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시작된 '돈쭐' 릴레이…착한 자영업자에 확산

어려움 처한 형제에 치킨 준 서울 치킨집 사장 '주문 폭주'
작년 2월 코로나 확산 때 자영업자 '도시락 기부'서 유래
전문가들 "코로나 이후 각박해진 사회에 선한 사람을 갈구하는 대중 심리 드러난 예"

한 고등학생이 서울 마포구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의 선행 사실을 손편지로 부산 본사에 알리면서 화제가 됐다. 왼쪽은 치킨집 사장 사진. 커뮤니티 캡처 한 고등학생이 서울 마포구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의 선행 사실을 손편지로 부산 본사에 알리면서 화제가 됐다. 왼쪽은 치킨집 사장 사진. 커뮤니티 캡처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자영업자에게 돈을 쓰자'는 '돈쭐(돈+혼쭐) 내주자' 문화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해 초 대구에서 확진자가 급증했을 당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였던 의료진들에게 재능 기부를 했던 자영업자들을 두고 '돈쭐 내주겠다'는 말이 언급됐는데, 최근 서울의 한 치킨집 사장이 어려움에 처한 형제를 도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같은 소비 문화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돈쭐' 릴레이는 한 고등학생이 서울 마포구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의 선행 사실을 손편지로 부산 본사에 알리면서 화제가 됐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몸이 아픈 할머니, 7살 동생 등과 살며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치킨집 사장이 무료로 치킨을 줬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동생에게 치킨을 주고, 이발도 시켜주는 선행을 베풀었다.

이에 누리꾼들은 "돈쭐 내겠다"며 주문을 했고, 급기야 폭주로 영업 중단까지 맞았다. 또 치킨을 받지 않고 돈만 내겠다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돈쭐'이라는 말은 지난해 대구 코로나 확산 당시 자영업자들이 의료진에 도시락 등을 기부했을 때 본격적으로 쓰였다. 지난해 1월부터 이달 2일까지의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를 보면, '돈쭐'이라는 말은 지난해 2월 19일부터 본격 검색된다. 당시는 대구 자영업자들이 의료진에게 무료로 도시락을 전달한 시점과 맞닿아 있다. 이때 누리꾼들은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 '돈쭐' 내주러 대구에 가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지속적인 재능 기부를 하고 있는 강신학 사장. 본인 제공 지속적인 재능 기부를 하고 있는 강신학 사장. 본인 제공

대구 수성구 기단회초밥 강신학(50) 대표는 지난해 의료진을 위해 계명대 대구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남구보건소에 모두 490개의 초밥 도시락을 전달했다. 지금도 봉사단원과 양로원·동물원 등에 분기마다 도시락 기부를 하고 있다.

강 대표는 "글을 본 손님·의료진분들도 돈을 쓰러 일부러 가게를 찾아왔다. 계속 열심히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선한 문화가 계속 이어져서 각박한 사회에 온정을 베푸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각박해진 분위기와 선한 사람을 갈구하는 심리가 합쳐져 인간성 회복을 바라는 대중의 열망이 드러난 사례라고 분석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가 각박해졌는데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은 따뜻한 미담을 원한다"며 "이런 맥락에서 인터넷 유희문화와 결합해 누리꾼들이 '돈쭐'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돈쭐 낸다'라는 하위 문화가 코로나19 이후 나타났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위기를 맞은 영세자영업자들이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취약계층을 돌보며 인간성 회복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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