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프 헬기 안녕" 25년 경북 하늘에서 도민 안전 책임

2천100여 회 운항 무사고 기록…"애정 만큼 보답한 헬기" 퇴역 준비

경북소방헬기 1호기(카모프)가 독도 헬기장에 대기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소방헬기 1호기(카모프)가 독도 헬기장에 대기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추석 명절, 경북 도민의 안전과 편안한 시간을 위해 24시간 특별경계 근무를 펼치는 사람들이 있다. 긴급한 상황에 신속히 재난 현장에 접근, 임무를 수행하는 경북소방항공대이다.

항공대의 최고 자원 중 하나는 경북 1호 카모프 헬기다. 1995년 6월 도입 이후 25년간 도민 안전을 위해 하늘 길을 책임지고 있다. 2천100여 차례에 걸쳐 각종 화재·구조 현장에 출동, 무사고 운항을 기록하며 안정감을 뽐낸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비켜가지는 못했다. 기술 발달로 더 나은 성능의 헬기가 속속 등장했고 정비 비용도 만만치 않다. 경북소방본부는 새로운 헬기를 도입하기 위해 카모프 헬기와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2천119회 운행 '무사고'

경북소방본부는 1995년 러시아제 카모프 헬기를 29억5천만원에 도입했다. 현재까지 2천119회(3천369시간) 운항하며 독도를 포함한 경북 곳곳에서 구조, 산불진화 임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노후한 탓에 정비 비용이 급증했다. 향후 5년간 회전날개 교체, 기체·엔진 재생수리 등 정비에 66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북소방본부는 비행성능, 안전성이 떨어진 카모프를 정비해 쓰기보다 최신 헬기 도입이 낫다고 봤다.

카모프 헬기 부품 하나하나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동고동락해 온 경북소방항공대 정비팀에는 아쉬운 마음이 크다. 권오석 정비팀장은 "1995년 도입 당시부터 함께해 온 헬기인데 3년 뒤쯤엔 모습을 볼 수 없다니 벌써 서운하다"고 했다.

권 팀장은 "그간 무사고 운항을 해온 비결은 직원 모두의 관심이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헬기도 관심과 애정을 주는 만큼 보답한다. 특히 조종사, 구조대원, 정비사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 무사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매일 아침 카모프의 코(기수) 부분을 쓰다듬으며 애정을 줬던 조정규 운항팀장 역시 카모프의 퇴역이 결정되자 남다른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조 팀장은 "매일 '오늘도 안전하게 우리 대원을 지켜줘'라며 마음으로 속삭인다"면서 "비록 무생물 기체이지만 위험한 임무 수행을 함께하고 있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임무 완료 뒤 시동을 끄는 순간까지 대화·소통한다는 마음으로 대한다"고 귀띔했다.

화재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는 카모프 헬기. 경북소방본부 제공 화재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는 카모프 헬기. 경북소방본부 제공

◆동해 넘나들며 독도까지

항상 좋은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조정규 운항팀장은 2011년 성주참외단지 인근 산불 화재에 카모프 헬기로 출동했다가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조 팀장은 "대규모 산불이라 여러 헬기가 진화하고 있었다. 민가 근처 산불을 진화하려고 가까이 접근하는데 상승기류에 편승한 불덩이가 급격히 치솟았다"고 떠올렸다.

당시 헬기를 덮친 불덩이에 순간적인 엔진 폭발음, 진동이 일었다. 엔진 정지로 추락이 우려되는 매우 긴박한 순간이었다. 조 팀장은 "불기둥 규모가 작아서 다행히 순간적으로 불기둥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면서 "위기를 잘 넘겨준 카모프 헬기가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카모프 헬기와 동반한 또 하나의 난제는 동해 바다에 있다. 울릉도를 관할하는 경북 특성상 장거리 해상 비행 업무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상 비행은 주·야간 수시로 급변하는 기상 탓에 수평선도 구분하기 어려운 여건이 많다. 베테랑 조종사도 중압감을 토로할 정도로 고난이도 비행이 필요하다.

지난해에는 독도 인근 해상에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헬기가 추락해 다수 소방 대원이 순직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조 팀장은 "동료 항공대원이 해상 임무를 수행한다는 메시지를 보는 순간부터 복귀하는 순간까지 제가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느낀다"고 했다.

물론 카모프 헬기와 함께 뿌듯했던 순간은 셀 수 없게 많다. 박경제 구급대원은 어린 여학생을 구조한 뒤 돌아온 작은 미소에 큰 위안을 느꼈다. 박 대원은 "발목 부상 신고를 받고 산악 구조 현장에 도착하니 어린 여학생이었다"며 "헬기로 인양하기 전 겁에 질린 학생을 다독이며 '괜찮니'라고 물었는데 '괜찮다'며 지은 해맑은 미소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경북소방항공대원들이 카모프 헬기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소방항공대원들이 카모프 헬기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3년 뒤 '아듀! 카모프'

경북소방본부는 국비와 지방비 250억원가량을 들여 카모프 헬기를 대체할 다목적 중형 소방헬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야간 비행 및 화재, 구조·구급 등 임무 수행이 가능한 우수 기종을 선정할 방침이다.

통상 중형 헬기는 탑승인원 14인 이상, 최대 항속거리 500㎞ 이상, 최대 이륙중량 4천300㎏ 이상, 최대 순항속도 240㎞/h 등 규격을 갖춰야 한다. 권오석 정비팀장은 "개인적으로 카모프는 좋은 헬기이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지만 국민 안전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면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교체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카모프는 날개 회전부가 2중이고 길이가 16m로 긴 데다 연결 부분이 많아 주기적으로 윤활을 해야 한다. 헬기 높이는 5.4m로 높아 정비 시 추락 등 위험 요소도 많다. 대형 헬기여서 연료 소모가 많아 야간 비행에 어려움도 크다. 신형 헬기와 비교해 아쉬운 성능이다.

경북소방본부는 새 헬기 구매를 위해 TF를 구성, ▷제작업체 사업설명회 ▷구매규격서 작성 ▷구매계획 수립 ▷조달구매 계약 의뢰 및 입찰 ▷제작 및 조립 ▷최종 검사 등을 거칠 계획이다. 2023년 8월까지 신규 헬기를 납품받을 방침이다.

조정규 운항팀장은 "카모프는 도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쉼 없이 하늘을 날고 있다"면서 "카모프 헬기와 함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소임을 성실하게 수행한 많은 분의 땀과 열정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올해 추석에도 카모프 헬기는 변함 없이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김봉수 경북소방항공대장은 "1995년 창단 이후 지금까지 4천여 차례 출동하며 전국 최초로 25년 무사고 안전 비행을 이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훈련, 안전 정비로 24시간 긴급 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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