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복의 골프 에티켓 <16>불편한 언어는 그만

'머리 올리다'는 말은 여자가 시집을 간다는 의미에서 유래되어, '기생 문화'를 표현하기도 했다. 골프에서는 연습장이 아닌 골프장에 '데뷔[début]'한다는 뜻으로 지금도 널리 쓰이고 있다. '시집', '기생', '골프'가 어떤 공통점이 있길래 표현을 공유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남존여비 사상이 팽배할때 여성들은 남편이나 아들 등 남성에 대한 많은 사회적 임무를 강요받았다. 따라서 시집을 가기 위해서는 배우고 익혀야 할 소양과 덕목이 많았던 것이다. 단순히 나이가 되어서 시집을 가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여성'에게 주어진 자격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기생'이 되기 위해서도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과 예절, 기예 교육을 받아야 했다. 골프 역시 인고의 시간을 거치며 기본기를 몸으로 익히고 나서야 잔디를 밟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머리 올리다'는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은 것으로 해석해도 되겠다. 그래서 선배 골퍼가 막 입문한 새내기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호언은 '머리는 내가 올려줄께'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유래와 의미를 헤아려 보니 '머리 올리다'는 표현은 성차별적인 요소가 충분하므로 더 이상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여성에게만 국한된 성적(性的) 표현이며 없어져야할 문화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런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쓴다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말이 곧 그 사람의 인격이고 인품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동반자들과 경기 보조원들에게 내뱉는 말들을 통해 어쩌면 우리는 끊임없이 상대방을 평가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단순히 연장자이기에 혹은 사회적, 경제적 위치가 높기 때문에 동반자를 무시하거나 반말이나 욕설이 섞인 말은 사라져야 된다. 경기보조원들에게는 더욱 심한 경우를 많이 본다. 이들은 육체적, 감정적 노동자임을 자각하고 경기 이외에 불필요한 언행을 삼가야 하겠다.

뿌린 대로 거둔다. 본인이 사용하는 말이 본인을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한다. 골프는 동반자들과 적어도 대여섯 시간을 함께 하게 만든다. 골프장이 넓어 보이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동반자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움직이게 되고, 좁은 카트 안에서는 서로의 어깨가 닿아 있는 시간도 상당하다. 중간중간 휴게소에서 담소를 나눌 시간 역시 주어지기에 서로의 언어를 확인할 시간은 충분하다.

자신이 가진 여러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 주기에 골프는 안성맞춤이다.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이 없기에 더더욱 그렇다. 삶도 골프와 닮아있다. 낮말은 새 뿐만 아니라 함께 골프를 즐기는 동반자, 경기 진행을 도와주는 보조원들도 듣고 있다. 골프장 밖에서 만들어 놓은 자신의 모습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의도이든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은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골퍼들이 오랫동안 대물림해서 사용하는 불편한 말들이 있다면 지금부터는 사용을 자제하자. 골프 칼럼니스트

※글에 맞는 사진이나 삽화 부탁 드립니다.

관련기사

AD

스포츠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