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5번째 도전 끝 값진 준우승이끈 정정용 감독의 리더십

선수들과 수평적 관계 중시, 철저한 상대 분석

16일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 전반 한국 정정용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 전반 한국 정정용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U-20 축구대표팀이 15번째 도전 끝에 U-20 월드컵에서 값진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FIFA가 주관하는 남자축구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결승 무대를 밟았다.

이강인·이광연·오세훈·최준 등 모든 선수들의 빛나는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대구 출신인 정정용 감독의 역할이 가장 컸다.

정 감독은 선수들과 수직이 아닌 수평적인 관계를 맺으며 한국 축구 유일무이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역대 우리나라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정 감독은 우리 축구계의 비주류다. 청구중·고-경일대를 거쳐 1992년 실업 축구 이랜드 푸마의 창단 멤버로 참여해 6년 동안 센터백으로 뛰었지만 부상으로 28세의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고향 팀인 대구FC 수석 코치를 지냈던 2014년을 제외하고 그는 현재까지 12년 동안 14세 이하(U-14) 팀을 시작으로 연령대 대표팀을 지도하며 한국축구의 미래들을 키워왔다.

유소년 축구 시스템의 근간이 된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도 그의 손에서 다듬어졌다. 대구 수석 코치 시절에도 구단의 U-18 팀인 현풍고 감독을 맡는 등 꿈나무 육성과는 인연을 놓지 않았다.

이 같은 특이한 경험이 유·청소년 선수들에게는 '지시가 아닌 이해를 시켜야 한다'는 지도 철학을 가지게 햇고 이번 대회 우리 대표팀을 원팀으로 만들수 있었던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

청구중·고, 경일대 등 학창시절부터 후배들에게 권위적인 모습을 보인적이 없었다는 그의 미담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또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에서 선수들에게 나눠줬던 '전술노트'는 정감독의 철학이 잘 드러나는 사례다. 이 노트에는 상대 전술과 경기 운영 방식에 따른 포메이션, 세트피스, 콤비네이션 플레이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에게 마법의 노트라고 불릴 정도로 상대 전술과 경기운영 방식에 따른 팀의 포메이션, 세트피스, 협력 플레이 등이 세세히 적어놓은 이 자료는 대표팀이 새 역사를 쓰는 씨앗이 됐다.

매 경기 다른 전략, 전술을 준비하고 포지션별 역할을 다르게 부여하며 상대에 대한 맞춤형 전술을 과감하게 펼치는 데도 어린선수들이 잘 수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대구FC에서 뛰고 있는 대표팀 미드필더 고재현은 "운동장에서 '감독님을 위해 뛰어보자'고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못 잊을 감독님"이라고 말로 팀을 하나로 묶는 지도력을 평가했다.

지역 청소년 축구 발전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각별하다. 지난 4월 수성대학교 숲속 운동장을 찾아 대구지역 유소년 축구단 선수들을 만나 따뜻한 격려와 관심을 전달하기도 했다.

정정용 감독은 "이번 월드컵 기간 내내 응원해준 국민 여러분과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번 경기를 계기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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