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허삼영 삼성 감독 "'푸른 피' 자긍심, 절실하게 야구하겠다 "

마운드 강화…중간계투 '땜빵 선발' 없어 오승환 복귀 전까지 버텨야
선수단 기강…4년간 구단 무너진 거 보니 열나고 성질나서 감독 수락
구체적 목표…미친듯 야구하고 근성·투지있는 플레이 약속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삼성 라이온즈 지휘봉을 잡은 지 딱 3개월이 된 허삼영(48) 감독에게서 감독 태가 나기 시작했다.

허삼영 감독. 허삼영 감독.

파격적인 취임이었다. 2019년 9월 30일 삼성은 허삼영 전력분석팀장을 김한수 감독 후임 감독에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허삼영 감독은 대구상고를 졸업하고 1991년 고졸 연고구단 자유계약으로 삼성에 입단한 투수 유망주였다.

하지만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1군 통산 4경기(2⅓이닝)만 소화한 채 선수생활을 마감했고, 이후 30년 가까이를 주로 전력분석팀에서 구단 프런트로 일했다.

허삼영 감독 선임에 대한 반응은 둘로 나뉜다. 오랜 전력분석 노하우를 바탕으로 데이터 야구에 강점을 보일 것이란 기대와 현장 경험이 일천한 지도자가 과연 감독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교차한다.

푸른 피의 자긍심 하나로 감독직을 수락했다는 허삼영 감독을 만나 2020년 삼성에 대해 물었다.

-먼저 2020시즌 삼성 전력 얘기를 해보자. 전력 강화 요소가 있나?

▶오승환과 좌완 2명이 합류한다. 노성호는 즉시 전력감이다. 봉민호는 내년 7월 제대하지만 3월에 좌완 박세웅이 군에서 제대한다. 선수를 많이 데리고 있으면 당연히 좋다. 하지만 FA로 다 데려올 순 없지 않나. 주어진 환경에 맞게 내 스타일대로 운영할 것이다.

-마운드와 달리 전력 강화 요소가 없는 타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큰데?

▶2019시즌이 힘들었던 게 투수만, 타자만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모두 부족했다. 이를 한 번에 다 메우기가 쉽지 않다. 하나씩 채워가야 한다고 본다. 타격 지표는 항상 기복이 있다. 훈련을 통해 크게 치는 것보다 디테일하게 한 점 승부, 작전 야구에 주안점을 두겠다.

-작전 야구를 염두에 둔다는 의미인가?

▶작전 야구라고 매일 작전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 번 노출되면 타 구단이 대비하기 때문에 몇 번 못쓴다. 기본을 잘 지키는 게 작전 야구다. 작전이라고 해봤자 홍길동 작전은 없다. 보내기 번트, 히트앤런, 진루타를 잘 치는 거다. 감독이 생각하는 만큼 진루시키고 득점권에 가는 게 작전인데 결국 선수가 쳐야 점수가 난다.

-삼성의 4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은 어떻게 분석하나?

▶말하기 조심스러운 건 전임 감독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없는 살림에 고생을 많이 했다. 거기에 누가 되는 거다. 다만 선수단 내 프라이드가 없어지지 않았나 본다. 또 너무 한정적인 선수에게 기댔다고 본다. 멀티 포지션 얘기가 나온 이유는 부상이나 부진은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걸 대비해서 백업을 계속 키워놔야 한다. 선수 기용은 공평하게 하기보다 공정하게 하겠다. 두 단어는 다르다. 공평은 모든 선수를 동등하게 만드는 거고 공정은 환경에 맞게 기용하는 거다.

-프런트 출신 감독이라서 친프런트일 것이란 우려가 있다. 알고 있나?

▶그럴 수 있다. 그렇게 안 보면 이상하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프런트 일을 한 건 별개다. (나는 지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감독이 구단과 부딪히는 게 좋은 리더십은 아니다. 구단에 오래 있어 구단 환경을 잘 안다. 같이 갈 수 있는 게 리더십이다.

-전력 강화의 방안으로 트레이드 가능성은 없나?

▶전력 구상은 완료한 상태다. 베스트와 플랜 B, C까지 생각해놨다. 흥미있는 카드는 없는 것 같다. 선수 보강 이전에 팀을 먼저 완성해야 한다. 이걸 때우면 또 이게 펑크난다. 우리의 베스트 멤버가 리그 탑은 아니지 않나. 일정 수준의 선수가 겹겹이 있어줘야 한다. 그게 뎁스를 강화한다. 풀 시즌을 뛸 수 있는 체력도 좋지 않다. 체력 안배하기 위해서 비슷한 수준의 선수 여러 명이 있어야 팀이 강해진다. 한 선수가 빠진 공백이 크면 그 팀은 원래 약한 것이다.

-2020시즌 선발진은 어떻게 구상했나?

▶선발은 13명을 만든다. 6명을 1군에 두고 나머지는 퓨처스로 보내서 선발 로테이션 돌린다. 그래서 1군에 문제가 생기면 퓨처스에서 바로 올라오게 할 거다. 아마(1군과 2군) 로테이션도 비슷하게 맞출 거다. 퓨처스에서 선발 수업을 계속시켜야 한다. 중간 계투를 갑자기 선발 '땜빵'시키지 않을 거다. 퓨처스에서 선발은 선발투수만 할 거다.

-구원진은 어떤가?

▶젊고 힘있는 투수가 있다. 제일 중요한 건 오승환이 왔다. (그가 등판 가능한) 4월말, 5월초까지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용병도 그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투수진 세팅은) 역순이다. 9회부터 8, 7, 6회를 만들고 투수를 조합한다. 이렇게 세팅하면 선발을 데이터에 의해 빨리 뺄 수 있고 길게 갈 수도 있다. 2019시즌 우리 선발 중 7~8회까지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없었지 않냐. 100개 근처에 가면 피안타율, 피장타율이 높아졌다. 그걸 알면서도 계속 가는 건 우리 구원진이 약했다는 거다. (선발을) 끌고 갈 때까지 끌고 가면 항상 6~7회 추가점을 내줬다. 결국은 타이트한 경기가 되어 구원진이 올라가면 다들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우리 투수들의 실패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줘야 한다. 이 선수는 언제 던져야 공이 제일 좋을지 분석하고 있다.

-감독직 제안받았을 때 가족의 반대가 심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왜 수락 왜 했나?

▶90년 8월부터 라이온즈에서 있었다. 지금까지 29년이다. 제가 감독직 수락한 이유는 (라이온즈라는) 자긍심 때문이다. 우리가 4년간 힘없이 무너진 거 보니까 열나고 성질나고 욕도 나오더라. 이렇게 야구해서는 안 된다. 우리 선수들 악바치게 하고 싶다. 블루 블러드는 자부심이다. 다시 재건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항상 결과로 보여주겠다는 말을 한다. 팬들은 가을야구 복귀와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원하는데?

▶작년같이 하면 죽었다 깨어나도 가을야구 못 간다. 진짜 하나하나 악착같이 달라붙어야 가을야구 할 수 있다. 우리 전력은 리그 WAR에서 각 포지션에 2등 안에 들어가는 선수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나. 불광불급, 미친듯이 해야한다. 남들 똑같이 훈련하면 100년을 해도 쫓아가지 못한다. 그러니까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하라고 날 감독에 앉힌 거다. 혁신을 위해선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제일 먼저 한 게 오치아이 에이지 코치를 2군감독에 앉혔다. 그 사람이 가야 판을 다 바꿀 수 있다. 퓨처스에 맞게.

-대구가 여전히 야구의 도시일 수 있나?

▶얼마 전에 택시를 탔다. 기사님이 야구장에서 근무하느냐고 물으면서 자기는 라이온즈 20년 광팬인데 2019년에는 야구장 한 번도 안 갔다고 했다. 근성없이 야구하는 게 보기 싫었다시더라. 선수가 왜 투지없이 야구하느냐고도 했다. 팬들이 원하는 건 야구장에서 선수들이 열심히 뛰고 후회없는 야구하는 거라고 하시더라. 택시 내리면서 그 얘기는 했다. 내가 신임 감독인데 2020년에는 야구장 꼭 오라고. 우리 선수들 절실하게 야구할 거다. 그것만은 약속드리겠다고 했다. 선생님 말씀 잘 경청하고 선수단에 전파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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