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함께 키워요"…코로나 시대 '조합형 공동육아'

부모들이 어린이집·방과 후 교실 직접 운영, "아이들은 놀면서 자라야"
다른 부모들이 아이 함께 돌보며 돌봄 공백 최소화, 육아 고충도 줄어
올 5월부터 신규회원 늘어, 아이 맡길 곳 없는 부모 문의 전화 많아

24일 오전 대구 수성구 씩씩한 어린이집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도토리를 주우러 야외로 나가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24일 오전 대구 수성구 씩씩한 어린이집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도토리를 주우러 야외로 나가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직장 일로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를 제시간에 데리러 가지 못해도 걱정되지 않아요. 믿음직한 이웃들이 아이를 함께 돌보기 때문에 아이도 엄마를 찾지 않고 스스로 잘 놀고 있습니다. 집에서는 아이가 학교 숙제도 좀처럼 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제 집중력도 좋아져 저도 교육하기가 편해졌어요"

코로나19로 9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스트레스가 잦았던 직장인 김모(37) 씨는 요즘 들어 육아 스트레스가 확 줄었다. 마을에서 아이를 함께 키우는 조합형 공동육아 공동체에 아이를 맡기고 난 후부터다. 하교 후 갈 곳 없는 아이 때문에 좌불안석이었던 김 씨는 지난 6월 이곳에 온 뒤부터는 든든한 가족이 생긴 기분이다.

코로나19로 돌봄 공백이 현실화된 가운데 부모들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조합형 공동육아 공동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어린이집과 방과 후 교실을 부모들이 운영하며 서로의 육아 고충을 덜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구시에서 운영되고 있는 조합형 육아 공동체는 수성구, 북구, 동구, 달성군 공동육아 등 모두 4곳. 원장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부모들이 공동출자해 어린이집과 방과 후 교실 운영을 전담하는 방식이다. '놀면서 자라야 한다'는 교육 철학 아래 국어, 수학 등 인지 교육을 없애고 교사들은 아이들이 실컷 놀도록 개입하지 않는다.

부모들은 공동육아 공동체가 코로나19로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른 부모들이 아이를 대신 맡아주기도 하며 긴급 돌봄이 필요할 때는 부모끼리 협의해 어린이집과 방과 후 교실 운영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수성구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씩씩한 어린이집' 학부모 정모(45) 씨는 "모든 부모가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다 보니 정작 내 아이를 돌보지 못할 때 다른 부모들에게 믿고 맡길 수 있다. 코로나19가 한창 심할 때도 긴급 돌봄을 운영하는 등 맞벌이 부부로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돌봄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모든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특히 부모들은 자녀들이 스스로 놀이를 하는 데 익숙해져 부모의 개입이 크게 필요 없어 여유롭다. 수성구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해바라기 방과 후 교실' 학부모 유모(40) 씨는 "집에서 빨대만 줘도 아이 혼자서 2시간은 가지고 놀았다. 평소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주도적으로 놀이를 탐구했던 영향이 큰 것이다. 덕분에 나 역시 개인 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모 한 명만 육아를 전담해야 하는 부담도 없다. 이곳은 엄마, 아빠가 모두 운영에 참여하면서 음식 만들기, 어린이집 수리 등 역할을 함께 해낸다. 또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모임을 꾸려 아이들의 교육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 상호 간의 육아 만족도는 자연스레 높아진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공동육아 공동체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도 적잖다. 이송섭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홍보이사는 "올 5월부터 5명의 아이가 신규 등록했다. 부모들은 단지 돈을 주고 아이를 맡기는 게 아닌 다른 부모와 내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라며 "단절이 익숙한 코로나19 시대에 아이들이 예방법을 지키며 이웃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도 부모들이 치켜세우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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