999년 OB에서 두산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운영 주체는 그대로다. OB 시절 두 차례(1982, 1995년), 두산 시절 네 차례(2001, 2015, 2016, 2019년) 우승했다. 최근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등 최강의 면모를 보인 두산은 모기업 어려움에도 야구단에 애정을 쏟고 있다.

MBC 청룡을 인수한 LG 트윈스는 첫해인 1990년과 1994년 우승하며 초반 기세를 올렸으나 이후 우승 대열에서 벗어나 있다. LG그룹은 야구단 운영 의지와 투자만큼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는 2001년 해태 타이거즈를 인수해 2009, 2017년 우승 대열에 동참했다. 해태는 9차례 한국시리즈를 제패, 역대 최강의 팀으로 군림했다. 한화 이글스는 1994년 빙그레 이글스에서 이름을 바꿨고 1999년 한 차례 정상에 올랐다. 빙그레는 1986년 제7구단으로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SK 와이번스는 2000년 쌍방울 레이더스를 인수, 인천을 연고지로 출발했다. SK는 2007, 2008, 2010, 2018년 4차례 우승하며 신흥 명문 대접을 받았다. 인천 연고지 5번째 팀이었던 SK는 어렵게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갑작스럽게 떠나 다시 배신감을 안겼다.

고척 돔을 쓰는 키움 히어로즈는 2008년부터 우리, 서울, 넥센 히어로즈로 이름을 바꾸는 풍파를 겪었다. 키움은 2019년 주 스폰서로 이름을 올렸다. 히어로즈는 넥센 시절인 2014년과 2019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게 최고 성적이다.

2011년 경남 창원을 연고지로 창단한 NC 다이노스는 지난해 대망의 정상에 올랐다.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지원 아래 비교적 단기간에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KT 위즈는 2013년 수원 연고로 창단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2위로 돌풍을 일으켰으나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패했다.

지난 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의 스프링캠프에서 야수들이 실내연습장에서 타격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의 스프링캠프에서 야수들이 실내연습장에서 타격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실정을 고려하면 SK에 이어 야구단을 정리할 구단으로는 삼성과 롯데, KIA가 꼽힌다. 신세계그룹에 인수 의사를 물은 구단으로 이들 팀은 의심받았다.

삼성은 제일기획 소속이 된 후 2016년부터 5년 동안 9-9-6-8-8위를 차지했다. 삼성이 명문구단의 위용을 되찾을 것이라는 희망을 잃고 싶지 않지만, 삼성그룹 차원의 관심이 끊긴 야구단의 운명은 밝지 않다.

프로야구가 지역을 대표하는 대기업을 앞세워 탄생하고 대기업이 오너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내 실정을 고려하면 오너의 관심과 그룹의 존재감, 경영 가치관에서 벗어난 야구단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챔피언 NC를 보면 구단주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NC 김택진 구단주는 한국시리즈 전 경기를 현장 관전하는 열정을 보였고 선수단은 보답했다.

이 시점에서 프로축구처럼 시민구단의 탄생을 기대할 수는 없을까. 대구 라이온즈나 부산 자이언츠, 광주 타이거즈의 출현이다. 프로축구에는 대구FC와 광주FC가 있다.

프로야구단의 시장 가격이 2천억원대까지 평가받는 현실에서 경제 논리로 보면 지자체의 야구단 인수는 불가능하다. 다만 야구단 운영에 의지를 잃은 일부 구단이 기업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운영을 넘기는 방안은 생각해 볼 수 있다. 지자체도 현대식 야구장만 있으면 입장 수입과 야구장 네이밍, 광고 등 마케팅으로 독립적인 야구단 운영이 가능한 만큼 고려해볼 만하다.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먼저 이를 준비할 수도 있고, 대기업이 지자체에 제안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야구단을 소유한 대기업의 파격적인 양보를 전제로 해야 성사 가능한 일이다.

삼성 라이온즈 경기를 직간접적으로 볼 때마다 젊은 관람객들이 각종 응원 도구로 '최강 삼성'을 외치는 모습에 어색함을 느낀다. 스트레스 해소 등 관람 욕구를 채우는 단순한 행위이겠지만, 프로축구처럼 '최강 대구'를 외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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