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울분 '홍콩' 축구, E-1 챔피언십 '중국' 꺾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한국, 일본, 중국, 홍콩의 국기.(홍콩의 경우 홍콩특별행정구의 '구기') 매일신문DB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한국, 일본, 중국, 홍콩의 국기.(홍콩의 경우 홍콩특별행정구의 '구기') 매일신문DB

오는 12월 10일부터 18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축구 대회인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 대한 축구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 남자 축구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고, 어제(19일) 브라질과의 친선전에서도 0대3으로 패하는 등, 실망감이 조금씩 쌓이고 있는데, 이를 타개하고 분위기를 쇄신할만한 계기로 이 대회가 꼽히는 모습이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연속 우승을 거뒀고, 이번에도 우승하면 3연속 우승 기록을 쓰게 된다. 비록 동아시아 4팀이 겨뤄 1위를 차지하는 '작은 성취'이긴 해도, 최근 가라앉은 대표팀 분위기를 끌어올려 내년 월드컵 2차 예선 남은 일정 준비에 분명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

그러면서 한국 말고 다른 참가국들에 대한 관심도 커져 있는 상황이다. 대회 모든 경기에 대한 크고 작은 관심이 흥행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태극기, 일장기. 매일신문DB 태극기, 일장기. 매일신문DB

◆동아시아 멸망전? "한일전+중홍전"

이번 대회(본선)는 모두 4개 나라가 우승을 두고 겨룬다. 한국, 일본, 중국, 홍콩이다.

그런데 이들의 축구 말고 다른 사정들이 눈길을 끈다.

우선 한국과 일본은 경제전쟁에 이어 외교적으로도 갈등의 매듭을 풀지 못하고 있다. 이게 바탕이 된 양국 국민감정이 축구 경기에 잔뜩 투영될 수 있다.

물론 이는 이 기사가 작성된 11월 20일 기준 상황을 바탕으로 예상한 것이다. 대회가 개최되는 20일 정도 뒤엔 혹시나 한일 관계가 개선돼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 당장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일이 사흘 뒤인 11월 23일로 다가왔는데, 이에 앞서 극적 합의로 지소미아 종료가 없던 일이 되면, 한일 간 다른 갈등도 꽤 빠른 속도로 해소 국면에 진입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렇게 되더라도, 원래 한국과 일본은 축구 라이벌이다. 즉, 최근의 갈등 때문에 한일전이 꽤 흥미진진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설사 그 갈등이 풀리더라도 한일전의 긴장감 자체가 크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대한민국 대 일본의 경기는 12월 18일 오후 7시 30분부터 예정돼 있다.

오성홍기, 홍콩특별행정구기. 매일신문DB 오성홍기, 홍콩특별행정구기. 매일신문DB

◆중국 VS 홍콩 "충돌 방지 위해 양국 관중 분리?"

이래도 한일전이고 저래도 한일전인 한국과 일본의 축구 대결과 달리, 현재로서는 좀체 예측불허인 두 나라의 축구 대결도 예정돼 있다.

바로 중국과 홍콩의 경기이다. 12월 18일 오후 4시 15분부터 예정돼 있다.

엄밀히 말하면 홍콩은 국가가 아니라 중국의 한 지역이다. 영국령이었다가 1997년 중국에 반환된 후 특별행정구가 됐는데, 축구 등의 스포츠 분야에서는 홍콩과 중국이 과거처럼 '따로' 출전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송환법 반대로 불거진 홍콩 시위 내지는 홍콩 민주화 운동은 곧 중국 정부와 홍콩 시민들 간 갈등 구도를 만들었다.

이게 홍콩 바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 기사 작성 시점에서만 봐도 우리나라 대학가에서 홍콩 지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홍콩 지지 내용이 담긴 대자보를 중국 유학생들이 무단으로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은 물론, 한·중 학생 간 폭행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중-홍 갈등이, 한-중 갈등도 만들어낸 것.

이런 상황이 중국 대 홍콩의 경기는 물론 한국 대 중국의 경기(12월 15일 오후 7시 30분)가 열리는 경기장 관중석 및 주변에서도 드러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경기 당일 현장에서는 다수가 될 중국인 관중과 그보다 규모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홍콩인 관중을 분리하는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숫자가 더 많은 중국인 관중의 소수 홍콩인 관중에 대한 집단 폭력 가능성이 있는 것. 더 나아가 경기장 전체 안전 확보를 위해 한국인 관중도 포함시켜 분리하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이는 한국 대 중국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홍콩 경찰이 18일 최루가스 연기가 자욱한 홍콩이공대학에 진입해 시위 진압작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18일 최루가스 연기가 자욱한 홍콩이공대학에 진입해 시위 진압작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 중국 꺾는 이변 연출할까? "비겨도 이기는 셈"

그러면서 중국과 홍콩의 경기 결과가 어떨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향한다. 약팀 홍콩이 강팀 중국을 괴롭히는, 이변의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사실 홍콩은 이번 본선 대회에 앞서 북한, 대만, 몽골과 겨뤄 2승 1무, 즉 무패로 1위를 차지해 이번에 한국, 일본, 중국과 겨루게 됐다. 즉 너무 쉽게 볼 팀은 아니다.

아울러 4년 전인 2015년 홍콩 축구가 중국 축구를 위협한 적이 있어 눈길을 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때이다.

C조에서 카타르, 중국, 홍콩, 몰디브, 부탄이 겨뤘는데, 당시 카타르가 7승 1패로 1위, 중국이 5승 2무 1패로 2위, 그리고 홍콩이 4승 2무 2패로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카타르와 중국이 최종 예선에 진출하고 홍콩은 '아깝게' 떨어졌다. 중국에 승점이 3점 모자랐다.(중국 17점, 홍콩 14점)

이때 홍콩은 중국과의 2차례 경기에서 2무(홈과 원정 둘 다 0대0 무승부)를 거두며 선전했다.

물론 현재 전력을 객관적으로 따지면, 한국과 일본이 2강을 이루고, 중국이 그 다음 위치를 차지하며, 홍콩이 가장 약한 게 엄연한 구도이다. 그럼에도 공은 둥글기 때문에, 홍콩의 예상 밖 선전도 기대할 수 있고, 이게 대회 흥행의 한 요소도 될 전망이다. 가령 홍콩이 중국에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재차 무승부라도 거둘 경우, 이게 중국의 순위 경쟁 발목을 잡는 '캐스팅 보트' 역할로 이어진다면, 꽤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그러면서 한국 축구팬 다수가 홍콩을 응원하는 현상도 만들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 중국 정부가 홍콩 정부를 통해 홍콩 주민들의 시위를 진압하는 구도가 선명하기 때문에, 여기에 제3국인 한국 축구팬들 입장에서는 축구 실력이든 나라의 처지든 아무튼 약한 팀이 강한 팀을 이기길 바라는 관전 취향을 중홍전에 이입할 수 있다. 특히 홍콩 주민들이 한국의 광주 민주화 운동을 롤모델로 삼아 찬사도 보내며 시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게 중홍전을 관전하는 한국 축구팬들의 홍콩 응원 움직임을 꽤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한민국은 홍콩이 중국을 잡아줘야 우승을 할 수 있는 '경우의 수'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데(반대로 중국이 홍콩을 잡아주기를 바라는 상황은 나오기 희박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한국 축구팬 다수는 중국보다는 홍콩을 응원하게 될 전망이다.

한편, 중국의 피파랭킹은 10월 24일 발표 기준 69위인데, 홍콩은 한참 뒤처진 145위이다. 또 대회 참가국 가운데 일본이 28위로 가장 높고, 대한민국은 39위로 2번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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